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가 밀고 최민정이 날았다, 8년 만의 금빛 드라마

2026-02-20 13:29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8년 만에 올림픽 3000m 계주 정상의 자리를 되찾았다. 최민정, 심석희, 김길리, 노도희로 구성된 대표팀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결승에서 환상적인 팀워크를 선보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 금메달의 영광 뒤에는 7년 넘게 이어진 두 에이스, 최민정과 심석희의 깊은 갈등과 극적인 화해의 서사가 숨어 있었다.

 

한때 여자 쇼트트랙의 '투톱'으로 불렸던 두 선수의 관계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얼어붙었다. 당시 불거진 '고의 충돌' 의혹은 두 사람 사이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이후 대표팀의 전력은 눈에 띄게 약화됐다. 계주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푸시' 동작이 사라졌고, 선수 간의 불화는 조직력 와해로 이어져 지난 시즌 월드컵 시리즈 전패라는 최악의 부진으로 나타났다.

 


쇼트트랙 계주에서 신장이 큰 선수가 가속을 붙여 작은 선수를 힘껏 밀어주는 것은 승리를 위한 필수 전략이다. 하지만 두 선수의 갈등으로 인해 176cm의 장신인 심석희가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최민정을 밀어주는 장면은 한동안 볼 수 없었다. 이는 대표팀이 가진 전력의 절반도 채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변화의 시작은 올 시즌 주장을 맡은 최민정의 결단에서 비롯됐다. 자신의 마지막이 될지 모를 올림픽 무대를 앞두고, 그는 개인적인 감정을 내려놓고 팀의 승리라는 대의를 선택했다. 지난해 10월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심석희가 최민정의 엉덩이를 밀어주는 장면이 포착되었고, 이는 7년간의 불화를 씻어내는 상징적인 '화해의 터치'로 받아들여졌다.

 


최민정의 결단은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밀라노 올림픽 결승에서 심석희는 혼신의 힘으로 최민정을 밀었고, 그 추진력을 받은 최민정은 폭발적인 스피드로 질주하며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경기가 끝난 후, 8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선 심석희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고, 선수들은 태극기를 들고 기쁨을 만끽했다.

 

이들의 드라마는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 일본 매체는 "오랜 갈등을 넘어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염원하던 금메달을 획득했다"고 보도하며 두 사람의 복잡한 인연을 조명했다. 다만, 금메달의 기쁨 속에서도 두 사람이 시상식이나 기자회견에서 나란히 서지 않는 등 여전히 거리감을 두는 모습을 보이며, 이들의 화해가 아직은 '현재 진행형'임을 시사했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인사동에서 꼭 봐야 할 '시간을 엮는' 그림 전시

간과 기억, 감정의 지층을 파고드는 작가의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선보이는 자리다. 작가는 색과 선의 무수한 중첩을 통해 도시 공간을 새롭게 해석한다.김란의 캔버스는 두 가지 시선을 요구한다. 멀리서는 질서정연한 도시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지만, 한 걸음 다가서는 순간 캔버스를 가득 메운 실오라기 같은 선들의 압도적인 밀도와 마주하게 된다. 이 풍경들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작가가 전국을 다니며 마주한 실제 장소들에서 비롯됐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이라는 필터를 거친 도시의 모습은 캔버스 위에서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풍경으로 재탄생한다.작품 속에는 사람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작가는 빛의 섬세한 표현과 건물들의 밀도 조절을 통해 그 공간을 스쳐간 무수한 삶의 흔적과 이야기를 암시한다. 특히 하늘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듯한 '버드뷰' 구도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묘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보는 이로 하여금 아련한 향수(노스탤지어)에 젖게 만든다.작업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수행과 같다. 캔버스에 밑그림을 그린 뒤 모르타르 미디엄을 섞어 질감을 만들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수만 번의 선을 반복적으로 쌓아 올린다. 푸른색, 붉은색, 혹은 흑백의 단색으로 쌓인 색층은 특정 시간대의 빛을 머금은 듯, 기억 저편에 남은 감정의 잔상을 화면 위로 불러온다.한 미술 전문가는 김란의 작업을 두고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하나의 직물처럼 엮어내는 치유의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캔버스의 측면까지 쉼 없이 이어지는 선의 흔적들은 이 작품을 위해 작가가 쏟아부은 엄청난 시간과 노동의 깊이를 묵묵히 증명한다.작가는 자신의 그림이 관람객 각자의 마음속에 봉인된 기억을 꺼내 보는 계기가 되고, 따뜻한 위로의 상징으로 다가가기를 희망한다. 이번 전시는 도시라는 공간에 스며든 시간의 결을 따라 작가의 감각과 관람객의 기억이 어떻게 조우하고 공명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