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크기 묻던 정청래, 노량진 상인에게 들은 뜻밖의 한마디

2026-03-30 14:33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서울시장 경선 후보들이 민생 탐방을 위해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았다. 정청래 대표를 필두로 전현희, 박주민, 정원오 등 세 명의 예비후보가 동행한 이번 방문은 경선 이후 첫 공동 행보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당의 정책 방향을 알리려는 목적에서 기획되었다. 이들은 시장을 돌며 상인들의 고충을 청취하고 수산물을 직접 구매하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정치인들의 대규모 방문으로 시장은 잠시 활기를 띠었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시름이 자리하고 있었다. 상인들은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며 한목소리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상인은 막혀있는 시장 진입로 문제만 해결해줘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했고, 다른 상인은 정치인들을 만나고서야 첫 판매를 개시했다며 씁쓸해했다.

 


현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수십 명의 인파와 취재진이 몰리자 일부 시민들은 불편함을 표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상인들은 시끄럽더라도 이렇게 찾아와 주는 것이 반갑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보여주기식 행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다. 한 상인은 진짜 물가를 체감하려면 이렇게 몰려다닐 것이 아니라, 사복을 입고 조용히 와보는 것이 낫지 않겠냐며 뼈있는 지적을 남겼다.

 

시장 방문을 마친 후보들은 저마다의 해법을 제시했다. 박주민 후보는 추경예산안과 유류세 대책의 신속한 처리를 통해 민생고를 덜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현희 후보는 상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바로 정치와 행정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정원오 후보는 당장 해결 가능한 진입로 문제 등이 방치되고 있다며, 시장이 되면 즉각 조치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현장 방문은 단순히 민심을 청취하는 자리를 넘어, 정부와 여당을 향한 압박의 성격도 띠었다. 정청래 대표는 현장의 절박함을 강조하며, 교착 상태에 빠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단독 처리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국민의힘의 발목잡기보다 신음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더 중요하다며 추경 처리의 '골든타임'과 '속도'를 거듭 강조했다.

 

결국 민주당의 노량진 시장 방문은 침체된 경제 상황을 부각하고, 다가오는 서울시장 선거 국면에서 민생 이슈를 선점하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상인들의 절박한 호소와 후보들의 약속이 오간 가운데, 이번 행보가 실질적인 민생 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고전 설화의 발칙한 반란, 가부장제 부순 두 여성의 처절한 연대기

여 재조립한 작품이다. 아버지를 살해하고 동생을 해친 혐의로 기소된 홍련과 그를 심판해야 하는 바리의 대립을 통해, 극은 단순히 죄의 유무를 따지는 것을 넘어 억압받아온 이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데 집중한다.천도정의 재판장 바리는 법과 원칙을 앞세워 홍련의 죄를 추궁하지만, 홍련은 생존을 위해 선택해야 했던 폭력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선다. 이 과정에서 두 인물이 공유하는 가정 내 학대와 유교적 억압의 상처가 서서히 드러난다.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 홍련과 버림받은 신 바리는 서로의 아픔을 투영하며 심판자와 피고인이라는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고 연대의 가능성을 탐색한다.강혜인은 방어적인 태도 뒤에 숨겨진 홍련의 처절한 공포와 분노를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학대의 굴레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날을 세우면서도, 그 이면에 자리한 슬픔을 섬세한 음색 변화로 포착해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김경민은 냉철한 신의 모습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 동시에, 홍련의 과거를 마주하며 흔들리는 내면의 동요를 밀도 있게 그려내며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음악적 구성은 서양의 강렬한 록 사운드와 동양의 전통 씻김굿 선율을 절묘하게 혼합했다. 날카로운 기타 리프와 드럼 비트는 인물들이 세상에 던지는 저항의 메시지를 청각적으로 극대화한다. 반면 극의 기저를 흐르는 씻김굿의 가락은 상처 입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제의적 역할을 수행한다. 배우들의 폭발적인 보컬은 록 음악의 타격감과 어우러져 인물들이 겪는 내면의 고통을 객석에 고스란히 전달한다.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의 원형 무대는 저승 법정이라는 폐쇄적 공간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거대한 장치 대신 조명의 극명한 대비를 활용해 이승과 저승, 현재와 과거를 유연하게 교차시킨다. 특히 저승차사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멀티롤을 수행하며 홍련의 기억 속 가해자나 방관자로 변신해 극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이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법정극의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서사의 입체감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작품은 익숙한 고전의 틀을 빌려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폭력과 방관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자신의 과거를 직면하고 서로의 고통을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인물들은 비로소 한을 풀고 해방을 맞이한다. 씻김굿의 본질적인 치유 기능을 무대 위에 구현한 이 공연은 오는 5월 17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관객과 만남을 지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