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떠는 청년들, 한파 쉼터는 그저 '그림의 떡'

2026-01-28 12:11

 전국적인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시민들을 위해 마련된 '한파 쉼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 쉼터의 절대다수가 특정 세대, 즉 노년층을 위한 공간인 경로당에 집중 지정되면서 정작 추위에 노출된 다른 연령대의 시민들이 이용을 꺼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 속에서도 경기도 파주시와 안양시 등에 위치한 한파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들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입구에는 '무더위·한파 쉼터'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내부는 기존에 시설을 이용하던 노인 회원들뿐, 추위를 피해 잠시 들른 젊은 외부인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경기도에만 총 8,182곳의 한파 쉼터가 운영 중이지만 이 중 약 88%에 해당하는 7,212곳이 경로당이다. 양적으로는 촘촘하게 쉼터가 마련된 것처럼 보이지만, 질적으로는 특정 계층에 편중된 '무늬만 쉼터'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토바이로 배달 업무를 하는 30대 노동자나 어린 자녀와 함께 외출한 30대 부모 등 한파에 취약한 청장년층은 쉼터의 존재를 알더라도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에 들어가는 것이 심리적으로 부담스럽고, 어르신들의 휴식을 방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추워도 바깥에서 버티는 쪽을 택하고 있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들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쉼터를 찾아오는 외부인이 있다면 반갑겠지만, 젊은 사람들이 노인들만 있는 공간을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는 세대 간의 갈등이 아닌, 공간의 성격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거리감이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제도적 결함보다는 심리적 불편함에서 오는 '기피 현상'으로 분석했다. 이에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앞으로는 청장년층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편의점이나 은행 등 다양한 생활 밀착형 공간을 쉼터로 적극 발굴하고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센과 치히로' 말고 7편 더 있다, 당신이 몰랐던 지브리 연극

만, 지브리 작품의 무대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지금까지 총 8편의 작품이 연극, 뮤지컬, 가부키 등 다채로운 형태로 관객을 만났다.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이웃집 토토로'다. '센과 치히로'는 거장 연출가 존 케어드의 손에서 인형과 배우의 몸짓을 활용한 아날로그 감성의 연극으로 재탄생했으며, '이웃집 토토로'는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가 제작해 로렌스 올리비에상을 휩쓰는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입증했다.사실 지브리 작품의 무대화 역사는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녀 배달부 키키', '반딧불이의 묘', '추억은 방울방울' 등은 이미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애니메이션들 역시 동화나 소설, 만화 등 원작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원작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애니메이션에서 무대로 이어지는 다층적인 창작의 역사를 보여준다.지브리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무대화된 첫 사례는 '모노노케 히메'다. 2013년 영국의 한 신생 극단이 폐품을 활용한 독창적인 연출로 무대화를 허락받아 큰 화제를 모았다. 이는 지브리가 작품의 명성보다는 창의적인 해석과 도전을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작품은 곧 일본의 전통극인 '슈퍼 가부키'로도 재탄생할 예정이다.무대화의 범위는 지브리 스튜디오 설립 이전의 작품이나 애니메이션화되지 않은 만화로까지 확장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지브리 설립 전 연재했던 만화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는 6시간 분량의 대서사 가부키로 만들어져 원작의 방대한 세계관을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감독의 다른 단편 만화 '최빈전선' 역시 연극으로 제작된 바 있다.이처럼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은 원작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연극, 뮤지컬, 가부키 등 다양한 장르와 만나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2D 애니메이션이 선사했던 감동과 판타지가 무대라는 3차원의 공간에서 어떻게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지 확인하는 것은 지브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