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호랑이는 가라! 조선시대 '바보미' 넘치는 개그캐 호랑이가 된 사연

2025-09-09 16:57

 우리 민족의 DNA에 가장 깊숙이 각인된 동물, 호랑이가 까치와 함께 430년의 시간을 거슬러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리움미술관은 M1 2층 상설기획전 공간에서 오는 11월 30일까지 한국 미술사의 가장 매력적인 주제 중 하나인 '까치호랑이 虎鵲(호작)' 전시를 선보이며, 한국적 미의식의 원류를 찾아 떠나는 특별한 시간여행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까치호랑이 그림', 즉 호작도는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다. 나쁜 기운과 액운을 막아주는 영험한 수호신으로 여겨진 호랑이와,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는 길조의 상징인 까치가 한 화폭에 담긴 이 그림은 단순한 동물을 그린 것을 넘어, 시대의 염원과 해학, 그리고 날카로운 풍자를 담아내며 민중의 삶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번 전시는 바로 이 까치호랑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시작되어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오늘날 K-컬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역동적인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국내에 최초로 공개되는 1592년 작 '호작도'다. 현존하는 까치호랑이 그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확인된 이 작품은 그 자체로 한국 미술사의 '살아있는 화석'과도 같다. 임진왜란이 발발하던 해에 그려진 이 그림은 중국의 화풍을 수용하되 이를 한국적으로 변용해 나가는 과도기적 특징을 명확히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다. 그림 속에는 새끼를 출산한 어미 호랑이('출산호'), 까치를 바라보는 호랑이('경조'), 어린 호랑이('유호') 등 다양한 서사가 결합되어 있어, 이후 조선 후기 민화로 만개하게 될 까치호랑이 그림의 모든 원류와 가능성을 품고 있는 '어머니'와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이 흘러 19세기에 이르면, 호작도는 민화라는 장르를 통해 폭발적인 유행을 맞이한다. 이 시기의 호랑이는 더 이상 위엄 있고 무서운 맹수가 아니다. 익살스러운 표정, 어딘가 바보스러운 몸짓으로 그려지며 해학미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날카로운 사회 풍자가 숨어있다. 그림 속 위엄을 잃고 희화화된 호랑이는 백성을 괴롭히는 탐관오리를, 그런 호랑이를 보며 지저귀는 까치는 용감하게 목소리를 내는 민중을 상징하게 된 것이다. 조상들은 그림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노래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중에서도 '피카소 호랑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19세기 '호작도'를 직접 만날 수 있다. 강렬한 노란색 호피와 추상화처럼 대담하게 그어진 검은 먹선, 그리고 보는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해학적인 표정은 왜 이 작품이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지를 증명한다. 특히 이 작품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였던 '호돌이'의 직접적인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져, 한국 현대 디자인의 뿌리가 전통 미술에 깊이 닿아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또한, 작가와 제작 시기(1874년)가 명확히 기록되어 있어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호작도'는 문인화의 격조와 민화의 자유분방함이 결합된 독특한 양식을 보여주며 감상의 재미를 더한다. 이 밖에도 여러 폭의 호랑이 가죽 그림을 이어 붙인 '호피장막도'는 호랑이 그림이 사대부부터 서민까지 모든 계층에서 폭넓게 사랑받았음을 보여주며, 단원 김홍도가 그린 '송하맹호도'는 털 한 올까지 세밀하게 묘사된 정통 회화의 정수를 뽐내며 민화와 궁중 회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던 역동적인 미술사의 한 단면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430년 전 조상들이 그린 호랑이가 어떻게 오늘날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K-컬처의 아이콘이 되었는지, 그 장대한 시간여행을 이번 전시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며, "가장 한국적인 캐릭터의 원류를 확인하고 우리 전통문화의 진정한 매력을 깊이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리움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사전 예약 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리움스토어에서는 호작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채로운 굿즈도 만날 수 있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최대철, 13년 만에 대학로 복귀…뮤지컬 ‘쇼 머스트 고 온’ 연출까지

대 위 배우들의 화려한 모습뿐 아니라 무대 뒤에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고민과 삶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최대철은 이번 공연에서 창작자이자 출연 배우로 참여하며 13년 만에 대학로 무대로 돌아온다. 연기 활동을 넘어 작품의 기획과 제작 전반을 이끄는 만큼 그가 어떤 이야기를 관객에게 선보일지 관심이 쏠린다.최대철은 그동안 드라마와 공연을 오가며 폭넓은 연기 활동을 펼쳐왔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 ‘너의 목소리가 들려’, ‘별에서 온 그대’, ‘아버지가 이상해’,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다양한 장르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였으며, 2021년 KBS 연기대상에서는 남자 조연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에도 드라마와 대극장 공연 등에서 활약하며 배우로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이번 작품에서 최대철은 무대에 오르는 배우의 역할에만 머물지 않는다. 제작과 극작, 연출을 직접 맡아 작품의 전체적인 방향을 이끌고, 주인공 바비고 역으로 관객과 만난다. 오랜 시간 배우로 활동하며 경험한 무대 안팎의 현실과 고민을 작품에 어떻게 담아냈을지가 주요 관전 요소다. 특히 13년 만에 대학로 무대에 복귀한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그에게도 의미 있는 도전이 될 전망이다. ‘쇼 머스트 고 온 in 대학로’는 배우들이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오르는 과정에서 겪는 현실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연습실과 대기실, 오디션장 등 배우들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공간을 배경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문제부터 진로에 대한 고민, 사랑과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갈등을 다룬다. 관객이 공연장에서 마주하는 완성된 무대와 달리, 그 이면에는 끊임없는 연습과 경쟁, 불확실한 미래를 견뎌야 하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작품은 무대 위 화려한 모습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배우들의 현실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예술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생계를 고민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과, 계속해서 무대에 서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선택과 갈등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를 통해 배우라는 직업을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술을 지속하는 사람들의 일상과 내면을 들여다볼 예정이다.음악은 기존에 대중에게 알려진 곡들을 활용하는 주크박스 형식으로 구성된다. 대중가요와 트로트, 팝, 샹송, 동요, 뮤지컬 넘버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극의 흐름에 녹여 관객에게 친숙한 감상 경험을 제공한다. 익숙한 노래를 활용하면서도 인물들의 감정과 상황에 맞춰 음악을 배치해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배우들의 삶과 어떤 방식으로 어우러질지도 기대를 모은다.주인공 바비고 역에는 최대철을 비롯해 이주훈, 김성훈, 신예준이 출연한다. 바비고는 한때 톱스타로 이름을 알렸지만 추락을 겪은 뒤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과거의 화려했던 명성과 달라진 현실 사이에서 재기를 꿈꾸며 자신의 자리를 되찾으려 한다. 한때 정상에 올랐던 인물이 다시 무대에 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배우들이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불안과 도전, 재도약의 의미를 보여주는 주요 이야기로 펼쳐질 예정이다. 최대철은 직접 창작에 참여한 작품에서 주인공까지 맡아 인물의 감정과 서사를 관객에게 전달한다.류보라 역은 그룹 프리스틴 출신 예하나와 손난희, 양나현이 나눠 맡는다. 예하나는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도전한다. 가수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장르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인다. 손난희는 지난해 창작 초연에 이어 같은 배역으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기존 공연을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의 흐름을 이어갈 예정이다. 새롭게 합류한 양나현 역시 류보라 역을 맡아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각기 다른 활동 이력과 경험을 지닌 배우들이 한 작품에서 만들어낼 조화도 공연의 관전 요소다.공연에는 미국 작가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을 각색한 동명의 극중극도 포함된다. 원작은 서로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상대를 향한 사랑과 배려의 의미를 전하는 작품이다. 뮤지컬은 이를 극중극으로 활용해 물질적인 가치보다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되짚는다. 배우들이 무대 밖에서 겪는 현실적인 고민과 함께 선물에 담긴 진심을 조명하며 작품의 주제를 확장할 예정이다.최대철은 이번 작품에 대해 “오늘의 대학로와 무대 뒤 배우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현재 진행형 예술의 기록과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공연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무대를 만들고 지켜가는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로 기록하겠다는 취지다. 관객에게는 배우들의 일과 삶을 가까이 들여다볼 기회이자, 공연이 완성되기까지 이어지는 노력과 예술을 향한 마음을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뮤지컬 ‘쇼 머스트 고 온 in 대학로’는 11월 6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한성아트홀 2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티켓은 NOL과 예스24, 티켓링크 등 예매처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13년 만에 대학로로 돌아온 최대철이 배우와 창작자로서 선보일 무대가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전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