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한 줄 5천원 시대, 이 음식이 '혜자'로 불리는 이유

2026-03-03 13:42

 치솟는 물가에 외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음식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뒤바뀌고 있다. 과거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던 메뉴들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지로 재평가받는 반면, 대표적인 서민 음식들은 이제 부담스러운 가격표를 달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떡볶이다. 2010년대 초반, 1만 4천원이라는 가격으로 등장한 '동대문엽기떡볶이'는 당시 길거리 음식의 대명사인 떡볶이치고는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10년 넘게 주요 메뉴 가격을 동결한 사이 다른 외식 물가가 급등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3~4인분의 푸짐한 양을 고려하면 1인당 부담액이 저렴해 이제는 '혜자' 음식으로 불린다.

 


족발이나 치킨 같은 메뉴들도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 한때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으로 여겨졌던 족발은 1인분에 2만원을 넘나드는 삼겹살 가격과 비교되며 오히려 합리적인 육류 메뉴로 인식되고 있다. 2만원대에 진입한 치킨 역시 두 사람이 나눠 먹으면 1인당 1만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여전히 훌륭한 가성비 선택지로 꼽힌다.

 

반면, 대표적인 서민 음식들은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천원 김밥'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제는 김밥 한 줄 가격이 3,500원을 넘어 5,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라면과 김밥만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던 시절은 지나, 이제 김밥과 라면 세트가 1만원에 달하는 시대가 되었다.

 


저가 피자의 상징이었던 '피자스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5,000원짜리 치즈피자는 9,000원 가까이 올랐고, 인기 있는 메뉴에 토핑을 추가하면 2만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이 때문에 할인 혜택을 적용한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져 '가성비'라는 장점이 퇴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지속적인 물가 상승은 소비자들의 메뉴판을 다시 쓰게 만들고 있다. 절대적인 가격보다는 양과 구성, 1인당 비용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과거의 가격표에 대한 고정관념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우아한 위선'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정직한 야만'의 시대

지원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의 재등장은 이 구도를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문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교수는 신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트럼프의 복귀가 기존의 세계 질서에 종언을 고했다고 분석한다.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치의 문제가 아닌 철저한 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의 최우선 과제는 중국 견제이며, 이를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다. 북극항로 개발과 같은 경제적 이익 또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얻으려는 계산이다. 이러한 접근은 '미국-유럽-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서던 기존의 단일대오를 완전히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트럼프의 등장으로 국제 정세는 '미국-러시아' 대 '유럽-우크라이나'라는 전례 없는 대결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이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저물고, 노골적인 강대국 정치가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강대국들도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최소한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불필요한 '힘이 곧 규칙'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저자는 이를 '우아한 위선'이 사라지고 '정직한 야만'이 지배하는 시대의 시작이라고 규정한다.전쟁의 근본 원인에 대한 시각차도 뚜렷하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푸틴의 '소련 부활'이라는 영토적 야망을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트럼프는 '나토의 동진과 우크라이나의 가입 시도'가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본다. 책은 푸틴이 소련 부활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불필요하다고 여겼으며, 2014년 돈바스 지역의 합병 요구를 거절하고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던 점 등을 근거로 후자의 손을 들어준다. 전쟁의 핵심은 영토가 아닌 나토 문제였다는 것이다.결국 전쟁 종식의 열쇠는 양국의 '안전 보장' 문제에 달려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절대 불가하다는 '문서화된 약속'을 요구하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재침공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구속력 있는 조치'를 원한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요구가 서로를 완전히 부정하는, 양립 불가능한 성격을 띤다는 점이다. 한쪽의 안전이 다른 한쪽의 위협으로 인식되는 안보 딜레마의 전형이다.이 책은 전쟁의 원인과 경과, 그리고 트럼프의 등장으로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북한군 참전설의 실체부터 트럼프가 과연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까지, 13가지 핵심 쟁점을 통해 냉혹한 국제 정치의 현실을 파헤친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