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수육은 볶는 요리" 40년 덕후가 밝힌 부먹찍먹 종결

2026-05-11 19:02

 어린 시절 졸업식이나 이삿날이면 어김없이 식탁의 주인공이 되었던 탕수육은 단순한 요리를 넘어 한국인에게 축제와 행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대기업 인사 전문가로 활동 중인 신인철 씨는 이 특별한 음식을 40년 넘게 탐구해 온 자타공인 탕수육 전문가다. 최근 그가 펴낸 기록물은 단순한 맛집 소개를 넘어 한국 중화요리의 변천사와 화교 이민사가 촘촘히 엮인 인문학적 보고서에 가깝다. 그는 매주 세 차례 이상 전국 각지의 중식당을 누비며 탕수육 한 접시에 담긴 치열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신 씨의 탐구는 단순히 맛있는 식당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탕수육의 원형과 진화 과정을 추적하는 대장정으로 확장되었다. 그는 한국식 탕수육의 뿌리를 찾기 위해 중국 본토는 물론 동남아시아와 영국까지 발품을 팔았다. 화교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 현지 입맛에 맞춰 변모한 광둥식 고로육이나 동북 지역의 꿔바로우를 직접 맛보며 한국 중식의 정체성을 확인했다. 가족과의 휴가조차 전 세계 중식당 탐방을 위한 치밀한 계획 아래 추진될 정도로 그의 집념은 확고했다.

 


그가 이토록 탕수육에 매달린 이유는 현대 중식당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진짜' 맛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소스의 균형이 무너지고 재료의 원칙이 희미해지는 현실 속에서, 그는 과거 노포들이 지켜왔던 정석의 맛을 복원하고자 했다. 특히 세간의 뜨거운 감자인 '부먹과 찍먹' 논쟁에 대해서도 그는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본래 탕수육은 튀긴 고기를 소스와 함께 불 위에서 볶아내거나 자작하게 얹어내는 음식으로, 찍어 먹는 방식 자체가 현대에 와서 변형된 형태라는 지적이다.

 

중식당의 수준을 가늠하는 그만의 기준도 흥미롭다. 신 씨는 새로운 식당을 방문할 때 탕수육과 함께 반드시 볶음밥을 주문한다. 이는 중화요리의 핵심 도구인 웍을 다루는 요리사의 솜씨를 가장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탕수육의 튀김 상태와 볶음밥의 고슬고슬함, 그리고 짬뽕 국물의 깊이까지 확인해야 비로소 그 식당의 내공을 온전히 감잡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러한 철저한 분석 덕분에 그가 관리하는 중식당 리스트는 어느덧 400곳을 넘어섰다.

 


건강상의 이유로 혹독한 체중 감량을 이어가는 중에도 그는 탕수육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탕수육은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고단했던 삶을 위로해주던 추억의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 한국 화교사의 비극과 후계자를 찾지 못해 문을 닫는 노포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탕수육이라는 음식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에게 탕수육은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시대를 기록하고 사람을 잇는 문화적 가교와도 같다.

 

수십 년간의 추적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담백하다. 완벽한 맛의 원형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음식을 함께 나누는 사람과 당시의 분위기라는 점이다. 아무리 훌륭한 요리라도 언짢은 기분으로 먹는다면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없기에, 결국 최고의 탕수육은 소중한 이들과 웃으며 나누는 한 접시라는 의미다. 탕수육의 바삭함이나 소스의 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날의 즐거운 기억이며, 맛있는 음식은 결국 그것을 먹던 날의 행복한 장면으로 완성된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화랑미술제 수원 상륙, 103개 화랑 집결

는 ‘2026 화랑미술제 in 수원’이 25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는 초기의 우려를 딛고 이제는 주변에서 입장권을 구하기 위한 문의가 쇄도할 만큼 지역 사회의 깊은 신뢰와 관심을 받는 행사로 성장했다. VIP 프리뷰가 시작된 첫날부터 전시장에는 미술 애호가와 시민들이 몰려들며 활기찬 분위기 속에 한국 미술의 현주소를 확인했다.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관람객의 편의를 극대화하고 문턱을 낮춘 유연한 운영 방식에 있다. 특히 테마파크나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반려동물 동반 입장’을 전격 허용하며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행사장 곳곳에는 반려동물 전용 유모차인 ‘펫모차’ 대여 서비스가 마련되었고, 반려견과 함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라이브 드로잉 포토부스 등 이색적인 콘텐츠가 배치되었다. 이는 미술 전시가 엄숙하고 딱딱하다는 편견을 깨고, 누구나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친근한 문화 콘텐츠로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개막식에 참석한 내빈들은 화랑미술제가 지역 경제와 문화 예술을 잇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수원시 측은 이번 행사가 ‘수원 방문의 해’와 맞물려 국내외 관광객을 유입시키는 핵심 문화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특히 지역 기업들의 실적 호조에 따른 자금 유동성이 미술 시장으로 흘러 들어와 작품 판매에서도 고무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권 인사들 역시 지역 미술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좋은 작품을 직접 소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미술 유통 시장의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한국화랑협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해인 만큼, 전시의 질적 수준도 한층 높아졌다. 참여 화랑들은 각자의 정체성을 담은 대표 작가들의 수작은 물론, 한국 미술의 미래를 책임질 신진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리드 파트너로 참여한 금융권 관계자는 화랑미술제가 서울 중심의 미술 권력을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침체된 유통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플랫폼임을 강조했다. 관람객들은 100여 개 부스를 돌며 한국 현대미술의 방대한 스펙트럼을 한자리에서 만끽하는 기회를 가졌다.지역 작가들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특별전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수원문화재단이 기획한 ‘수문장 : 제3의 파도’ 전시는 지역 작가 24명의 작품을 소개하며 지역 미술의 독창성을 뽐냈다. 파도와 파장, 물결을 주제로 한 세 가지 섹션은 지역 예술가들의 창작 열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했으며, ‘숍인숍’ 형태의 판매 플랫폼을 통해 실질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지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화랑미술제가 단순히 외부 화랑들의 잔치에 그치지 않고, 지역 미술 생태계와 국내 미술 시장을 단단하게 연결하는 뿌리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성공적인 안착을 확인한 화랑미술제는 이제 수원을 넘어 경기 남부 전체를 아우르는 문화 랜드마크로서의 지속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한국화랑협회와 수원시의 협력 관계가 내년까지로 예정되어 있으나, 현장의 뜨거운 반응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고려할 때 향후에도 수원에서의 개최가 긍정적으로 검토되는 분위기다. 쾌적한 관람 환경과 차별화된 콘텐츠로 무장한 이번 행사는 오는 28일까지 이어지며, 미술이 대중의 삶 속에 어떻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