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총장 비율 9.3%…대학가 성비 불균형 심화

2026-05-20 18:54

 대한민국 대학 사회의 최정점에 서 있는 총장 10명 중 9명 이상이 여전히 남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여성 총장의 비중이 소폭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선진국인 미국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전국 4년제 대학 182개교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최신 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학가는 여전히 공고한 유리천장과 특정 대학 출신 위주의 폐쇄적인 인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직 총장 중 여성은 단 17명에 불과해 전체의 9.3%라는 한 자릿수 점유율에 머물렀다. 이는 2021년 6.6%에서 시작해 지난 수년간 6%대에 갇혀 있던 수치가 처음으로 9%대에 진입한 결과다. 수치상으로는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으나, 2022년 기준 여성 총장 비율이 32.8%에 달하는 미국 등 교육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 대학 사회의 성별 다양성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 총장들의 평균 연령은 63.1세로 집계되어 고령화 경향이 뚜렷했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전체의 60.4%를 차지해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으며, 50대와 70대 이상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40대 이하의 젊은 총장은 단 4명에 그쳐 대학 경영진의 세대교체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사립대 총장의 평균 연령은 64.2세로 국·공립대보다 약 5세 이상 높아 사립 대학의 경영층 고령화가 더욱 심화된 상태였다.

 

학문적 배경 면에서는 이른바 '스카이(SKY)' 대학 출신의 독점이 여전했다. 국내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한 총장 중 서울대 출신이 28.6%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와 연세대를 포함한 상위 3개 대학 출신이 전체의 43.9%를 점유했다. 국·공립 대학의 경우 총장 전원이 국내 학사 출신으로 구성되어 순혈주의가 강하게 나타났다. 전공별로는 인문·사회계열이 60%를 상회하며 주류를 형성했고, 공학 계열이 그 뒤를 이으며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경영진의 선호도를 반영했다.

 


총장의 직무 경험과 학위 취득 경로를 살펴보면, 신임 총장의 비율이 78.6%로 가장 높게 나타나 임기 전환기에 있는 대학이 많음을 시사했다. 현행법상 연임에 제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3회 이상 연임하는 경우는 9.3% 수준에 그쳤다. 박사 학위 취득 국가는 한국이 절반을 차지했으며, 외국 학위 중에서는 미국이 36%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해 학문적 의존도가 여전히 특정 국가에 쏠려 있는 양상을 보였다.

 

자신의 모교에서 학사나 석·박사 학위 중 하나 이상을 취득한 '본교 출신' 총장은 전체의 약 4분의 1인 25.8%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으로, 대학들이 외부 인사를 수혈하기보다는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급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대학 총장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적 구성의 경직성이 대학 혁신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봄동비빔밥'에 진심인 당신…'제철코어' 열풍의 뿌리 찾았다

가 2030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잊힌 줄 알았던 24절기의 감각이 현대인의 취향과 만나 특별한 문화적 자산으로 소비되는 지금,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자연의 리듬을 삶의 기준으로 삼았던 선조들의 통찰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 기획전 ‘이십사(二十四): 하늘을 읽어 땅을 살리다’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다.전시는 단순히 유물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측-전달-실천’이라는 세 가지 흐름을 통해 절기가 어떻게 우리 삶의 지도가 되었는지 추적한다. 1부 ‘관측: 하늘을 읽다’에서는 혼천의와 앙부일구 등 정교한 천문 기구를 통해 절기가 치밀한 과학의 산물이었음을 증명한다. 특히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해 거리에 설치한 해시계 앙부일구는, 누구나 ‘때’를 알고 삶의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려 했던 당시의 혁신적인 통치 철학을 보여주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2부 ‘전달: 삶으로 잇다’에서는 국가가 독점하던 천문 지식을 백성의 손으로 넘겨주려 했던 실학자들의 실사구시 정신을 조명한다. 보물 제2032호인 ‘혼개통헌의’는 실학자 유금이 만든 휴대용 천문계산기로, 이번 전시의 핵심 유물이다. 관람객들은 인터랙티브 체험을 통해 직접 별자리를 읽으며, 절기를 읽는 행위가 관의 영역을 넘어 개인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과정을 경험한다. 글을 모르는 백성들도 노래로 절기를 익힐 수 있게 했던 ‘농가월령가’ 역시 지식의 대중화를 꿈꿨던 실학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전시의 하이라이트인 3부 ‘실천: 땅을 살리다’는 과거의 지혜를 기후 위기 시대의 생태적 대안으로 연결하며 ‘제철코어’의 진정한 의미를 완성한다. 여기서는 단순히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자연의 순환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가는 현대판 실학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철에 맞춰 농사를 짓는 농부들과 지역 식재료로 계절의 맛을 구현하는 셰프들의 인터뷰는, 절기를 따르는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왜 필요한 감각인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특히 남양주 조안면 주민들과 협업해 전시장 내에 설치한 ‘생태변기’는 이번 전시의 파격적인 시도 중 하나다. 배설물을 버려지는 오물이 아닌 소중한 퇴비로 되돌리는 이 장치는, 박제가가 ‘북학의’에서 주창했던 자원 순환의 철학을 21세기의 언어로 재현한 것이다. 이는 ‘제철코어’가 단순한 미식 트렌드를 넘어, 지구와 공존하기 위한 생태적 실천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김필국 실학박물관장은 절기를 따라 삶의 리듬을 세우는 일이 현대 사회의 피로를 치유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물관은 전시와 연계해 지역 어르신들의 손맛을 배우는 ‘할머니의 절기밥상’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절기의 감각을 일깨우는 로컬 커뮤니티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0월 1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하늘의 시간을 읽어 땅을 살리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오늘날 ‘제철코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는지 확인시켜 주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