트럼프와 유럽의 동상이몽, 그린란드 협상의 향방은?

2026-01-23 12:3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북극을 둘러싼 지정학적 질서를 뒤흔드는 거대한 안보 협상의 서막을 열었다.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그린란드 전체 영토 대신, 미군 기지와 같은 특정 지역에 한해 미국의 주권을 인정하는 파격적인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북극의 군사적 요충지이자 막대한 자원의 보고인 그린란드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치열한 암투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이번 논의의 핵심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구상하는 '골든 돔' 미사일 방어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의 잠재적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최적지가 그린란드라고 주장하며, 이곳에 대한 영구적이고 완전한 군사적 접근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나토(NATO)와 '미래 합의의 틀'을 마련했다며, 사실상 대가 없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럽은 트럼프의 노골적인 영토 병합 요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동맹의 틀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북극의 파수꾼(Arctic Sentry)'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나토 임무 창설과, 1951년 체결된 미국-덴마크 방위협정을 확대·갱신하는 방안이다. 특히 키프로스의 영국군 기지처럼, 그린란드 내 미군 기지 부지를 사실상의 미국 영토로 인정하는 '주권 기지 지역' 모델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러한 협상에는 군사적 목적 외에 경제적 실리도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 서방 관리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 빙하 아래 묻힌 방대한 양의 희토류 광물 채굴권을 획득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는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 자원으로, 미국은 북극의 자원마저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들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높다. 그린란드의 자치정부 수장과 덴마크 총리는 연일 "주권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안보 협력이나 경제 투자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있지만, 단 한 뼘의 영토라도 주권을 양도하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는 '레드라인'을 명확히 그은 것이다. 덴마크 고위 관리는 미국과 주권 양도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나토가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영토의 주인인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동의는 얻지 못한 '반쪽짜리 합의'인 셈이다. 트럼프는 원하는 것을 다 얻었다고 주장하지만, 덴마크는 주권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 그린란드의 미래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동맹 간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강남심포니, 라흐마니노프로 백야의 감성을 깨운다

첫 장을 열며,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특별한 아침을 선물한다. 이 음악회는 해설이 곁들여져 클래식의 문턱을 낮춘 기획으로, 이미 지난 시즌 7회 공연 중 5회를 매진시키며 그 인기를 증명한 바 있다.이번 시즌의 첫 무대는 '백야(White Nights)'라는 부제 아래, 낮과 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의 복합적인 감정을 음악으로 그려낸다. 강남심포니의 부지휘자 이탐구가 지휘봉을 잡고, 특유의 부드러운 해설로 사랑받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호스트 아티스트로 참여해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프로그램은 하루의 시작을 차분하고 깊이 있는 감성으로 채울 예정이다.음악회의 포문은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가 연다. 가사 없이 오직 선율만으로 인간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이 곡은 듣는 이의 내면을 고요하게 어루만지며 공연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어지는 곡 역시 라흐마니노프의 대표작인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다. 파가니니의 유명한 선율을 24개의 변주로 풀어낸 이 곡은 화려한 기교와 애절한 서정성이 교차하며, 특히 영화에도 삽입되어 유명해진 18번 변주에서 감정의 절정을 선사한다.협연 무대는 세계적인 콩쿠르를 석권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피아니스트 김홍기가 맡는다.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스페인 하엔 국제피아노콩쿠르 등에서 1위를 차지한 그는 탄탄한 테크닉과 깊이 있는 해석으로 주목받는 연주자다. 그가 들려줄 라흐마니노프의 열정적인 선율은 이번 공연의 백미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근 라흐마니노프 전곡 연주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어 더욱 원숙한 연주를 선보일 전망이다.공연의 대미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음악으로 옮긴 차이콥스키의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장식한다. 두 가문의 갈등을 나타내는 격렬한 주제와 두 연인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아름다운 선율이 극적으로 대비를 이루며, 한 편의 대서사시를 음악으로 감상하는 듯한 짙은 여운을 남긴다.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가 선사하는 이번 '강남마티네콘서트'는 오는 2월 5일 오전 11시,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열린다. 전석 2만 원으로 예스24 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