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에 꺼내든 5부제 카드, 과연 효과 있을까?

2026-03-25 14:13

 중동발 원유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부문 차량 5부제가 25일부터 의무 시행되었지만,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 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이번 조치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비교적 잘 지켜지는 듯했으나, 일부 기관에서는 사전 안내 부족과 허술한 관리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5부제는 과거 권고 수준을 넘어 위반 시 징계까지 가능한 강력한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시행 첫날부터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충북 지역에서는 5부제 시행을 인지하지 못한 직원들이 차를 몰고 출근했다가 되돌아가는 사례가 속출했다. 도청과 시청 등 주요 공공기관은 주차 공간 부족으로 외부 주차장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곳은 공공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5부제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어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괴산, 충주 등 다른 시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며 제도의 허점을 보였다.

 


전북 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전북도청 진입이 통제된 차량들이 청사 주변 도로에 불법 주정차를 일삼으면서 일대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버렸다. 일부 운전자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차단기가 열린 틈을 타 '꼬리물기'로 진입하는 얌체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강력한 시행에 타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의 당혹감은 더욱 컸다.

 

반면 대전과 충남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5부제가 시행되었다. 대전시는 자치구와 산하기관은 물론 중앙부처, 국공립대까지 공문을 보내 강력한 시행을 주문하고, 위반 시 징계까지 포함된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충남도 역시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5부제를 권고 시행해왔다며 적극적인 동참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공공기관 직원들 사이에서는 5부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많은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5부제를 시행해왔기 때문에, 이번 의무화 조치가 실제 에너지 절약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반응이다. 일부 직원들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불편도 문제로 떠올랐다. 충남도청 관계자는 도청 소재지의 특성상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직원들의 불편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에너지 위기 극복이라는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한 세심한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아버지는 그리고 아들은 지웠다

로 어떻게 계승되고 변주되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4월 2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단순히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부자·부녀·모자 등 가족이라는 긴밀한 관계 속에서 형성된 '예술가 가문'의 작가 정신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1세대가 일궈낸 미학적 토양 위에서 2세대와 3세대가 각자의 시대적 언어로 꽃피운 작품들은 한국 현대미술의 뿌리와 줄기, 그리고 잎사귀가 어떤 생명력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관통하는 전설적인 가문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이다. 국민 화가 박수근을 시작으로 아들 박성남, 손자 박진흥으로 이어지는 3대 작가의 작업은 세대를 거치며 정서적 원형이 어떻게 유지되고 혁신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사례다. 여기에 한국 인상주의의 선구자 오지호와 그의 아들 오승우, 오승윤 삼부자의 작품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한국 채색화의 거장 천경자와 그의 딸 수미타김의 작업은 모녀라는 특수한 관계 속에서 피어난 예술적 공명과 차별화된 미학적 시도를 극명하게 대조시키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이순심 갤러리나우 대표는 맥을 잇는 행위가 단순한 모방이나 답습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앞선 세대가 구축한 예술적 세계관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을 투영해 재해석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계승이자 창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부모 세대의 명성에 안주하기보다, 그들이 남긴 예술적 유산을 자양분 삼아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미술이 가진 정체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예술의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전시의 구조는 ‘보존과 변주’라는 두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정교하게 설계되었다. 부모 세대가 엄격하게 지켜온 예술적 가치와 기법이 보존의 영역이라면, 자녀 세대가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실험적 시도들은 변주의 영역에 해당한다. 관람객들은 박수근의 소박한 질감이 손자 세대에서 어떻게 빛과 색채의 변주로 치환되었는지, 오지호의 남도 빛깔이 아들들의 작업에서 어떻게 현대적인 향토색으로 재구성되었는지를 실시간으로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이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강물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흐르면서도 결국 하나의 바다로 향하는 예술적 여정을 지켜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이러한 예술가 가문의 전통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서양 미술사에서도 브뢰헬, 홀바인, 젠틸레스키, 와이어스 가문처럼 대를 이어 예술적 성취를 이룬 사례는 무수히 많다. 갤러리나우는 이번 전시를 통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술이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사회 단위를 통해 어떻게 전수되고 발전해왔는지를 조명한다. 2006년 개관 이후 20년 동안 묵묵히 한국 미술의 현장을 지켜온 갤러리나우의 역사 자체가 이번 전시의 주제인 '유산'과 맞닿아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과거의 거장과 현재의 중견, 미래의 신예가 한 공간에서 조우하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한국 미술의 생태계를 상징한다.전시는 단순한 가족 서사를 넘어 한국 현대미술의 구조적 층위를 입체적으로 복원해낸다. 1세대가 척박한 환경에서 일궈낸 미학적 기반은 2세대의 확장을 거쳐 3세대의 자유로운 표현으로 진화하며 한국 미술의 외연을 넓혀왔다. 갤러리나우는 이번 기획전을 통해 예술가 가문이 지닌 사회적 역할과 그들이 남긴 문화적 자산의 가치를 재평가하고자 한다. 4월 한 달간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단단한지, 그리고 그 줄기에서 뻗어 나온 새로운 가지들이 어떤 방향으로 하늘을 향해 자라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증명하는 기록이자 목격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