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후보 '영상 홍보' 길 열렸다, 헌재의 파격 결정
2026-04-29 19:08
헌법재판소가 농협과 수협 등 공공단체 조합장 선거에서 음성이나 영상, 사진이 포함된 문자메시지 발송을 전면 금지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헌재는 29일 위탁선거법 제28조 제2호에 대해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후보자가 자신을 알리기 위해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는 행위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이로써 텍스트 위주의 제한적인 선거 운동에 머물렀던 조합장 선거 현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그동안 위탁선거법은 후보자가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단순 텍스트 외에 음성이나 화상, 동영상을 첨부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해 왔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정도로 처벌 수위도 높았다. 하지만 헌재는 조합장 선거의 운동 기간이 13일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짧은 시간 안에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을 효율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보 전달력이 뛰어난 멀티미디어 수단을 일률적으로 막는 것은 선거 운동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것이 헌재의 시각이다.

반면 소수의 반대 의견도 존재했다. 정정미, 조한창 재판관은 조합장 선거가 혈연과 지연 등 친소 관계에 크게 좌우되는 특수 집단 내에서 치러진다는 점을 우려했다. 선거가 자칫 과열되거나 혼탁해질 위험이 있는 만큼, 선거 운동 수단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다수의 재판관은 기존의 형벌 조항만으로도 충분히 부정 선거를 방지할 수 있으며, 시대적 변화에 따라 선거 운동의 방식도 유연해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법조계는 이번 결정이 단순히 선거 운동 수단의 확대를 넘어, 공공단체 운영의 민주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후보자들이 보다 다채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홍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유권자인 조합원들의 알 권리도 한층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헌재가 정한 시한 내에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정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960년대 미국 영상 문화의 한 축에는 상업주의에 저항하며 뉴욕을 거점으로 태동한 '언더그라운드 시네마'가 존재했다. 기존의 문법을 파괴하고 도발적인 서사를 구축했던 이 흐름은 현대 영화계의 거장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으며, 그 중심에는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라는 독보적인 인물이 자리하고 있다.국내 대중에게는 '아이언맨'으로 친숙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버지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사실 저예산 독립 영화의 선구자로서 영화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그의 파격적인 세계관이 이번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 관객들과 처음으로 조우한다. '특별전: 뉴욕 언더그라운드-더 매버릭스'라는 이름으로 기획된 이번 섹션에서는 인종과 권력 구조를 날카롭게 풍자한 그의 대표작들이 대거 상영될 예정이다.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54개국에서 초청된 237편의 작품을 통해 독립·대안 영화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을 포함한 5개 상영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축제는 전년도와 유사한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프로그램의 질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영화제 관계자들은 올해 선정된 작품들이 역대급 수준을 자랑한다고 자신하며, 주류 영화계가 담아내지 못하는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시선들이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뉴욕 언더그라운드 특별전 외에도 홍콩 영화의 숨겨진 예술성을 탐구하는 '홍콩귀환: 시네마+아방가르드' 특별전이 눈길을 끈다. 무협과 액션이라는 전형적인 틀에 갇혀 있던 홍콩 영화의 이면을 조명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4K 화질로 복원된 초기 독립예술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올해 초 우리 곁을 떠난 배우 고 안성기를 추모하는 회고전도 마련되어 그의 연기 인생을 관통하는 주요 작품 7편을 통해 한국 영화사의 찬란했던 순간들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도전적인 경험이 될 작품은 단연 벨라 터르 감독의 '사탄탱고'다. 7시간 19분이라는 압도적인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정교한 롱테이크와 극단적으로 느린 리듬으로 '느림의 미학'을 정립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2000년 영화제 출범 당시 상영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 대작은 올해 초 타계한 거장을 기리기 위해 다시 한번 전주의 스크린에 걸린다. 긴 호흡을 견뎌내야 하는 관객들에게는 영화라는 매체가 선사하는 인내와 사유의 가치를 시험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으로는 켄트 존스 감독의 '나의 사적인 예술가'가 선정되어 현대 뉴욕 예술가들의 허영과 실체를 조명한다. 윌럼 더포와 그레타 리 등 화려한 출연진이 가세한 이 작품은 예술 뒤에 숨겨진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파헤치며 영화제의 서막을 연다. 10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할 폐막작 '남태령'까지, 전주는 다시 한번 전 세계 영화인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대안 영화의 성지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