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딜러, 내 돈 써서 차 판다
2026-04-22 17:10
국내 수입차 시장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판매 실적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수익까지 포기해야 하는 영업사원들의 처절한 사투가 숨어 있다. 서울의 주요 수입차 전시장에서 만난 딜러들은 입을 모아 돈보다 판매 대수라는 숫자가 우선시되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토로한다. 한 영업사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치를 달성해야 하는 절박함을 강조하며, 이것이 단순한 생계 유지를 넘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설명했다. 고객과의 상담 도중에도 회사 관리자와 실시간으로 메신저를 주고받으며 단 몇십만 원의 추가 할인을 승인받기 위해 읍소하는 풍경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이러한 출혈경쟁의 근본 원인은 수입차 특유의 딜러사 운영 체제에 있다. 제조사가 직접 판매를 책임지는 직영 방식과 달리, 딜러사가 차량을 직접 매입해 재고를 떠안는 구조는 막대한 금융 이자 부담을 야기한다. 차량 가격이 수억 원에 달하는 만큼 재고가 쌓일수록 딜러사가 지불해야 할 이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결국 딜러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차를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영업 현장의 무리한 할인 경쟁으로 이어진다. 딜러들은 자신의 인센티브를 깎고 사비로 사은품을 제공하면서까지 계약을 성사시키는 이른바 '역마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영업 현장의 압박은 단순히 수익성 악화에 그치지 않고 심각한 인권 문제와 조직 관리의 부재로 번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실적 압박과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6년 차 영업사원이 전시장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 직장 동료들은 지점장이 실적을 빌미로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증언하며, 수직적이고 성과 지향적인 조직 문화가 한 개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숫자 뒤에 숨은 관리자들의 독촉이 숙련된 인재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BMW코리아 등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들은 딜러사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현장의 온도는 이와 사뭇 다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동반 성장을 강조하는 본사의 수사와 달리, 딜러사들은 당장의 재고 처리와 실적 달성에 급급해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 수입차 생태계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부메랑이 이미 돌아오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 대수라는 신기루를 쫓는 업계의 위험한 질주는 오늘도 전시장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이배 작가의 개인전 '앙 아땅당(En attendant, 기다리며)'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의 건축 철학인 공간, 예술, 자연을 한국적인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며 본관에서 야외 가든에 이르기까지 전 공간을 하나의 거대한 사유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1989년 프랑스 이주 이후 30여 년간 숯의 물성에 천착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물질적 실험을 넘어선 존재론적 성찰을 보여준다.전시의 핵심 주제인 '기다림'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닌 새로운 생성이 일어나기 전의 능동적인 에너지를 의미한다. 작가에게 숯은 나무가 불이라는 혹독한 과정을 거쳐 형태를 잃고 다시 태어난 물질로,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변화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숯의 형성 과정은 작가가 지향하는 예술적 태도와 맞닿아 있다. 관람객들은 전시실을 이동하며 작품 사이를 걷는 행위를 통해 작가가 응축해온 시간의 무게를 체감하게 된다. 이는 정지된 감상이 아닌 공간과 신체가 상호작용하며 완성되는 입체적인 예술 경험을 지향한다.뮤지엄 본관 입구에 설치된 대작 '불로부터(Issu du feu)'는 관람객을 압도하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높이 8m에 달하는 이 작품은 7t의 무게감을 지닌 숯의 덩어리로, 과거 뉴욕 록펠러 센터에서 선보였던 작업의 확장된 형태다. 전통적으로 정화와 치유를 상징하는 숯의 의미를 되새기며 전시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자연의 순환 고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어지는 로비 공간에서는 자연광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는 '붓질' 시리즈 16점이 배치되어, 실내 건축과 외부 풍경이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장관을 연출한다.전시의 중반부는 흑과 백의 대비를 통해 동양적 사유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청조갤러리 1, 2관은 모든 빛을 흡수하는 심연으로서의 검은색과 비어 있음으로써 충만한 흰색이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 특히 3관 '비커밍'에서는 작가의 근원적 정체성인 '농부의 아들'에 주목한 설치 작업이 눈길을 끈다. 경북 청도 작업실의 흙을 직접 옮겨와 구현한 논 설치물과 9m 대형 스크린의 영상은 예술 행위가 결국 땅의 리듬과 자연의 순환이라는 삶의 기원과 연결되어 있음을 가시화한다.야외 가든으로 이어지는 전시의 대미는 10m 규모의 브론즈 조각 '붓질' 6점이 장식한다. 실내에서 응축되었던 숯의 사유는 탁 트인 야외 공간으로 나와 주변 산세 및 건축물과 호응하며 확장된 풍경을 완성한다. 공기와 빛, 계절의 흐름 속에 놓인 조각들은 자연과 예술이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관람객들에게 해방된 감각을 선사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가 단순한 작품 나열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자기 성찰과 예술의 본질을 찾아가는 물리적 시간의 기록임을 강조하며 관람객들에게 삶의 본질을 돌아볼 것을 권한다.이번 기획전은 회화와 조각을 넘어 설치와 영상까지 아우르는 압도적인 규모로 이배 예술의 총체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귀한 기회다. 뮤지엄 산은 전시 기간 중 작가와의 대화 및 예술 명상 프로그램 등 관람객들이 작품의 철학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연계 행사를 병행한다. 숯이라는 소멸의 물질이 예술가의 손을 거쳐 영원한 생명력을 얻는 과정은 방문객들에게 기다림의 가치와 존재의 무게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깊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