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린가스 테러’ 모티브 심리극, 한국 무대 첫선
2025-08-11 13:41
극단 사개탐사와 작가 김민정, 연출가 박혜선이 협력하여 2025년 가을, 새로운 미스터리 심리극 ‘마지막 면회’를 한국에서 초연한다. 이 작품은 2024년 10월 일본 도쿄 나토리 씨어터에서 세계 초연을 거친 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사업 선정작으로 9월 12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연우소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한국에서는 처음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극단 사개탐사가 일본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을 한국 관객들에게도 소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마지막 면회’는 1995년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당시 도쿄 지하철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사린가스라는 신경작용 독극물이 방출되며 무고한 시민 수십 명이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은 참사로, 일본 사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극은 이 사건의 중심 인물 중 한 명인 하야시 야스오를 모티브로 한다. 하야시는 22년간의 수감생활을 거쳐 2018년 사형이 집행된 인물로, 이 작품은 그의 사형 집행을 앞둔 시점과 그를 면회하기 위해 찾아온 젊은 여인의 만남을 무대에 담았다.
연극의 배경이 되는 면회실은 극중 인물들이 오직 서로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좁고 폐쇄된 공간이다. 이곳에서 두 사람은 격렬한 신념의 대립과 더불어 각자의 내면 깊숙한 곳에 감춰진 진실을 마주한다. 이들의 대화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진행되고, 관객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폭발하는 감정과 숨겨진 비밀을 접하면서 인간 존재의 근본적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극은 개인의 신념과 정체성, 그리고 그 신념이 불러일으키는 선택과 책임의 무게를 집요하게 탐구한다.
특히 ‘마지막 면회’는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하야시 야스오가 재일 조선인이라는 점을 통해 사회적 배제와 정체성 혼란이라는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버블경제의 붕괴와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했던 1990년대 일본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은 정체성의 혼란과 사회적 고립을 겪으며 점차 맹목적 신념에 빠져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사회적 문제는 서로 얽히며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이 같은 주제는 일본 사회에만 국한되지 않고, 현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사이비 종교 문제와 사회적 소외 문제와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어 관객들에게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던진다.
일본에서의 초연 당시 이 작품은 심리적 공황과 사이비 종교 문제를 섬세하게 결합한 미스터리 심리극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한국 초연을 맡은 박혜선 연출가는 섬세한 심리 묘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력으로 작품을 재해석한다. 그녀는 무대 공간의 제한된 환경을 극대화하여 인물 간의 갈등과 심리적 대립을 극명하게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이 극에 완전히 몰입하도록 이끈다. 또한 무대의 미니멀리즘과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 관객들이 내면의 깊은 감정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한다.

‘마지막 면회’는 과거 일본 사회의 참혹한 사건을 소재로 삼아, 인간의 신념과 정체성, 그리고 사회적 배제 문제를 깊이 파헤치는 작품이다. 1995년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라는 역사적 배경을 통해 개인과 사회가 맞닥뜨리는 갈등을 극적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과 긴장감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폐쇄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두 인물의 대화는 각자의 내면 세계를 탐색하는 여정이자, 과거의 상처와 화해하는 과정으로서 한국 관객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길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사회적 소외와 맹목적 신념이 만들어낸 비극을 경고하며, 사이비 종교 문제로 인한 사회 갈등과 인권 문제에 대한 성찰을 촉구한다. ‘마지막 면회’는 단순한 극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심리극으로서, 현대 사회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예술적 형태로 담아내고 있다. 2025년 가을, 이 작품은 심리극과 미스터리극을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과 사유의 시간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통해 세상에 알려진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창작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여 관객들과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초연 당시 주요 뮤지컬 시상식에서 3관왕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이 연극적 여정은 더욱 탄탄해진 캐스팅과 깊어진 감성으로 돌아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재연의 막을 올렸다.이번 공연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진정성이 가장 큰 무기다. 평생 글을 모르고 살다 여든이 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적고 시를 짓게 된 할머니들의 실제 경험담이 극 전체를 관통한다. 무대 위 배우들은 할머니들이 꾹꾹 눌러 쓴 시구를 가사 삼아 노래하며,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노년의 삶을 경쾌하면서도 뭉클하게 그려낸다. 초연 멤버들이 전원 합류한 가운데 차청화와 김미려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새롭게 가세하여 극의 활력을 더했다.작품의 음악적 특징은 할머니들의 투박한 언어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냈다는 점에 있다. 제작진은 경상도 사투리 특유의 억양과 할머니들이 맞춤법에 서툴게 적어 내려간 표현들을 노래 속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반갑다'를 '방가따'라고 발음하는 식의 디테일은 할머니들의 삶을 미화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배우들은 이러한 생소한 억양을 익히기 위해 대본에 악보처럼 음의 높낮이를 그려가며 연습에 매진했다는 후문이다.출연 배우들에게도 이번 작품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차청화는 실제 고령의 시할머니를 모시며 느꼈던 감정들을 연기에 투영하며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긴 무게감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희극인으로서 대중에게 친숙한 김미려 역시 할머니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유머와 슬픔을 진지하게 탐구하며 자신만의 색깔로 배역을 소화해냈다. 배우들의 이러한 진심 어린 접근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연기를 넘어선 깊은 울림을 전달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공연장 분위기는 여느 뮤지컬과는 사뭇 다르다.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사연이 노래로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온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자극적인 전개 없이도 관객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삶의 진실이 주는 힘 때문이다. 연출팀은 이러한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서울 공연 이후 뉴캐스트와 함께 전국 투어를 진행하며 더 많은 지역의 관객들과 할머니들의 시심(詩心)을 공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오는 6월 28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여기도 시, 저기도 시"라고 읊조리던 할머니들의 발견처럼,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 공연은 올여름 가장 따뜻한 위로의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할머니들의 서툰 글씨체가 무대 위 조명을 받아 찬란한 노래로 피어나는 광경은 세대를 초월한 모든 이들에게 인생을 '오지게 재밌게' 살아갈 용기를 북돋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