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거장들의 향연

2026-02-06 12:52

 2026년의 시작과 함께 서울옥션이 특별한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전시를 선보인다. 오는 9일부터 강남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기획전 ‘with LOVE’는 이름만으로도 심장을 뛰게 하는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차가운 도시의 일상에 따스한 예술적 온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소장가들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콘셉트에서 출발한다. 개인이 깊은 애정을 쏟으며 수집해 온 40여 점의 작품들을 한데 모아, 컬렉터의 안목과 열정을 대중과 공유하는 자리다. 단순히 값비싼 작품의 나열이 아닌, 누군가의 일상과 함께하며 특별한 의미를 지녀온 예술품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출품작의 면면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살아있는 전설 데이비드 호크니를 필두로, 현대미술의 아이콘 제프 쿤스, 장-미셸 오토니엘, 데미안 허스트 등 동시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일반 대중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에디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거장의 예술 세계를 보다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전시 공간의 구성 또한 특별하다. 회화와 조각 작품 사이사이에 프랑스의 전설적인 조명 디자이너 세르주 무이의 작품을 배치해, 단순한 관람을 넘어선 입체적인 미적 경험을 선사한다. 예술 작품과 디자인 가구가 서로 대화하듯 어우러지며, 관람객들은 마치 잘 꾸며진 컬렉터의 집에 초대된 듯한 감각적인 공간을 거닐게 된다.

 


회화의 평면적인 아름다움, 조각의 입체적인 존재감, 그리고 공간을 감싸는 조명의 따스한 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유기적인 예술 작품을 완성한다. 서울옥션 강남센터 지하 1층에서 2월 2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도심 속에서 만나는 귀중한 예술적 쉼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거장들의 작품을 별도의 비용 없이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이번 전시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2월의 가장 매력적인 제안이 될 것이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붓질 몇 번에 오리가 둥둥, 이강소의 찰나

다. 1990년대 초부터 본격화된 그의 조각 실험은 인간의 인위적인 의도를 걷어내고 중력과 속도, 물질의 본성이 빚어내는 자연스러운 질서를 탐구해 왔다. 억지로 다듬지 않은 투박한 흙의 모습은 작가의 손끝을 거쳐 비로소 살아있는 존재로 거듭난다.서울 롯데뮤지엄에서 막을 올린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 전시는 거장의 50년 예술 여정을 150여 점의 작품으로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는 그간 회화에 가려져 있던 조각과 판화의 비중을 높여 작가의 다각적인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특히 1973년 명동화랑에서 선보였던 전설적인 퍼포먼스 '소멸'이 53년 만에 재현되어 눈길을 끈다. 전시장에 놓인 낡은 탁자와 의자는 과거의 복원을 넘어 새로운 시간과 관객을 만나며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낸다.이강소의 작업 철학을 관통하는 핵심은 '비움'과 '무위(無爲)'다. 그는 붓을 잡을 때조차 미리 정해진 형상을 쫓지 않는다. 마음을 비우고 붓이 가는 대로 몸을 맡길 때 비로소 예기치 못한 신비로운 이미지가 나타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화면 속 오리나 배의 형상은 뚜렷한 실체가 아니라 몇 번의 붓질이 남긴 흔적일 뿐이다. 작가는 자신의 의도가 개입되는 순간을 경계하며, 끊임없이 '나의 아성'을 죽이고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실재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에 대한 의문은 그의 설치 작품 '여백'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낙동강변의 갈대를 전시장으로 옮겨온 이 작품은 거울과 관람객의 모습이 투영되며 매 순간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1975년 파리비엔날레에서 닭의 발자국을 작품으로 삼았던 것처럼, 그는 자신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요소를 작업 안으로 끌어들인다. 존재한다는 것이 과연 우리가 보는 그대로인지 묻는 거장의 질문은 반세기 넘게 이어지고 있다.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2025년 신작 '바람이 분다' 연작은 노장의 멈추지 않는 실험 정신을 보여준다. 화선지와 먹을 활용해 한국화의 형식을 빌려온 이 작업에는 수십 년 전 지인에게 받은 낙관이 찍혀 있다. 과거의 인연과 현재의 붓질이 교차하며 나타남과 사라짐의 미학을 완성한다. 검은 물감 위에 흰색을 덮어 지우고 다시 드러내는 과정은, 끊임없이 의도를 지워내려는 작가의 치열한 고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매일 새벽 작업실로 향하는 이강소는 여전히 다음 작업을 궁리하는 현역이다. 익숙해진 방식을 버리고 '안 하던 짓'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의 태도는 젊은 예술가들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회화와 조각, 사진과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경계를 허물어온 그의 실험은 11월 1일까지 관람객들과 만난다. 거장이 빚어낸 찰나의 흔적들은 우리가 믿어온 실재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