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하루 274명 등정 역대 최다 기록
2026-05-22 21:14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가 하루 최다 등정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심각한 과밀화 몸살을 앓고 있다. 네팔 관광 당국에 따르면 지난 20일 하루 동안에만 무려 274명의 등반가가 정상에 올라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지난 2019년에 세워진 223명 등정 기록을 7년 만에 경신한 수치다. 올해 봄 시즌은 기상 악화와 거대 얼음 덩어리로 인해 등반로 확보가 늦어졌으나, 날씨가 호전된 짧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등반가들이 일시에 몰리면서 이 같은 진풍경이 연출되었다.이번 기록 경신은 네팔 정부의 등반 허가료 인상 정책에도 불구하고 에베레스트를 향한 열망이 꺾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네팔 당국은 등반객 조절을 위해 허가료를 1만 5,000달러까지 올렸으나, 올해 외국인 등반 허가 신청은 오히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외국인 등반객 1인당 최소 1명 이상의 네팔인 가이드가 동행하는 구조를 고려하면, 실제로 산에 오르는 인원은 허가 인원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중국이 티베트 루트를 폐쇄하면서 네팔 쪽 남쪽 루트에만 인파가 집중된 점도 과밀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화려한 기록의 이면에는 안타까운 희생도 잇따르고 있다. 이번 시즌에만 벌써 여러 명의 산악인과 가이드가 목숨을 잃었다. 힌두 달리트 계층 최초로 등정에 성공한 비제이 기미레가 고산병으로 숨졌으며, 베테랑 가이드들이 크레바스 추락이나 탈진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기록을 향한 집념과 상업적 등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안전 수칙이 경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에베레스트가 더 이상 도전의 장이 아닌, 자본과 기록 경쟁의 각축장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상업 등반 업체들은 충분한 산소 공급과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현재의 인파도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산악계 내부에서는 등반객 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네팔 정부 역시 기록 경신에 따른 관광 수입 증대를 반기면서도, 안전 사고 예방과 환경 보호라는 난제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에베레스트를 둘러싼 기록의 환희와 죽음의 공포가 공존하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등반 문화를 위한 국제적인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통해 세상에 알려진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창작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여 관객들과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초연 당시 주요 뮤지컬 시상식에서 3관왕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이 연극적 여정은 더욱 탄탄해진 캐스팅과 깊어진 감성으로 돌아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재연의 막을 올렸다.이번 공연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진정성이 가장 큰 무기다. 평생 글을 모르고 살다 여든이 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적고 시를 짓게 된 할머니들의 실제 경험담이 극 전체를 관통한다. 무대 위 배우들은 할머니들이 꾹꾹 눌러 쓴 시구를 가사 삼아 노래하며,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노년의 삶을 경쾌하면서도 뭉클하게 그려낸다. 초연 멤버들이 전원 합류한 가운데 차청화와 김미려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새롭게 가세하여 극의 활력을 더했다.작품의 음악적 특징은 할머니들의 투박한 언어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냈다는 점에 있다. 제작진은 경상도 사투리 특유의 억양과 할머니들이 맞춤법에 서툴게 적어 내려간 표현들을 노래 속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반갑다'를 '방가따'라고 발음하는 식의 디테일은 할머니들의 삶을 미화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배우들은 이러한 생소한 억양을 익히기 위해 대본에 악보처럼 음의 높낮이를 그려가며 연습에 매진했다는 후문이다.출연 배우들에게도 이번 작품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차청화는 실제 고령의 시할머니를 모시며 느꼈던 감정들을 연기에 투영하며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긴 무게감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희극인으로서 대중에게 친숙한 김미려 역시 할머니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유머와 슬픔을 진지하게 탐구하며 자신만의 색깔로 배역을 소화해냈다. 배우들의 이러한 진심 어린 접근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연기를 넘어선 깊은 울림을 전달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공연장 분위기는 여느 뮤지컬과는 사뭇 다르다.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사연이 노래로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온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자극적인 전개 없이도 관객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삶의 진실이 주는 힘 때문이다. 연출팀은 이러한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서울 공연 이후 뉴캐스트와 함께 전국 투어를 진행하며 더 많은 지역의 관객들과 할머니들의 시심(詩心)을 공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오는 6월 28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여기도 시, 저기도 시"라고 읊조리던 할머니들의 발견처럼,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 공연은 올여름 가장 따뜻한 위로의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할머니들의 서툰 글씨체가 무대 위 조명을 받아 찬란한 노래로 피어나는 광경은 세대를 초월한 모든 이들에게 인생을 '오지게 재밌게' 살아갈 용기를 북돋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