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치' 실시간 트렌드 등극, 대체 무슨 일이?

2026-03-24 13:48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최근 미국 방문이 외교적 성과가 아닌 태도 논란으로 전 세계적인 화제의 중심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기간 동안 보인 그의 일련의 행동들이 국가 정상으로서 적절했는지를 두고 온라인과 정치권에서 거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백악관이 공개한 영상에서 비롯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 복도를 걷던 다카이치 총리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초상화 자리에 걸린 '자동 서명기(오토펜)' 사진을 보고 박장대소했다. 이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의혹을 조롱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로 해석됐는데, 다카이치 총리가 이에 동조하듯 크게 웃는 모습이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을 낳았다.

 


만찬장에서의 모습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백악관 군악대가 다카이치 총리의 애창곡으로 알려진 엑스 재팬의 '러스티 네일'을 연주하자, 그는 흥에 겨운 듯 양팔을 번쩍 들고 춤을 추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다. 이 사진이 공개되자, 엄숙한 외교 무대에서 보인 지나치게 가벼운 처신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비판 여론은 일본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확산됐다. 일본의 한 야당 의원은 "두 눈을 의심했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SNS에서는 한때 '#다카이치사나에는일본의수치'라는 해시태그가 퍼져나갔다. 일본의 한 시사주간지는 '추태'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사용하며 그의 행동을 꼬집었고, 악수를 청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안은 것 또한 문제 삼았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의 행동이 트럼프 대통령의 환대에 화답하고 양국 간의 친밀함을 과시하려는 계산된 외교적 제스처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외교란 정해진 격식보다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미국과의 우호 관계 유지를 위한 전략적 행동이었다는 옹호론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아부 외교'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 대학 교수는 다카이치 총리의 방미가 결국 미국의 요구에 따른 막대한 투자 부담만 짊어지고 온 '외교적 패배'라고 평가하며, 상대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하기보다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노련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부산행' 연상호 감독, 이번엔 좀비 소설로 돌아왔다

혼녘에 작가의 꿈을 이룬 인물의 담담한 에세이다. 각각 재난 속 인간의 본성과 평범한 일상 속 삶의 의미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먼저 '닥터 아포칼립스'는 영화 '부산행'으로 K-좀비 신드롬을 일으킨 연상호 감독과 공포 소설계의 강자 전건우 작가가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소설은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깨어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참치잡이 배를 통해 국내에 유입되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순식간에 서울 홍대 한복판은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한다.작품은 단순한 재난 서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바이러스 감염자를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인류를 위협하는 '괴물'로 취급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첨예한 윤리적 딜레마를 파고든다. 극한의 혼돈 속에서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붕괴하고, 그 안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시험받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사회 비판적 시선이 돋보인다.전혀 다른 결에서 깊은 울림을 주는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는 일본 작가 와카다케 치사코의 산문집이다. 평생을 평범한 주부로 살아온 저자는 55세에 남편과 사별한 뒤, 오랜 꿈이었던 글쓰기를 시작했다. 8년의 습작 끝에 완성한 첫 소설로 63세의 나이에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거머쥐며 문단에 파란을 일으켰다.이 책은 역대 최고령 신인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 저자가 걸어온 삶의 궤적과 내면의 사유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갑작스럽게 혼자가 된 노년의 일상,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 그리고 소소한 기쁨들을 솔직하고 담백한 문체로 그려내 독자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한 권은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해부하고, 다른 한 권은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다시 일어서는 법을 이야기한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삶의 의미를 묻는 두 작품은 올가을 독서가들에게 풍성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