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협상은 하지만 휴전은 없다"

2026-04-10 18:34

 미국과 이란이 중재를 통해 어렵게 합의한 2주간의 휴전이 단 며칠 만에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 직후 레바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재개하고, 이란이 이에 반발하며 예정된 평화 협상에 제동을 걸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지난 8일 휴전 합의가 발표되자마자,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를 포함한 전역에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했다. 이 공격으로 인해 9일까지 3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는 지난 3월 분쟁 시작 이래 누적 사망자 수를 1,900명 가까이로 늘렸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헤즈볼라는 9일 밤부터 이스라엘 북부 국경 지역을 향해 수많은 로켓을 발사하며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과의 평화 협상 의사를 밝히면서도, '헤즈볼라 무장 해제'라는 비현실적인 조건을 내걸고 "레바논에 대한 휴전은 없다"고 선언하며 공세를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행보는 11일로 예정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 즉각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명백한 휴전 위반으로 규정했다. 이란 언론들은 "미국이 레바논 휴전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 협상 대표단은 출발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 중단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고 나섰다.

 


이란은 휴전의 조건이었던 호르무즈 해협 개방 약속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고지도자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해협 통제를 새로운 단계로 격상하겠다고 발표하며 군사적 긴장을 높였다. 이는 해협의 안전한 통행을 요구했던 미국과의 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조치다.

 

이러한 이란의 태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대해 맺은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어렵게 성사된 휴전 합의가 사실상 모든 전선에서 파기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칠곡 할머니들, 뮤지컬로 돌아온 사연

통해 세상에 알려진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창작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여 관객들과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초연 당시 주요 뮤지컬 시상식에서 3관왕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이 연극적 여정은 더욱 탄탄해진 캐스팅과 깊어진 감성으로 돌아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재연의 막을 올렸다.이번 공연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진정성이 가장 큰 무기다. 평생 글을 모르고 살다 여든이 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적고 시를 짓게 된 할머니들의 실제 경험담이 극 전체를 관통한다. 무대 위 배우들은 할머니들이 꾹꾹 눌러 쓴 시구를 가사 삼아 노래하며,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노년의 삶을 경쾌하면서도 뭉클하게 그려낸다. 초연 멤버들이 전원 합류한 가운데 차청화와 김미려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새롭게 가세하여 극의 활력을 더했다.작품의 음악적 특징은 할머니들의 투박한 언어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냈다는 점에 있다. 제작진은 경상도 사투리 특유의 억양과 할머니들이 맞춤법에 서툴게 적어 내려간 표현들을 노래 속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반갑다'를 '방가따'라고 발음하는 식의 디테일은 할머니들의 삶을 미화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배우들은 이러한 생소한 억양을 익히기 위해 대본에 악보처럼 음의 높낮이를 그려가며 연습에 매진했다는 후문이다.출연 배우들에게도 이번 작품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차청화는 실제 고령의 시할머니를 모시며 느꼈던 감정들을 연기에 투영하며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긴 무게감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희극인으로서 대중에게 친숙한 김미려 역시 할머니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유머와 슬픔을 진지하게 탐구하며 자신만의 색깔로 배역을 소화해냈다. 배우들의 이러한 진심 어린 접근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연기를 넘어선 깊은 울림을 전달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공연장 분위기는 여느 뮤지컬과는 사뭇 다르다.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사연이 노래로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온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자극적인 전개 없이도 관객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삶의 진실이 주는 힘 때문이다. 연출팀은 이러한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서울 공연 이후 뉴캐스트와 함께 전국 투어를 진행하며 더 많은 지역의 관객들과 할머니들의 시심(詩心)을 공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오는 6월 28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여기도 시, 저기도 시"라고 읊조리던 할머니들의 발견처럼,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 공연은 올여름 가장 따뜻한 위로의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할머니들의 서툰 글씨체가 무대 위 조명을 받아 찬란한 노래로 피어나는 광경은 세대를 초월한 모든 이들에게 인생을 '오지게 재밌게' 살아갈 용기를 북돋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