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가격 한 달 만에 70% 폭등, 국내 산업계 올스톱 위기

2026-03-27 14:12

 중동 분쟁의 여파로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나프타 수급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국내 산업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는 페인트, 플라스틱, 합성섬유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수많은 제품의 핵심 원료다. 그러나 최근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으로 공급망이 막히면서 국내 기업들은 생산 중단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페인트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주요 페인트 업체들의 나프타 재고는 한 달 치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자 업체들은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원자재 자체가 없어 공장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팽배하다.

 


나프타 공급 차질은 석유화학 단지의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주요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이 눈에 띄게 떨어졌으며, 이는 관련 산업 생태계 전반의 연쇄적인 충격으로 번질 수 있다. 정부가 나프타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내수용과 수출용의 성질이 달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 현장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원자재 수급난과 물류비 급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레미콘 업계는 경유 가격 상승으로,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 가격 상승 가능성으로 각각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는 결국 공사 지연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건설 경기 침체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나프타 파동은 이제 산업계를 넘어 민생 경제까지 위협하고 있다.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폴리에틸렌(PE) 공급 차질 우려에 식품 포장재 생산 중단 가능성이 제기되고, 이는 종량제 봉투 사재기 현상으로까지 번졌다. 정부가 재고는 충분하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원자재 수급난, 수출 지연, 주문 취소 등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입선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운임 상승 문제까지 겹쳐 단기간에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중동발 공급망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배우 한 명이 지킬과 하이드를? 상상 초월의 1인극

서, 배우의 연기 하나만으로 인간 내면의 선과 악에 대한 거대한 서사를 직조해 나간다.이 작품은 원작 소설의 이야기를 지킬 박사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어터슨의 시점에서 재구성한다. 관객은 어터슨의 추리를 따라가며 그의 친구 지킬과 정체불명의 인물 하이드 사이의 미스터리를 함께 파헤치게 된다. 배우는 어터슨을 중심으로 지킬, 하이드는 물론 사건의 실마리를 쥔 여러 인물을 넘나들며 진실의 조각을 맞춰나간다.배우의 기량에 모든 것이 달린 무대다. 한 명의 배우는 순간적으로 목소리 톤과 자세, 걸음걸이를 바꾸며 전혀 다른 인물로 돌변한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변호사 어터슨이었다가, 순식간에 광기 어린 하이드로 변모하는 모습은 관객의 숨을 멎게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관객은 여러 인물의 증언 속에서 지킬 박사의 비극을 입체적으로 목격하게 된다.미니멀한 무대 장치는 배우의 연기에 대한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텅 비어 보이는 공간은 배우의 연기에 따라 때로는 음산한 런던의 뒷골목으로, 때로는 지킬 박사의 고뇌가 담긴 연구실로 변화무쌍하게 채워진다. 모든 군더더기를 걷어냈기에 오히려 배우의 숨결 하나, 표정 하나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이 연극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과감히 허문다. 배우는 종종 관객에게 말을 걸며 사건의 증인이 되어주기를 요청한다. 관객은 더 이상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니라, 어터슨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능동적인 참여자가 되어 극의 일부로 편입된다.한 배우가 여러 인격을 연기하는 독특한 형식은 '한 사람 안에 얼마나 다양한 모습이 공존하는가'라는 작품의 핵심 주제를 효과적으로 관통한다. 끊임없이 다른 인물로 변화하는 배우의 모습을 통해, 관객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얼굴들을 마주하게 된다. 공연은 6월 7일까지 링크더스페이스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