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사진 박제한 사장님 벌금형
2026-02-03 11:57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절도범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초등학생의 사진을 가게에 게시한 업주가 항소심에서 결국 처벌을 받게 되었다. 아이스크림 한 개를 결제하지 않고 가져간 아이의 얼굴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해 붙여두었지만, 법원은 이것이 정당한 방어권을 넘어선 명백한 아동학대이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자영업자의 사적 제재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법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40대 무인점포 업주 A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업주의 행위가 도난 방지를 위한 정당한 행위로 비춰질 여지가 있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의 시각은 전혀 달랐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느꼈을 정신적인 충격과 사회적 명예 실추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하며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3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8세였던 초등학생 B 군은 인천의 한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 1개를 결제하지 않은 채 매장을 나갔다. CCTV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한 업주 A 씨는 B 군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캡처 사진을 출력했다. 그리고 그 위에 양심 있는 문화인이 됩시다라는 문구를 적어 가게 문에 붙였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장소에 어린아이의 실수가 박제된 셈이다.

하지만 업주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B 군이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에도 해당하지 않는 어린 나이라 경찰로부터 불송치 결정을 받자, A 씨는 다시 한번 같은 사진을 가게에 게시했다. 7월부터 9월까지 약 두 달 동안 사진을 다시 붙여둔 것이다. 재판부는 이 대목을 유죄 판결의 핵심 근거로 삼았다. 부모가 아이스크림 값을 결제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반복해서 사진을 게시한 행위는 괴롭힘의 의도가 다분하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만 강변할 뿐, 피해 아동이 입었을 심리적 상처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있지 않다고 질타했다.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는 하지만, 주변 지인이나 단골 손님들이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이는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행위는 아동의 자아 형성 과정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정서적 학대 행위로 규정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무인점포 도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적으로 범인의 인적 사항을 공개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게시하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나 이번 사례처럼 아동학대 혐의로 역고소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법은 보호의 가치를 더 높게 두기 때문에 업주가 입은 경제적 피해보다 아동의 정서적 피해를 더 크게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사건은 자영업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되었다. 법은 사적 제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범죄에 대한 처벌은 수사 기관과 사법부의 몫이라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억울한 마음에 붙인 사진 한 장이 도리어 벌금 200만 원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이번 판결은, 무인점포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법적 에티켓과 아동 인권에 대한 무거운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는 격언은 결국 하나의 작품을 어떤 소리의 풍경으로 그려내는가가 연주자 고유의 철학이자 역량임을 방증한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평택아트센터 개관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슈만의 곡으로 보여준 무대는 이 명제를 다시 한번 증명해낸 경이로운 순간이었다.이날 밤은 클래식 팬들에게 여러 의미로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새롭게 문을 연 평택아트센터의 시작을 알리는 무대이자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그리고 임윤찬이라는 한국 클래식계의 거장과 신성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특히 1548년 창단되어 세계 최고(最古)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대의 무게감은 압도적이었다.지휘봉을 잡은 정명훈은 2012년부터 수석객원지휘자로 깊은 인연을 맺어온 슈타츠카펠레를 이끌며 임윤찬과 함께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무대에 올렸다.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숙성된 독일 정통의 깊은 사운드와 젊은 거장 임윤찬의 예리하고도 섬세한 해석이 조우하며 클래식의 정수를 보여주었다.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임윤찬이 한국 관객 앞에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선보인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이었다. 비록 2023년 프랑스에서 정명훈의 지휘로 같은 곡을 연주한 경험이 있었으나 국내 팬들에게는 늘 갈증으로 남아있던 레퍼토리였다. 게다가 슈만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이 1845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초연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할 때 드레스덴을 뿌리로 둔 악단과 임윤찬의 만남은 그 자체로 거대한 서사를 완성하고 있었다.19세기 당시 화려한 기교만을 앞세운 협주곡들이 유행하던 풍조 속에서 슈만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대립하는 대신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서정성에 집중했다. 임윤찬은 이러한 슈만의 의도를 완벽히 꿰뚫고 있었다. 관악기가 나지막이 던진 선율을 특유의 맑고 투명한 터치로 받아내는 모습은 마치 두 존재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한 음이 가슴을 울리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그의 과거 발언처럼 이날의 타건은 음표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숭고한 작업과도 같았다.특히 1악장 후반부의 독주 구간인 카덴차에서 임윤찬의 에너지는 폭발했다. 쉼 없이 몰아치는 건반 위로 응축된 정서가 쏟아져 나오자 객석은 순식간에 그의 환상적인 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격정적인 1악장이 마무리되자 지휘자 정명훈은 곁에 선 임윤찬을 대견한 듯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거장이 신예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이자 무대 위에서 피어난 세대를 초월한 교감의 순간이었다.2악장에서 임윤찬은 다시 절제의 미덕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돋보이기보다는 악단의 소리가 충분히 빛날 수 있도록 여백을 두며 음악의 흐름을 조율했다. 첼로가 이어받은 낭만적인 선율이 공연장 공기를 부드럽게 감쌀 때 임윤찬의 피아노는 그 뒤를 든든하게 받치며 깊은 정서적 울림을 완성했다. 이어지는 3악장에서는 다시 활기 넘치는 리듬감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연주가 모두 끝나고 마지막 음의 잔향이 사라지기도 전에 객석 곳곳에서는 뜨거운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정명훈은 환희에 찬 표정으로 임윤찬을 꼭 안아주었고 임윤찬 역시 수줍은 미소와 함께 관객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쏟아지는 환호에 화답하며 다시 건반 앞에 앉은 임윤찬은 앙코르곡으로 고다르의 조슬랭의 자장가를 선택했다. 앞선 협주곡의 격정적인 에너지를 차분하게 달래주는 감미로운 여운은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이 되었다.공연 후반부에서는 정명훈과 슈타츠카펠레가 독일 정통 사운드의 위엄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으로 시작해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로 이어지는 레퍼토리는 공연장의 개관을 축하하는 화려한 축포와 같았다. 특히 금관 악기의 웅장한 포효와 현악기군의 정교한 앙상블은 새로 개관한 평택아트센터의 훌륭한 음향 설계와 만나 더욱 선명하게 각인됐다.소리가 공간 안에서 흩어지지 않고 선명하게 맺히는 평택아트센터의 홀은 첫 무대부터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무대 양옆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가 관객의 몸을 감싸 안듯 퍼져나가는 입체적인 공간감은 향후 이 공연장이 경기 남부권의 새로운 클래식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임을 예고했다.새로운 공간의 문이 열리는 역사적인 날에 임윤찬이 남긴 슈만의 선율은 단순한 연주를 넘어 하나의 상징으로 남았다. 관객들은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소리의 풍경을 가슴에 담으며 음악이 주는 위로와 환희를 만끽했다. 젊은 천재가 그려낸 슈만의 낭만은 그렇게 평택의 밤을 금빛으로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