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올리브영' 나온다…광화문-강남에 깃발 꽂는 '비밀 가게'

2025-12-10 18:11

 '화장품 공룡' CJ올리브영이 뷰티를 넘어 새로운 영토 확장에 나선다. CJ올리브영은 내년 1분기, 몸과 마음의 건강한 균형을 추구하는 '웰니스(Wellness)' 트렌드에 특화된 국내 최초의 유통 플랫폼 '올리브베러(Olive Better)'를 공식 론칭한다고 10일 밝혔다. 웰니스는 신체적 건강(Wellbeing)과 정신적 행복(Happiness)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급부상한 핵심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다. 올리브영의 이번 도전은 단순한 카테고리 확장을 넘어,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웰니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올리브베러'는 올리브영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전문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먹는 화장품으로 불리는 '이너뷰티'와 건강 간식 등 웰니스 전문 상품군을 집중적으로 취급하며, 올리브영처럼 온라인 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옴니 채널' 형태로 운영된다. 오프라인 매장은 서울의 핵심 상권에 잇따라 문을 연다. 1호점은 직장인과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 자리를 잡고 내년 1분기 중 영업을 시작하며, 2호점은 강남 지역에 오픈할 예정이다. 이는 뷰티 시장을 평정한 올리브영이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까지 책임지겠다는 야심 찬 포부로 해석된다.

 


올리브영의 이러한 자신감은 이미 확인된 폭발적인 시장 수요에 기반한다. 최근 진행된 12월 세일 기간의 자사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홈케어' 및 '이너뷰티' 상품군에 대한 수요가 지난해 대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부 미용에 좋은 글루타치온, 레티놀, 뮤신 등의 기능성 원료를 식품 형태로 섭취하는 이너뷰티 카테고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40배 이상 급증했으며, '다이어트 유산균' 키워드 검색량 역시 같은 기간 410%나 치솟았다. 이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바르는 화장품에만 의존하지 않고, 근본적인 건강을 통해 아름다움을 가꾸려는 경향이 뚜렷해졌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CJ올리브영은 '올리브베러'의 성공을 위해 지난 25년간 쌓아온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1400만 명에 달하는 방대한 고객 데이터 자산과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상품 기획(큐레이션) 노하우, 그리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성공적인 옴니 채널 운영 경험을 '올리브베러'에 그대로 이식하겠다는 전략이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이미 해외 주요 유통 채널들은 뷰티와 헬스를 통합한 웰니스 리테일과 전용 매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라며, "올리브베러는 올리브영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웰니스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벽에서 느껴지는 체온,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묻다

주변 금속판을 녹슬게 하며 기묘한 그림을 완성한다. 작가가 직접 붓을 들지 않았음에도 시간과 자연의 섭리가 철판 위에 예술을 새겨 넣은 것이다. 이는 한국 개념미술의 독보적인 자취를 남긴 고(故) 우순옥 작가의 대표작 '연기드로잉'이 보여주는 찰나와 영원의 기록이다.성곡미스트관에서 열리고 있는 회고전 '우순옥-예술은 이미 당신의 마음 속에 있다'는 작가의 1980년대 초기작부터 작고 직전의 유작까지 20여 점의 정수를 한자리에 모았다. 우순옥은 평생 존재와 기억,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시간의 층위를 탐구해온 예술가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사물을 재현하는 차원을 넘어,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철학적 질문들을 관객에게 던진다. 연필과 파스텔 같은 전통적 매체는 물론, 녹슨 철판과 식물, 낡은 가구 등 일상의 사물들은 그의 손을 거쳐 존재를 증명하는 매개체로 변모한다.작가의 예술관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우연성'과 '비통제'다. 예술가가 모든 것을 의도하고 지배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는 사물이 지닌 고유한 시간성과 자연스러운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앞서 언급한 연기드로잉처럼, 작가는 무대를 설정할 뿐 실제 그림을 완성하는 주체는 물방울과 수증기, 그리고 흐르는 시간이다. 이러한 태도는 삶의 유한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피어나는 숭고한 가치를 발견하려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반영한다.전시장 한편의 '따뜻한 벽'은 관람객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작품이다. 평범한 흰 벽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사람의 체온과 유사한 온기가 느껴진다.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라는 미술관의 불문율을 깨고, 관객은 벽을 만지며 그 안의 생명력을 감각해야 한다. 차갑고 단절된 공간을 상징하는 벽이 임신부의 배처럼 따스한 곡면과 온기를 품음으로써, 삶과 죽음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고리 안에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또 다른 공간에서는 검은 면천 사이로 떠오른 달을 만날 수 있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길게 늘어진 12장의 천 사이를 거닐다 보면, 관객은 거대한 우주 속에서 오직 자신만이 존재하는 사적인 방에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경험한다. 이화여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수학하며 다진 그의 조형 언어는 이처럼 정적인 미학 속에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아내고 있다. 그는 오랜 시간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개념적 지평을 넓히는 데 헌신했다.이번 전시는 완성된 결과물로서의 예술이 아니라, 관객이 머무는 시간과 경험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과정으로서의 예술을 보여준다. 우순옥의 작품들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순간들이 사실은 얼마나 귀중한 기억의 조각인지를 일깨워준다. 작가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온기와 흔적은 10월 초까지 성곡미술관의 벽과 바닥, 그리고 관객의 마음속에 머물며 예술과 삶의 관계를 다시금 성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