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합당'이었나…민주당 최고위, 정면 충돌

2026-02-06 12:36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추진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유출된 하나의 문건으로 인해 폭발 직전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6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는 합당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넘어,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성토의 장으로 변질됐다. 합당 반대파 최고위원들은 이날 언론에 공개된 구체적인 합당 로드맵 문건을 근거로 '밀실 야합' 의혹을 제기하며 정 대표를 정면으로 겨눴다.

 

논란의 중심에 선 문건은 민주당 사무처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합당 절차 및 추진 일정 검토(안)'이다. 이 문건에는 합당 제안부터 최종 합당 신고까지 약 5주가 소요되는 상세한 일정과 함께, 조국혁신당 인사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는 방안까지 검토된 내용이 담겼다. 이는 단순한 실무 검토를 넘어, 사전에 짜인 각본에 따라 합당이 추진되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황명선, 강득구 등 합당에 비판적인 최고위원들은 작심한 듯 포문을 열었다. 이들은 해당 문건이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는 식의 '답정너' 합당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며, 결국 당원들을 거수기로 동원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격한 비판까지 터져 나왔다. 이들은 합당 논의의 즉각적인 중단과 정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회의 내내 침묵을 지키던 정청래 대표는 자신 역시 문건의 존재를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며 선을 그었다. 최고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지는 동안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그는, 회의 말미에 추가 발언을 통해 "공식 회의에 보고되거나 논의된 바 없는 실무자 작성 문건"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문건 유출 사고'로 규정하고, 사무총장에게 유출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지시하며 논점 전환을 시도했다.

 


당 공보국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 1월 22일 정 대표의 합당 제안 이후, 당헌·당규에 따른 절차와 과거 사례를 정리한 실무 자료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 내에서는 이미 신뢰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이번 문건 파동은 합당 찬반이라는 기존의 갈등 구도에 '절차적 투명성'과 '리더십 신뢰'라는 새로운 뇌관을 더한 셈이 됐다. '필승 카드'가 될 것이라던 합당 논의가 오히려 당의 분열상만 극명하게 노출시키며 '필망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화되고 있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작품이 아닌 '물건'으로 만나는 한국 미술 거장들

통해 그들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기획전 ‘네 장미에게 보낸 시간 – 미술인의 방 × 오브제’를 2026년 새해 첫 전시로 선보인다.이번 전시는 완성된 작품 너머, 예술가의 손때 묻은 사물들에 집중한다. 창작의 연장선이자 삶의 일부였던 물건들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 미술가와 평론가들의 다층적인 면모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작업 구상을 담은 드로잉북부터 지인과 나눈 편지, 신문 스크랩북, 생전 사용하던 유품 등 총 80여 점의 아카이브가 관람객을 맞는다.특히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들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이 흥미롭다. 앵포르멜 운동의 주역 최기원의 초기 작품을 비롯해, 김구림의 부채 그림과 1970년대 오브제, 행위예술가 정찬승이 실제 사용했던 '장미여관' 간판과 퍼포먼스 기록물 등은 당시의 전위적인 시대정신을 생생하게 증언한다.전시는 평면과 기록물을 넘어 다양한 입체 작품으로 확장된다. 현대 도예 1세대로 꼽히는 조정현의 작품부터 극사실주의 도예로 생명의 순환을 표현한 고성종, 빗살무늬 토기의 현대적 재해석을 보여준 박순관의 항아리까지,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작품들이 함께 소개되어 풍성함을 더한다.또한, 예술가들의 일상과 사유를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 대거 공개된다. 화가 장두건이 1950년대 파리에서 직접 사용했던 화구 세트, 박창돈의 붓통과 드로잉북, 조평휘가 정성껏 모아둔 자신의 신문 삽화 스크랩북, 미술평론가 임영방의 르네상스 미술사 원고 등은 예술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게 한다.근현대 미술가들의 삶과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2월 9일에 개막하여 3월 30일까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