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대박 난 K-PC방, 그 비결은 다름아닌 '라면'

2026-03-23 13:32

 베트남 호치민의 중심가에 한국의 PC방 문화가 새로운 형태로 상륙했다. 최신 게임 환경과 K-푸드의 대표 주자인 라면을 결합한 '레드포스 PC 아레나'가 문을 열며 현지 젊은 층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게임 공간을 넘어,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체험하는 새로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레드포스 PC 아레나는 현지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자랑한다. 모든 좌석에 최신 고사양 PC를 배치하고 초고속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여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 등 인기 게임을 끊김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주문 시스템과 현지 필수 메신저인 '잘로'를 기본 탑재하는 등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이곳의 핵심 경쟁력은 단순히 최고 사양의 PC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식문화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 있다. 특히 e스포츠 구단 농심 레드포스와의 연계를 통해 정체성을 강화하고, 한국 라면을 중심으로 한 독특한 F&B(식음료) 경험을 제공한다. 매장 내 주방은 일반 PC방보다 훨씬 큰 규모로 설계되어, 게임의 '부속'이 아닌 '주인공'으로서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메뉴의 중심에는 단연 한국 라면이 있다. 신라면과 짜파게티가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는 K-콘텐츠를 통해 한국 라면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높아진 덕분이다. 한국 PC방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라면 조리기와 쿠쿠 밥솥을 직접 공수했으며, 쌀 역시 현지 최고급 품종을 고집하는 등 품질에 심혈을 기울였다.

 


주목할 점은 현지화를 위한 세심한 노력이다. 모든 한국 라면에는 베트남 식문화를 반영해 계란 후라이를 기본으로 제공하면서도, 한국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기 위해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고수는 넣지 않는 원칙을 세웠다. 이는 문화적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K-푸드의 오리지널리티를 지키려는 영리한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가오픈 기간부터 현지 게이머는 물론,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인과 관광객들의 발길까지 사로잡으며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당초 우려와 달리 라면 판매가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면서, 게임과 음식을 결합한 한국형 PC방 모델의 해외 성공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부산행' 연상호 감독, 이번엔 좀비 소설로 돌아왔다

혼녘에 작가의 꿈을 이룬 인물의 담담한 에세이다. 각각 재난 속 인간의 본성과 평범한 일상 속 삶의 의미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먼저 '닥터 아포칼립스'는 영화 '부산행'으로 K-좀비 신드롬을 일으킨 연상호 감독과 공포 소설계의 강자 전건우 작가가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소설은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깨어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참치잡이 배를 통해 국내에 유입되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순식간에 서울 홍대 한복판은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한다.작품은 단순한 재난 서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바이러스 감염자를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인류를 위협하는 '괴물'로 취급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첨예한 윤리적 딜레마를 파고든다. 극한의 혼돈 속에서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붕괴하고, 그 안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시험받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사회 비판적 시선이 돋보인다.전혀 다른 결에서 깊은 울림을 주는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는 일본 작가 와카다케 치사코의 산문집이다. 평생을 평범한 주부로 살아온 저자는 55세에 남편과 사별한 뒤, 오랜 꿈이었던 글쓰기를 시작했다. 8년의 습작 끝에 완성한 첫 소설로 63세의 나이에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거머쥐며 문단에 파란을 일으켰다.이 책은 역대 최고령 신인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 저자가 걸어온 삶의 궤적과 내면의 사유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갑작스럽게 혼자가 된 노년의 일상,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 그리고 소소한 기쁨들을 솔직하고 담백한 문체로 그려내 독자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한 권은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해부하고, 다른 한 권은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다시 일어서는 법을 이야기한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삶의 의미를 묻는 두 작품은 올가을 독서가들에게 풍성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