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옥죄자, 저가 매물 쏟아져

2025-08-11 13:48

 6월 27일부터 시행된 대출 규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저가 아파트 중심의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중고가 아파트 매매가 위축된 반면, 상대적으로 대출 한도 내에서 거래 가능한 9억원 이하 아파트에 수요가 집중된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6월 28일부터 8월 10일까지 약 43일간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는 총 4,646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가 2,052건으로 49.5%를 차지해 절반에 육박했다. 이는 대출 규제 시행 전 5월 16일부터 6월 27일까지 같은 기간 동안 9억원 이하 거래 비중 37.7%와 비교하면 약 11.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거래량 산출 시에는 공공기관이 매입임대용으로 구매한 초소형 저가 아파트나 계약 해제 건 등 왜곡 요인을 제외한 데이터가 사용됐다. 이러한 통계 변화는 대출 한도 제한이 시장 거래 패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을 제외한 서울 다른 구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최대 70%가 적용되지만, 대출 한도 6억원에 맞춰 실제 대출 가능한 주택 가격 상한이 약 9억원인 점이 거래 분포에 영향을 끼쳤다.

 

또한 7월부터 도입된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로 인해 소득 대비 대출 한도가 더욱 줄어들면서, 저가 아파트 위주로 매수 심리가 옮겨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가격대별로 보면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대출 규제 전 14.7%에서 대출 규제 후 22.8%로 8.1%포인트 증가해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6억 초과~9억원 이하는 23.0%에서 26.8%로 3.8%포인트 확대됐다. 반면, 9억 초과~~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34.7%에서 28.6%로 6%포인트 감소했으며, 15억 초과~30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는 23.0%에서 15.6%로 7.4%포인트 급감했다. 이는 대출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중고가 아파트 시장, 특히 강남권 소형 아파트와 마포·성동구 등 인기 지역 중대형 아파트가 거래 위축을 겪고 있음을 뜻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649건으로 6월(11,980건) 대비 69.5%나 급감했다. 지역별로 보면 15억~30억원대 아파트가 많은 성동구는 6월 809건에서 7월 92건으로 88.6% 감소했으며, 마포구도 704건에서 109건으로 84.5% 줄었다. 반면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강북구는 6월 177건에서 7월 80건으로 54% 감소에 그쳤고, 도봉구(58%), 노원구(66.1%) 등 상대적으로 거래 감소폭이 작았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출 규제 직후 잠잠하던 거래가 최근 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며 "갭투자와 전세 끼고 매수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30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대출 규제 전 4.6%에서 규제 후 6.2%로 오히려 확대됐다. 거래량 자체는 줄었지만, 현금 부자들이 대출 규제 영향을 덜 받고 여전히 고가 주택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2차 전용면적 170.38㎡ 아파트는 최근 93억원에 매매 약정이 이뤄졌다. 대출 규제 이후 첫 거래로 알려졌으며,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액 현금 매수로 진행됐다. 이 거래는 구청의 토지거래허가가 완료되면 최종 계약이 확정된다.

 

압구정케빈부동산 김세웅 대표는 "대출 규제 이전보다 약 3억~4억원 낮은 가격에 거래됐지만, 대출 규제 이후 단절됐던 거래가 재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거래 절대량 자체는 규제 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렵겠지만, 현금 부자들의 매수세가 계속 유지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출 규제는 서울 아파트 시장의 중고가 이상 거래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 금융환경 변화가 시장 전반의 거래 패턴과 가격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연극 '플리백', 한국 정서 넘는 파격 1인극

의 파격적인 수위만큼이나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이번 공연은 런던의 기니피그 카페 운영자이자 문제투성이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플리백'의 내면을 스탠드업 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낸다. 제작을 맡은 브러쉬씨어터 측은 5년 전 원작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을 한국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쳤음을 밝혔다.주인공의 이름인 '플리백'은 지저분하거나 누추한 대상을 일컫는 비속어다. 이름의 의미처럼 극 중 인물은 면접 도중 상의를 벗거나 거침없는 성적 농담을 쏟아내는 등 사회적 통념을 깨뜨리는 돌발 행동을 일삼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소중한 친구를 잃은 슬픔과 가족 간의 불화, 그리고 스스로를 향한 지독한 혐오와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다. 류주연 연출은 한국 문화와의 정서적 거리감을 우려하면서도, 인물이 느끼는 근원적인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갈망은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 감정이라는 판단하에 원작의 자극적인 설정을 가감 없이 유지했다.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에게도 이번 작품은 거대한 도전이었다. 김히어라는 연습실 밖에서는 차마 입 밖으로 내뱉기 힘든 대사들을 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연습에 매진했다고 털어놨다. 김주연 역시 상상조차 못 했던 대본의 수위에 악몽까지 꿀 정도로 압박감이 컸음을 고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무대를 선택한 이유는 기존 한국 연극계에서 보기 드문 1인극 형식과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장르적 매력, 그리고 캐릭터가 가진 날 것 그대로의 솔직함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이번 한국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김히어라, 김주연, 김규남 세 배우의 개성에 맞춰 무대 연출을 완전히 차별화했다는 점이다. 류 연출은 배우마다 음향, 조명, 세트를 각각 다르게 제작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김히어라는 의자 하나만 놓인 단출한 무대에서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원작의 코미디적 요소를 극대화한다. 반면 김주연은 풍성한 소품을 활용해 드라마틱한 서사를 강조하며, 김규남은 다양한 종류의 의자를 매개로 감정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한 작품 안에서 세 가지 버전의 무대를 만날 수 있는 셈이다.제작진과 출연진은 '플리백'이 가진 최고의 미덕으로 '지독한 솔직함'을 꼽았다. 무대 위에서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낼 때 비로소 관객과 진실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에서다. 배우들은 관객들이 플리백의 기행을 보며 웃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 투영된 자신의 상처와 실수를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겉으로는 완벽한 척 살아가지만 속으로는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하는 현대인들에게 이 작품은 일종의 거울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파격적인 성적 묘사와 욕설이 난무하는 대본임에도 불구하고 '플리백'이 관객의 공감을 얻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자극을 위한 장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물의 누추한 내면을 끝까지 파헤친 끝에 마주하는 것은 결국 인간다운 삶에 대한 갈구다. 3인 3색의 매력으로 중무장한 이번 공연은 오는 9월 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관객들과 만남을 이어간다. 한국 연극 시장에 새로운 충격파를 던진 이 문제작이 어떤 담론을 형성하며 막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