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여성 30% 공천' 또 헛약속…기초단체장 10%도 안 돼
2026-05-19 18:31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확정된 여야의 공천 명단에서 여성 후보들의 실종 사태가 반복되면서 정치권의 성별 불균형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당헌·당규를 통해 여성 공천 30%를 약속해왔으나, 실제 기초단체장 후보 중 여성 비율은 각각 8.14%와 3.76%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등록 현황에 따르면 전체 후보 중 여성 비율은 과거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정작 행정 권력을 쥐는 단체장 선거에서는 여전히 남성 중심의 독점 구조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음이 확인됐다.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공천을 역대 가장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공천'이라고 자평해왔다. 정청래 대표는 낙하산이나 비리 없는 경쟁력 위주의 선발을 강조하며 당원 주권이 실현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성계의 시각은 냉담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개인의 경쟁력만을 잣대로 삼는 경선 방식은 결국 기존 정치 자산을 독점해온 남성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여성위원회는 당 지도부가 성평등이라는 정치적 책무를 방기한 채 절차적 공정성 뒤로 숨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광역단체장 선거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거대 양당이 전국 16개 시도지사 후보 중 여성에게 기회를 준 곳은 각각 단 한 곳뿐이다. 이는 광역 행정의 수장 자리가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넘기 힘든 벽임을 시사한다. 반면 진보당 등 소수 정당은 지역구 후보의 절반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며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여성계는 이러한 차이가 후보군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 지도부의 의지와 공천 시스템 설계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지방정치의 성별 불균형은 단순히 숫자의 불균형을 넘어 정책의 편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의 목소리가 지역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될 경우, 보육이나 돌봄, 성평등 등 여성의 삶과 밀착된 의제들이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성 정치 네트워크는 거대 양당 중심의 기득권 카르텔을 깨기 위한 근본적인 선거 제도 개혁을 요구하며, 이번 선거 이후에도 여성 정치 대표성 확대를 위한 입법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가 2030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잊힌 줄 알았던 24절기의 감각이 현대인의 취향과 만나 특별한 문화적 자산으로 소비되는 지금,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자연의 리듬을 삶의 기준으로 삼았던 선조들의 통찰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 기획전 ‘이십사(二十四): 하늘을 읽어 땅을 살리다’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다.전시는 단순히 유물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측-전달-실천’이라는 세 가지 흐름을 통해 절기가 어떻게 우리 삶의 지도가 되었는지 추적한다. 1부 ‘관측: 하늘을 읽다’에서는 혼천의와 앙부일구 등 정교한 천문 기구를 통해 절기가 치밀한 과학의 산물이었음을 증명한다. 특히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해 거리에 설치한 해시계 앙부일구는, 누구나 ‘때’를 알고 삶의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려 했던 당시의 혁신적인 통치 철학을 보여주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2부 ‘전달: 삶으로 잇다’에서는 국가가 독점하던 천문 지식을 백성의 손으로 넘겨주려 했던 실학자들의 실사구시 정신을 조명한다. 보물 제2032호인 ‘혼개통헌의’는 실학자 유금이 만든 휴대용 천문계산기로, 이번 전시의 핵심 유물이다. 관람객들은 인터랙티브 체험을 통해 직접 별자리를 읽으며, 절기를 읽는 행위가 관의 영역을 넘어 개인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과정을 경험한다. 글을 모르는 백성들도 노래로 절기를 익힐 수 있게 했던 ‘농가월령가’ 역시 지식의 대중화를 꿈꿨던 실학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전시의 하이라이트인 3부 ‘실천: 땅을 살리다’는 과거의 지혜를 기후 위기 시대의 생태적 대안으로 연결하며 ‘제철코어’의 진정한 의미를 완성한다. 여기서는 단순히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자연의 순환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가는 현대판 실학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철에 맞춰 농사를 짓는 농부들과 지역 식재료로 계절의 맛을 구현하는 셰프들의 인터뷰는, 절기를 따르는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왜 필요한 감각인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특히 남양주 조안면 주민들과 협업해 전시장 내에 설치한 ‘생태변기’는 이번 전시의 파격적인 시도 중 하나다. 배설물을 버려지는 오물이 아닌 소중한 퇴비로 되돌리는 이 장치는, 박제가가 ‘북학의’에서 주창했던 자원 순환의 철학을 21세기의 언어로 재현한 것이다. 이는 ‘제철코어’가 단순한 미식 트렌드를 넘어, 지구와 공존하기 위한 생태적 실천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김필국 실학박물관장은 절기를 따라 삶의 리듬을 세우는 일이 현대 사회의 피로를 치유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물관은 전시와 연계해 지역 어르신들의 손맛을 배우는 ‘할머니의 절기밥상’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절기의 감각을 일깨우는 로컬 커뮤니티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0월 1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하늘의 시간을 읽어 땅을 살리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오늘날 ‘제철코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는지 확인시켜 주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