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기자들 밥줄 끊었다? 워싱턴포스트의 눈물

2026-02-05 12:09

 미국 저널리즘의 상징과도 같았던 워싱턴포스트(WP)가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전체 인력의 약 30%에 해당하는 800여 명을 감원하고 스포츠부 등 주요 부서를 폐지하는 이번 조치는 디지털 시대의 격랑 속에서 방향을 잃은 전통 미디어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맷 머리 편집국장은 이번 조치가 누적된 재정 손실과 변화한 독자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의 부상으로 온라인 검색을 통한 기사 유입이 급감하고, 기사 생산성마저 저하되는 등 낡은 인쇄 매체 중심 시스템의 한계가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책임론은 2013년 WP를 인수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에게 향하고 있다. 특히 2024년 대선 당시 특정 후보 지지 사설을 내지 않기로 한 결정이 수십만 구독자 이탈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하지 못한 경영 실패의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WP의 이번 위기는 '펜타곤 페이퍼' 특종과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로 닉슨 대통령을 사임시키며 미국 현대사를 바꿨던 과거의 영광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진실 보도를 향한 집념으로 권력을 감시하던 언론의 자존심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경쟁사인 뉴욕타임스(NYT)의 성공적인 행보와 비교되며 WP의 추락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NYT는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며 지난 10년간 고용을 두 배로 늘리는 등 성장을 거듭한 반면, WP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뒤처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스포츠부, 북 섹션 등 여러 부서가 폐지되면서 WP의 콘텐츠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베이조스 체제 초대 편집국장을 지낸 마틴 배런은 이번 결정을 두고 "순식간에 브랜드를 파괴한 사례"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내외부의 우려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박강현의 충격 고백, “‘라이프 오브 파이’의 진실은 이것”

영화로 이미 검증된 서사에 숨 막히는 무대 연출이 더해진 이 작품의 한가운데, 배우 박강현이 이야기의 열쇠를 쥔 소년 ‘파이’로 서서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관객들을 자신만의 바다로 이끈다.극의 핵심은 ‘파이’가 들려주는 두 가지의 상반된 생존기다. 하나는 오랑우탄, 하이에나, 얼룩말, 그리고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의 호랑이와 함께 표류했던 경이롭고도 잔혹한 동물 우화다. 다른 하나는 난파선에서 살아남은 네 명의 인간이 극한의 상황 속에서 서로를 파멸로 이끄는 참혹한 비극이다. 박강현이 연기하는 ‘파이’는 이 두 가지 이야기를 모두 들려준 뒤, 어떤 것을 믿을지는 듣는 이의 몫으로 남긴다.배우 박강현 자신도 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앞에서 깊은 고뇌를 거듭한다. 그는 배우로서 하나의 진실을 단정 짓기보다, 두 이야기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그럼에도 그의 마음은 첫 번째 이야기, 즉 호랑이와의 기묘한 동행에 조금 더 기울어 있다. 이는 ‘파이’가 겪었을 정신적 충격과 그로 인한 환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그 기억이야말로 ‘파이’가 간직하고 싶은 유일한 진실일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하지만 박강현은 자신의 해석을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는 매일 밤 무대 위에서 관객의 호흡과 상대 배우의 에너지에 따라 미세하게 다른 선택을 내린다. 어떤 날은 호랑이와의 교감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고, 또 어떤 날은 인간들의 비극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라이프 오브 파이’는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며 그날의 진실을 완성해나가는 유기적인 생명체와 같다.이 작품의 백미는 단연 무대 위에 구현된 거대한 퍼펫(인형)들이다. 숙련된 배우들의 조종으로 살아 움직이는 호랑이와 다른 동물들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 그 자체로 감정과 생명력을 지닌 또 다른 배우로서 극의 몰입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박강현은 원작을 접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책이나 영화보다 공연을 통해 이 이야기를 처음 만났을 때의 충격과 감동이 훨씬 클 것이라고 자신한다.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이자 비영어권 첫 프로덕션이라는 타이틀을 단 한국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배우의 섬세한 연기와 압도적인 무대 기술이 결합해, 관객에게 ‘믿음’의 본질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서울에서의 여정을 곧 마무리하고, 3월에는 바다의 도시 부산에서 그 경이로운 항해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