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과 방송사의 정면충돌, '그알' 사태의 전말은?

2026-03-24 14:10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조폭 연루설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사과를 요구하면서 시작된 논란이 정치권 전반의 대리전으로 번지고 있다. 해당 의혹을 제기했던 인물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이 대통령은 프로그램의 책임을 물었고, 이는 언론의 책임과 정치 권력의 관계에 대한 해묵은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이 대통령의 요구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이를 '언론 길들이기'라며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내면서 국면은 전환됐다. 노조는 대통령의 직접적인 사과 요구가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비판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범여권은 즉각 SBS 노조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의혹을 SBS가 보도했던 사례를 소환하며, 당시의 허위 보도에 대해 사과한 적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는 SBS 노조의 비판이 선택적이며 이중잣대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또한 이 대통령의 입장에 동조하며 가세했다. 그는 자신 역시 허위 보도로 인한 '조리돌림'의 피해자라며 동병상련의 심정을 표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시절 언론 탄압에는 침묵하던 SBS 노조가 이제 와서 권리만 주장한다며, 언론의 책임 있는 자세를 강하게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행보를 '권력형 갑질'로 규정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특정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것은 언론을 '윽박지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신동욱 최고위원 역시 이를 전형적인 권력 남용 사례로 규정하며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의 공방이 격화되자 이 대통령은 SBS 노조의 반발에 대해 "언론의 자유가 무한한 특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직접 반박했다. 그는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강조하며, 허위 보도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언론에 요구함으로써 이번 사태의 본질이 '언론 탄압'이 아닌 '언론 책임'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부산행' 연상호 감독, 이번엔 좀비 소설로 돌아왔다

혼녘에 작가의 꿈을 이룬 인물의 담담한 에세이다. 각각 재난 속 인간의 본성과 평범한 일상 속 삶의 의미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먼저 '닥터 아포칼립스'는 영화 '부산행'으로 K-좀비 신드롬을 일으킨 연상호 감독과 공포 소설계의 강자 전건우 작가가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소설은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깨어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참치잡이 배를 통해 국내에 유입되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순식간에 서울 홍대 한복판은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한다.작품은 단순한 재난 서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바이러스 감염자를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인류를 위협하는 '괴물'로 취급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첨예한 윤리적 딜레마를 파고든다. 극한의 혼돈 속에서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붕괴하고, 그 안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시험받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사회 비판적 시선이 돋보인다.전혀 다른 결에서 깊은 울림을 주는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는 일본 작가 와카다케 치사코의 산문집이다. 평생을 평범한 주부로 살아온 저자는 55세에 남편과 사별한 뒤, 오랜 꿈이었던 글쓰기를 시작했다. 8년의 습작 끝에 완성한 첫 소설로 63세의 나이에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거머쥐며 문단에 파란을 일으켰다.이 책은 역대 최고령 신인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 저자가 걸어온 삶의 궤적과 내면의 사유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갑작스럽게 혼자가 된 노년의 일상,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 그리고 소소한 기쁨들을 솔직하고 담백한 문체로 그려내 독자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한 권은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해부하고, 다른 한 권은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다시 일어서는 법을 이야기한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삶의 의미를 묻는 두 작품은 올가을 독서가들에게 풍성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