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반찬 김의 배신' 마른김 2년 만에 50% 폭등

2026-02-03 12:02

식탁 위의 영원한 단짝이자 국민 반찬으로 사랑받아온 김이 이제는 금값으로 불릴 만큼 귀한 몸이 되었다. 마른김 가격이 3년째 멈출 줄 모르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평소 장바구니에 가볍게 담았던 김 한 봉지가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격정보를 살펴보면 마른김(중품)의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월 하순 기준으로 10장당 1515원을 기록했다. 열흘 단위로 집계되는 순별 평균 소매가격이 1500원의 벽을 넘어선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장당 100원 수준이었던 가격이 어느덧 150원을 돌파하며 50%에 육박하는 가파른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김 가격의 상승 곡선은 지난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연간 마른김 평균 소매가격은 2023년에 전년 대비 10% 오르며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장당 100원을 넘겼고, 2024년에는 무려 25%나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에도 8%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밥상에 올리는 조미김이나 김밥용 김을 구매해야 하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비명이 나올 법한 상황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김 가격이 치솟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가장 큰 원인으로 전 세계적인 한국 김 열풍, 즉 수출 물량의 급증을 꼽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 김이 저칼로리 건강 간식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내로 유통되어야 할 물량이 해외로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김 수출량은 전년 대비 13.7%나 증가한 1억 699만 속(1속당 100장)에 달했다. 주요 수출 국가로는 일본이 18.6%로 가장 많았으며 중국, 태국, 미국, 러시아, 대만이 그 뒤를 이었다. 전 세계인이 한국의 검은 반도체라 불리는 김 맛에 빠지면서 국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해양수산부의 분석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양영진 수산정책관은 2024년 대비 2025년 생산량이 약 5000억 속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수출과 국내 소비 증가 폭이 생산량을 훨씬 앞질렀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출 단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국내 가격도 이에 동조화되는 경향이 강해 가격이 쉽게 내려가기 힘든 구조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수출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으니 국내 공급 단가 역시 덩달아 뛸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다.

 

문제는 김 가격의 폭주가 전체 수산물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김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4.9%나 급등했다. 명절 단골 손님인 조기(10.5%)와 고등어(10.3%) 역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지만 김의 상승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김을 포함한 주요 수산물 가격이 일제히 뛰면서 작년 전체 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5.9%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1%의 세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사실상 수산물이 전체 물가 불안을 자극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해양수산부는 김 생산량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지원책을 강구하는 한편, 소비자 할인지원을 통해 수출 증가가 국내 장바구니 물가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또한 김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유도하고 가격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마트에서 김 한 봉지를 집어 들 때마다 달라진 가격표를 확인해야 하는 현실은 국민 반찬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든다.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케이 푸드의 위상은 자랑스럽지만, 정작 우리 식탁에서 김이 귀한 대접을 받게 된 상황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당분간은 김 한 장도 아껴 먹어야 하는 금김 시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정명훈도 반한 임윤찬의 슈만..\"181년 전 낭만 재현\"

는 격언은 결국 하나의 작품을 어떤 소리의 풍경으로 그려내는가가 연주자 고유의 철학이자 역량임을 방증한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평택아트센터 개관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슈만의 곡으로 보여준 무대는 이 명제를 다시 한번 증명해낸 경이로운 순간이었다.이날 밤은 클래식 팬들에게 여러 의미로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새롭게 문을 연 평택아트센터의 시작을 알리는 무대이자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그리고 임윤찬이라는 한국 클래식계의 거장과 신성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특히 1548년 창단되어 세계 최고(最古)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대의 무게감은 압도적이었다.지휘봉을 잡은 정명훈은 2012년부터 수석객원지휘자로 깊은 인연을 맺어온 슈타츠카펠레를 이끌며 임윤찬과 함께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무대에 올렸다.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숙성된 독일 정통의 깊은 사운드와 젊은 거장 임윤찬의 예리하고도 섬세한 해석이 조우하며 클래식의 정수를 보여주었다.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임윤찬이 한국 관객 앞에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선보인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이었다. 비록 2023년 프랑스에서 정명훈의 지휘로 같은 곡을 연주한 경험이 있었으나 국내 팬들에게는 늘 갈증으로 남아있던 레퍼토리였다. 게다가 슈만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이 1845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초연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할 때 드레스덴을 뿌리로 둔 악단과 임윤찬의 만남은 그 자체로 거대한 서사를 완성하고 있었다.19세기 당시 화려한 기교만을 앞세운 협주곡들이 유행하던 풍조 속에서 슈만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대립하는 대신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서정성에 집중했다. 임윤찬은 이러한 슈만의 의도를 완벽히 꿰뚫고 있었다. 관악기가 나지막이 던진 선율을 특유의 맑고 투명한 터치로 받아내는 모습은 마치 두 존재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한 음이 가슴을 울리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그의 과거 발언처럼 이날의 타건은 음표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숭고한 작업과도 같았다.특히 1악장 후반부의 독주 구간인 카덴차에서 임윤찬의 에너지는 폭발했다. 쉼 없이 몰아치는 건반 위로 응축된 정서가 쏟아져 나오자 객석은 순식간에 그의 환상적인 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격정적인 1악장이 마무리되자 지휘자 정명훈은 곁에 선 임윤찬을 대견한 듯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거장이 신예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이자 무대 위에서 피어난 세대를 초월한 교감의 순간이었다.2악장에서 임윤찬은 다시 절제의 미덕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돋보이기보다는 악단의 소리가 충분히 빛날 수 있도록 여백을 두며 음악의 흐름을 조율했다. 첼로가 이어받은 낭만적인 선율이 공연장 공기를 부드럽게 감쌀 때 임윤찬의 피아노는 그 뒤를 든든하게 받치며 깊은 정서적 울림을 완성했다. 이어지는 3악장에서는 다시 활기 넘치는 리듬감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연주가 모두 끝나고 마지막 음의 잔향이 사라지기도 전에 객석 곳곳에서는 뜨거운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정명훈은 환희에 찬 표정으로 임윤찬을 꼭 안아주었고 임윤찬 역시 수줍은 미소와 함께 관객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쏟아지는 환호에 화답하며 다시 건반 앞에 앉은 임윤찬은 앙코르곡으로 고다르의 조슬랭의 자장가를 선택했다. 앞선 협주곡의 격정적인 에너지를 차분하게 달래주는 감미로운 여운은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이 되었다.공연 후반부에서는 정명훈과 슈타츠카펠레가 독일 정통 사운드의 위엄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으로 시작해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로 이어지는 레퍼토리는 공연장의 개관을 축하하는 화려한 축포와 같았다. 특히 금관 악기의 웅장한 포효와 현악기군의 정교한 앙상블은 새로 개관한 평택아트센터의 훌륭한 음향 설계와 만나 더욱 선명하게 각인됐다.소리가 공간 안에서 흩어지지 않고 선명하게 맺히는 평택아트센터의 홀은 첫 무대부터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무대 양옆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가 관객의 몸을 감싸 안듯 퍼져나가는 입체적인 공간감은 향후 이 공연장이 경기 남부권의 새로운 클래식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임을 예고했다.새로운 공간의 문이 열리는 역사적인 날에 임윤찬이 남긴 슈만의 선율은 단순한 연주를 넘어 하나의 상징으로 남았다. 관객들은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소리의 풍경을 가슴에 담으며 음악이 주는 위로와 환희를 만끽했다. 젊은 천재가 그려낸 슈만의 낭만은 그렇게 평택의 밤을 금빛으로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