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두 얼굴, 독이 될까 약이 될까?…빅테크의 고민

2026-03-25 14:07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삶을 혁신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그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AI가 생화학 무기나 고성능 폭발물 제조 등 치명적인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서둘러 방어선 구축에 나섰다. 이들 기업은 AI 모델이 위험한 정보를 생성하지 못하도록 막는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설계하기 위해, 거액의 연봉을 내걸고 무기 및 생화학 전문가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AI 챗봇 '클로드' 개발사 앤스로픽은 최근 화학무기 및 고성능 폭발물 정책 매니저 채용 공고를 냈다. 무기 방어 분야에서 5년 이상 경력을 가진 박사급 전문가를 대상으로, 연봉은 최대 4억 원을 훌쩍 넘는다. 앤스로픽의 이러한 움직임은 'AI 시스템의 치명적인 오용 방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미 국방부와의 협력에 선을 그었던 만큼, 자사 AI 모델이 살상 무기 개발에 활용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챗GPT'의 아버지 오픈AI 역시 AI가 핵·화학 무기와 관련된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미 국방부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AI의 군사적 활용 범위를 사이버 보안이나 물류 최적화 등으로 한정하고 사람을 해치거나 무기를 개발하는 데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픈AI는 AI 모델의 위험을 식별하고 관리하는 팀에 생화학 위협 분석가 등을 채용하고 있으며, 업계 최고 수준인 6억 원대의 연봉을 제시하며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AI의 잠재적 위험성을 인지하고 관련 전문가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픈AI의 최대 투자자이기도 한 MS는 이미 2023년부터 전문 레드팀을 운영하며 AI가 생화학 무기 제조법이나 규제 약물 합성 방법 등을 알려주지 못하도록 방어 체계를 시험하고 있다.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를 운영하는 구글은 바이오 보안 전담팀을 두고 있으며, 앤스로픽 등과 함께 생화학 무기 관련 안전 표준을 만드는 데 협력하고 있다. 오픈소스로 모델을 공개하는 메타는 모델 배포 전 수천 개의 위험 질문을 던져 답변을 거부하도록 학습시키는 데 생화학 전문가들을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빅테크 기업들이 AI의 윤리적 방어선 구축에 힘을 쏟는 것은,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인류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AI 기술이 전쟁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경우, 윤리적 잣대는 무의미해질 수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 끌려가지 않고 최소한의 안전선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격 기술과 방어 기술은 항상 함께 발전하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노력이 완벽한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기술의 오용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으며, 기술 발전의 속도에 맞춰 윤리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아버지는 그리고 아들은 지웠다

로 어떻게 계승되고 변주되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4월 2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단순히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부자·부녀·모자 등 가족이라는 긴밀한 관계 속에서 형성된 '예술가 가문'의 작가 정신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1세대가 일궈낸 미학적 토양 위에서 2세대와 3세대가 각자의 시대적 언어로 꽃피운 작품들은 한국 현대미술의 뿌리와 줄기, 그리고 잎사귀가 어떤 생명력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관통하는 전설적인 가문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이다. 국민 화가 박수근을 시작으로 아들 박성남, 손자 박진흥으로 이어지는 3대 작가의 작업은 세대를 거치며 정서적 원형이 어떻게 유지되고 혁신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사례다. 여기에 한국 인상주의의 선구자 오지호와 그의 아들 오승우, 오승윤 삼부자의 작품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한국 채색화의 거장 천경자와 그의 딸 수미타김의 작업은 모녀라는 특수한 관계 속에서 피어난 예술적 공명과 차별화된 미학적 시도를 극명하게 대조시키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이순심 갤러리나우 대표는 맥을 잇는 행위가 단순한 모방이나 답습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앞선 세대가 구축한 예술적 세계관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을 투영해 재해석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계승이자 창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부모 세대의 명성에 안주하기보다, 그들이 남긴 예술적 유산을 자양분 삼아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미술이 가진 정체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예술의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전시의 구조는 ‘보존과 변주’라는 두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정교하게 설계되었다. 부모 세대가 엄격하게 지켜온 예술적 가치와 기법이 보존의 영역이라면, 자녀 세대가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실험적 시도들은 변주의 영역에 해당한다. 관람객들은 박수근의 소박한 질감이 손자 세대에서 어떻게 빛과 색채의 변주로 치환되었는지, 오지호의 남도 빛깔이 아들들의 작업에서 어떻게 현대적인 향토색으로 재구성되었는지를 실시간으로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이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강물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흐르면서도 결국 하나의 바다로 향하는 예술적 여정을 지켜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이러한 예술가 가문의 전통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서양 미술사에서도 브뢰헬, 홀바인, 젠틸레스키, 와이어스 가문처럼 대를 이어 예술적 성취를 이룬 사례는 무수히 많다. 갤러리나우는 이번 전시를 통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술이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사회 단위를 통해 어떻게 전수되고 발전해왔는지를 조명한다. 2006년 개관 이후 20년 동안 묵묵히 한국 미술의 현장을 지켜온 갤러리나우의 역사 자체가 이번 전시의 주제인 '유산'과 맞닿아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과거의 거장과 현재의 중견, 미래의 신예가 한 공간에서 조우하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한국 미술의 생태계를 상징한다.전시는 단순한 가족 서사를 넘어 한국 현대미술의 구조적 층위를 입체적으로 복원해낸다. 1세대가 척박한 환경에서 일궈낸 미학적 기반은 2세대의 확장을 거쳐 3세대의 자유로운 표현으로 진화하며 한국 미술의 외연을 넓혀왔다. 갤러리나우는 이번 기획전을 통해 예술가 가문이 지닌 사회적 역할과 그들이 남긴 문화적 자산의 가치를 재평가하고자 한다. 4월 한 달간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단단한지, 그리고 그 줄기에서 뻗어 나온 새로운 가지들이 어떤 방향으로 하늘을 향해 자라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증명하는 기록이자 목격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