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 예술의전당 '최연소' 수장 올랐다
2026-04-24 18:41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인 장한나가 대한민국 대표 문화예술 기관인 예술의전당의 새로운 수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24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을 통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그는 기관 설립 이래 최연소 사장이자 음악인 출신의 첫 여성 기관장이라는 상징적인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게 되었다. 취임 일성으로 그는 지난 32년 동안 세계 무대를 누비며 쌓아온 풍부한 경험을 자양분 삼아 국내 문화예술 생태계 전반의 질적인 도약을 이끌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신임 사장은 직책을 제안받은 직후부터 기관의 경영 상태를 면밀히 분석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를 비롯해 접근 가능한 모든 데이터와 내부 자료들을 꼼꼼하게 검토하며 조직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인 만큼, 감이나 직관에 의존하기보다는 정확한 수치와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기관이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진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관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시대적 흐름에 맞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현대 사회에서 대중들이 문화예술을 소비하고 즐기는 방식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지적하며, 단순히 어쩌다 한 번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방문하는 수동적인 구조로는 21세기의 다변화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는 기존의 수동적인 관람 형태에서 벗어나 보다 능동적이고 일상적인 문화 향유 공간으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한 대목이다.

성공적인 임기 수행을 위해 자신의 본업인 연주 활동은 당분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맡은 직책의 무게감과 책임감을 깊이 통감하고 있어, 개인적인 예술 활동을 병행하기보다는 경영자로서의 역할에 온전히 매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체 음악 인생에서 3년이라는 임기는 비교적 짧은 시간이며, 이후에도 충분히 연주가로서 활동할 수 있다는 긴 안목을 바탕으로 내려진 결단이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이러한 헌신적인 태도에 깊은 신뢰를 보내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이배 작가의 개인전 '앙 아땅당(En attendant, 기다리며)'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의 건축 철학인 공간, 예술, 자연을 한국적인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며 본관에서 야외 가든에 이르기까지 전 공간을 하나의 거대한 사유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1989년 프랑스 이주 이후 30여 년간 숯의 물성에 천착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물질적 실험을 넘어선 존재론적 성찰을 보여준다.전시의 핵심 주제인 '기다림'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닌 새로운 생성이 일어나기 전의 능동적인 에너지를 의미한다. 작가에게 숯은 나무가 불이라는 혹독한 과정을 거쳐 형태를 잃고 다시 태어난 물질로,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변화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숯의 형성 과정은 작가가 지향하는 예술적 태도와 맞닿아 있다. 관람객들은 전시실을 이동하며 작품 사이를 걷는 행위를 통해 작가가 응축해온 시간의 무게를 체감하게 된다. 이는 정지된 감상이 아닌 공간과 신체가 상호작용하며 완성되는 입체적인 예술 경험을 지향한다.뮤지엄 본관 입구에 설치된 대작 '불로부터(Issu du feu)'는 관람객을 압도하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높이 8m에 달하는 이 작품은 7t의 무게감을 지닌 숯의 덩어리로, 과거 뉴욕 록펠러 센터에서 선보였던 작업의 확장된 형태다. 전통적으로 정화와 치유를 상징하는 숯의 의미를 되새기며 전시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자연의 순환 고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어지는 로비 공간에서는 자연광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는 '붓질' 시리즈 16점이 배치되어, 실내 건축과 외부 풍경이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장관을 연출한다.전시의 중반부는 흑과 백의 대비를 통해 동양적 사유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청조갤러리 1, 2관은 모든 빛을 흡수하는 심연으로서의 검은색과 비어 있음으로써 충만한 흰색이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 특히 3관 '비커밍'에서는 작가의 근원적 정체성인 '농부의 아들'에 주목한 설치 작업이 눈길을 끈다. 경북 청도 작업실의 흙을 직접 옮겨와 구현한 논 설치물과 9m 대형 스크린의 영상은 예술 행위가 결국 땅의 리듬과 자연의 순환이라는 삶의 기원과 연결되어 있음을 가시화한다.야외 가든으로 이어지는 전시의 대미는 10m 규모의 브론즈 조각 '붓질' 6점이 장식한다. 실내에서 응축되었던 숯의 사유는 탁 트인 야외 공간으로 나와 주변 산세 및 건축물과 호응하며 확장된 풍경을 완성한다. 공기와 빛, 계절의 흐름 속에 놓인 조각들은 자연과 예술이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관람객들에게 해방된 감각을 선사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가 단순한 작품 나열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자기 성찰과 예술의 본질을 찾아가는 물리적 시간의 기록임을 강조하며 관람객들에게 삶의 본질을 돌아볼 것을 권한다.이번 기획전은 회화와 조각을 넘어 설치와 영상까지 아우르는 압도적인 규모로 이배 예술의 총체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귀한 기회다. 뮤지엄 산은 전시 기간 중 작가와의 대화 및 예술 명상 프로그램 등 관람객들이 작품의 철학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연계 행사를 병행한다. 숯이라는 소멸의 물질이 예술가의 손을 거쳐 영원한 생명력을 얻는 과정은 방문객들에게 기다림의 가치와 존재의 무게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깊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