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 복위 꾀한 금성대군…무신도로 부활하다
2026-05-06 18:40
대한민국 국가유산청은 19세기 후반에 제작된 희귀 무속 회화인 '서울 금성당 무신도'를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함과 동시에, 경상북도 안동에 위치한 전통 가옥 '안동 학남고택'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최종 지정했다고 6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각 지역의 고유한 민간 신앙과 전통 주거 양식을 보여주는 핵심 유물 및 건축물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다. 두 문화유산은 각각 무속 신앙의 예술적 가치와 조선 시대 양반가의 생활사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새롭게 지정 예고된 '서울 금성당 무신도'는 본래 전라남도 나주 지역의 명산인 금성산을 수호하는 산신 금성대왕과 조선 제4대 왕 세종의 여섯 번째 아들인 금성대군을 모시던 굿당 '서울 금성당'에 걸려 있던 그림들이다. 금성대군은 자신의 친형인 수양대군이 어린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하는 과정에 강력히 반발하다가 결국 목숨을 잃은 비운의 인물이다. 그의 억울한 죽음과 굳은 충절은 훗날 민간 신앙과 결합하면서 그를 숭배의 대상으로 격상시켰고, 억울한 원혼을 달래는 무속 신앙의 중심 신격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이 무신도들은 전통적인 불교 미술과의 깊은 연관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학술적 가치가 크다. 그림 속 인물들의 둥글넓적한 얼굴 형태나 길고 통통하게 묘사된 손가락 등은 조선 시대 불화에서 흔히 발견되는 전형적인 표현 기법이다. 이는 불교 그림을 전문으로 그리던 승려 화가가 무신도 제작에 직접 참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명암을 적절히 활용하여 인물의 입체감을 살려낸 뛰어난 묘사력은 일반적인 무신도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국가유산청은 한 달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학남고택의 진정한 가치는 건물 내부에 오랜 세월 보관되어 온 방대한 기록 유물들에서 빛을 발한다. 풍산 김씨 문중이 남긴 고서적과 옛 문서, 그림과 글씨 등 1만여 점에 달하는 자료들은 현재 한국국학진흥원에 맡겨져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다. 특히 19세기를 살았던 김두흠부터 그의 손자 김병황, 증손자 김정섭에 이르기까지 3대가 연속해서 작성한 일기류는 당시 안동 지역 양반들의 생활상과 가치관이 변화해 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포착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해당 지자체 및 소유자와 협의하여 이 고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향후 역사 문화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봄 궁중문화축전'의 개막을 앞두고, 왕실 여성들의 섬세한 미학을 엿볼 수 있는 '왕비의 취향' 프로그램이 베일을 벗었다. 이번 행사는 단순히 유물을 관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관객이 직접 역사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가 왕실의 장식과 포장 문화를 체험하는 몰입형 상황극 형식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상황극의 배경이 된 통명전은 왕비의 침전이자 왕대비의 생활 공간으로 쓰였던 창경궁 내전의 핵심 전각이다. 이곳에서 펼쳐진 재현극은 세자빈의 회임을 축하하기 위한 왕비의 마음을 보자기 포장이라는 매개체로 풀어냈다.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는 관람객들에게 보자기가 단순한 포장재를 넘어, 보내는 이의 정성과 축복을 온전히 담아내는 '마음의 그릇'이었음을 일깨워주었다. 관람객들은 왕비의 권유에 따라 비단 보자기를 직접 만져보며 왕실 법도에 담긴 배려와 존중의 가치를 몸소 체험했다.전통 보자기 전문가의 해설은 현대인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전통 포장 문화를 일상의 언어로 치환해 전달했다. 보자기는 정해진 형태가 없는 유연한 도구로서 때로는 가방으로, 때로는 가구로 변신하며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었다. 포장의 시작은 기술이 아니라 선물을 받을 사람을 떠올리는 따뜻한 마음이라는 설명은 현장을 찾은 내외국인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는 전통문화가 박제된 과거가 아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정서적 연결 고리임을 증명하는 대목이다.행사장 주변에는 자수와 금박, 옥 공예 등 궁궐 여성들의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장식 문화를 보여주는 국가무형유산 전승자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관람객들은 상황극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공간에서 공예품을 감상하거나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왕실의 미학을 다각도로 향유했다. 특히 한복을 차려입고 참여한 젊은 층과 한국의 전통미에 매료된 외국인 관광객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생생한 현장감에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창경궁의 또 다른 공간인 영춘헌에서는 정조의 독서 공간을 현대적인 '워케이션' 장소로 재해석한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화제를 모았다. 집무실이자 서재였던 역사적 장소에서 차를 마시며 독서에 몰입하거나 향낭을 만드는 경험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궁궐이 주는 고요한 휴식과 집중의 시간을 선사했다. 이러한 시도는 국가유산이 보존의 대상을 넘어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조화를 이루는 창의적인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궁중문화축전은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자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며 명실상부한 국가적 축제로 성장했다. 지난해 80만 명을 넘어선 참여 인원은 올해 165만 명 방문을 목표로 할 만큼 그 규모가 확장되었으며, 관람객 만족도 역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통의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예술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이러한 노력은, 우리 궁궐이 지닌 무한한 예술적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