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통합, '졸속 추진' 비판 속 곳곳서 파열음

2026-02-23 13:20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물살을 타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통합 광역의회 의석수 조정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경북도의회 의원 수가 대구시의회보다 월등히 많은 상황에서 통합이 이뤄질 경우, 대구 지역의 대표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현재 대구시의회 의석은 33석, 경북도의회는 60석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산술적으로 통합의회가 구성되면 경북 출신 의원들이 수적 우위를 점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등 주요 보직을 독식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는 대구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구 대표성 문제도 심각하다. 대구시의원 1명이 약 7만 2천 명을 대표하는 반면, 경북도의원은 4만 3천 명을 대표한다. 현행 의석수대로 통합하면 대구 시민의 한 표 가치가 경북 도민보다 낮게 평가되는 '과소 대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구시의원 33명 전원은 성명을 내고 의원 정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추진되는 통합의회 구성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구조적 불균형이 대구 시민의 대표성과 정책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출신 의회에 따른 편 가르기와 갈등을 우려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현행 광역의회 선거구 획정 기준을 문제 삼으며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구조적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대구 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 역시 시민 의사가 배제된 '졸속 행정통합'이라며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행정통합 특별법안에 지역 대표성을 고려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특례 조항이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충분한 공론화와 합의 과정 없이 통합이 강행될 경우, 지역 간 갈등의 불씨만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인사동에서 꼭 봐야 할 '시간을 엮는' 그림 전시

간과 기억, 감정의 지층을 파고드는 작가의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선보이는 자리다. 작가는 색과 선의 무수한 중첩을 통해 도시 공간을 새롭게 해석한다.김란의 캔버스는 두 가지 시선을 요구한다. 멀리서는 질서정연한 도시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지만, 한 걸음 다가서는 순간 캔버스를 가득 메운 실오라기 같은 선들의 압도적인 밀도와 마주하게 된다. 이 풍경들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작가가 전국을 다니며 마주한 실제 장소들에서 비롯됐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이라는 필터를 거친 도시의 모습은 캔버스 위에서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풍경으로 재탄생한다.작품 속에는 사람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작가는 빛의 섬세한 표현과 건물들의 밀도 조절을 통해 그 공간을 스쳐간 무수한 삶의 흔적과 이야기를 암시한다. 특히 하늘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듯한 '버드뷰' 구도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묘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보는 이로 하여금 아련한 향수(노스탤지어)에 젖게 만든다.작업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수행과 같다. 캔버스에 밑그림을 그린 뒤 모르타르 미디엄을 섞어 질감을 만들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수만 번의 선을 반복적으로 쌓아 올린다. 푸른색, 붉은색, 혹은 흑백의 단색으로 쌓인 색층은 특정 시간대의 빛을 머금은 듯, 기억 저편에 남은 감정의 잔상을 화면 위로 불러온다.한 미술 전문가는 김란의 작업을 두고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하나의 직물처럼 엮어내는 치유의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캔버스의 측면까지 쉼 없이 이어지는 선의 흔적들은 이 작품을 위해 작가가 쏟아부은 엄청난 시간과 노동의 깊이를 묵묵히 증명한다.작가는 자신의 그림이 관람객 각자의 마음속에 봉인된 기억을 꺼내 보는 계기가 되고, 따뜻한 위로의 상징으로 다가가기를 희망한다. 이번 전시는 도시라는 공간에 스며든 시간의 결을 따라 작가의 감각과 관람객의 기억이 어떻게 조우하고 공명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