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발굴하고 중앙이 밀었다…'아르코 리프'가 쏘아 올린 예술계의 새 신호탄

2025-12-12 19:16

 수도권이라는 중앙 무대를 벗어나 각자의 지역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들이 서울의 심장부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가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지역예술도약지원사업의 결과물인 ‘2025 아르코 리프(leap)’가 바로 그 무대다. 서울 종로구의 금호미술관, 일민미술관, 학고재 아트센터 세 곳에서 동시에 개막한 이번 전시는, 수도권 외 지역에서 활동해 온 작가 17인의 창작 여정과 성장을 집대성하여 보여주는 특별한 기회다. 이는 단순히 지역 작가를 서울에 소개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다음 단계를 위한 실질적인 '도약'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과 중앙의 연계라는 새로운 지원 모델을 제시한다. 각 지역의 광역문화재단이 먼저 잠재력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추천하면, 아르코가 이를 이어받아 후속 지원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선정된 17명의 작가들은 지난 1년간 아르코의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창작 및 제작 지원은 물론, 비평 자문, 기획자 및 전시 공간 매칭, 출판, 전문가와의 일대일 컨설팅 등 다각적인 지원을 받으며 각자의 예술적 언어를 더욱 날카롭게 다듬고 작품 세계를 확장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시는 세 곳의 미술관에서 각각 다른 주제로 펼쳐지며 17인 작가들의 다채로운 면모를 조명한다. 먼저 금호미술관에서는 ‘공존과 긴장의 장면들’이라는 주제 아래 구지은, 김주환, 김진희, 김희라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도시와 자연, 인간과 비인간처럼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관계 맺고 균형을 탐색하는지를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풀어낸다. 일민미술관에서는 ‘장소성과 심리의 재의미화’를 주제로 송성진, 임안나, 홍희령, 이현태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은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장소'가 어떻게 구성되고 기억되며, 또 개인의 심리와 상호작용하며 변모하는지를 각자의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학고재 아트센터는 ‘실존·지질·감각의 예술적 탐구’라는 주제로 우은정, 황해연, 유경자 작가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깊이 있는 사유의 세계로 관람객을 이끈다. 이처럼 ‘2025 아르코 리프’는 단순히 17명의 작가를 한데 모은 그룹전이 아니라, 각자의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성장해 온 예술가들이 서울이라는 새로운 자양분을 만나 어떻게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현장이다. 지역이라는 토대 위에서 단단하게 벼려진 이들의 작품이 중앙 무대와 만나 어떤 새로운 담론과 에너지를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장기하부터 악단광칠까지…영국서 K-뮤직페스티벌

3일까지 영국 주요 공연장에서 제13회 K-뮤직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2013년 시작된 이 축제는 올해 런던과 영국 주요 도시에서 모두 9개 공연을 선보인다.올해 페스티벌은 한국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음악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부터 힙합, 게임 음악, 재즈, 포스트 록, 사운드아트까지 폭넓은 무대가 마련된다.축제의 시작은 28일 이스트 런던 어스에서 열린다. 황해도 민요와 무속음악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악단광칠을 비롯해 독특한 음악과 퍼포먼스로 활동해온 장기하, 힙합과 트랩,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선보이는 릴 체리와 골드부다가 무대에 오른다.장기하는 이번 공연으로 13년 만에 K-뮤직페스티벌을 다시 찾는다. 제1회 페스티벌에 ‘장기하와 얼굴들’로 참여했던 장기하는 첫 솔로 정규앨범 ‘산산조각’을 발표한 뒤 다시 영국 관객과 만난다.다음 달 3일에는 스톤 네스트에서 잠비나이의 거문고 연주자 심은용과 프랑스 전자음악가 레미 클레멘시에비치 등 6명의 음악가가 공연한다. 정가와 한국 전통악기, 중세 성악에 현대적인 사운드를 결합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11일 사우스뱅크 센터 퍼셀룸에서는 국립국악원 연주단이 한국 게임 음악을 국악기로 재해석한다. ‘검은사막’과 ‘P의 거짓’ 등 국내 게임에 사용된 음악을 국악기로 편곡해 들려준다.17일 리치 믹스에서는 추다혜차지스가 한국 무속음악에 사이키델릭 펑크와 록을 결합한 공연을 펼친다. 29일에는 로열 알버트 홀에서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와 스웨덴 출신 베이시스트 비외른 마이어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한국 전통음악과 재즈, 즉흥 연주가 어우러진 협연이 펼쳐진다.3인조 밴드 동양고주파는 영국 여러 도시를 순회한다. 11월 10일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공연한 뒤 11일 런던 리치 믹스, 13일 리즈대학교에서도 관객을 만난다.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은 11월 23일 로니 스콧에서 열린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정지수와 4인조 앙상블 바로크 인 블루가 무대에 올라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박효건 주영한국문화원장은 올해 페스티벌이 한국 전통에 기반한 현대음악뿐 아니라 록과 힙합, 게임 음악 등으로 장르의 폭을 넓혔다고 밝혔다. 이어 제13회를 맞아 더욱 다양해진 한국 음악의 현재를 영국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나눌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