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원 셰프가 꾸린 국빈 만찬…한불 미식 외교 눈길

2026-04-03 10:13

이재명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를 청와대 상춘재로 초청해 친교 만찬을 열었다. 이번 만찬은 마크롱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마련된 자리로,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의 전통과 미식을 함께 소개하는 외교 무대로 꾸며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 2일 저녁 진행된 만찬은 한국 식재료와 프랑스 조리 기법을 결합한 코스 요리로 구성됐다. 만찬 총괄은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2’ 출연으로 널리 알려진 손종원 셰프가 맡았다. 손 셰프는 한식과 양식 부문에서 모두 미슐랭 스타를 보유한 국내 유일의 셰프로, 이번 행사에서 양국의 음식 문화를 잇는 메뉴를 선보였다.

 

전채로는 잡채를 타르틀렛 형태로 재구성한 요리가 제공됐고, 이어 삼계탕을 프랑스식 육류 요리로 풀어낸 ‘삼계 룰라드’가 올랐다. 메인 메뉴는 한우 채끝과 전복을 활용한 ‘한우 밀푀유’였다. 손 셰프는 주요 내빈에게 직접 요리 의도를 설명하며 메인 디시를 서빙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식은 메밀 크레이프에 고구마 무스를 채운 ‘군고구마 크레이프’로 준비됐다. 이 디저트는 한국 전통 자개함에 담겨 제공돼 시각적 상징성도 더했다. 차로는 동백겨우살이 차가 나왔고, 프랑스 측을 고려해 선별한 와인 2종과 한국 전통주 1종도 함께 곁들여졌다. 식사 후반부에는 거문고 연주가 이어지며 만찬장 분위기에 한국적 정취를 보탰다.

 


국빈 방문의 의미를 담은 선물도 마련됐다. 이 대통령 부부는 1886년 수교 당시 고종 황제가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낸 ‘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예품을 마크롱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했다.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에게는 BTS, 스트레이 키즈, 지드래곤의 사인 CD와 한국 도자 기술로 제작한 양식기 세트가 함께 증정됐다. 프랑스 영부인이 K-팝에 관심이 많은 점을 고려한 구성으로 풀이된다.

 

숙소에도 환영의 의미를 담은 준비가 이어졌다. 올해 세계 제빵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한국 국가대표팀이 제작한 에펠탑 모양의 빵 공예품과 마카롱 등이 비치돼 한국의 제과 역량과 프랑스를 상징하는 요소를 함께 담아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의 프랑스군 참전비를 찾아 헌화하고, 6·25전쟁에 참전한 프랑스 장병들의 희생을 기렸다. 양국 정상은 3일 공식 회담을 열어 인공지능, 우주, 원자력 등 첨단 산업 분야 협력 방안을 중점 논의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기고문에서 양국 관계가 단순한 협력을 넘어 전략적 조율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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