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르무즈 통행료 '지분'을 요구했다

2026-04-09 17:01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으로 군사적 충돌의 포성은 멎었지만, 이제 이란이 요구하는 '통행료'라는 새로운 경제적 장벽이 세계 에너지 시장의 목줄을 죄기 시작했다. 해협의 물리적 봉쇄 위협이 상시적인 비용 부담으로 전환되는 국면이다.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는 요원하다. 오히려 통행 선박 수는 전쟁 이전은커녕 휴전 직전보다도 줄었다. 이란은 통행 선박 수를 하루 12척 수준으로 엄격히 통제하며, 선박 규모에 따라 막대한 통행료를 부과하는 이른바 '테헤란 톨게이트' 시스템을 가동했다.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통행료가 2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이러한 행보는 전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가치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란에게 호르무즈 해협은 이제 핵이나 미사일 프로그램에 버금가는 핵심 자산이 되었으며, 해협 통제권을 통해 재건 비용을 마련하고 국제 사회에서 새로운 영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이다. 그는 이란의 통행료 징수를 '합작 사업'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구상을 내비쳤다. 이는 이란의 요구를 용인하는 것을 넘어, 미국이 통행료 수입의 일부를 '관리비' 명목으로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미국과 이란의 이해관계가 기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지점이다. 이란은 제재로 파탄 난 재정을 보충할 수입원을, 미국은 해협 안정화를 명분으로 핵심 원유 수송로에서 실리를 챙길 수 있다. '필요한 쪽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는 국제법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걸프만 산유국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체 항로가 없는 상황에서 해운사와 보험사들이 비용을 먼저 수용하며 새로운 시스템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국립창극단, '효녀 심청'을 완전히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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