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초기업노조, 2달 만에 과반 상실
2026-06-04 22:04
삼성전자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초기업노동조합이 임금교섭 타결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과반 노조 지위를 상실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의 전체 조합원 수는 이날 오후 기준 5만 8천여 명으로 집계되어, 전체 임직원의 절반인 6만 4천여 명 선을 밑돌게 됐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획득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대표성이 급격히 약화한 것이다. 한때 7만 6천 명을 상회하던 세력이 보름 남짓한 기간에 2만 명 가까이 빠져나간 결과다.이번 대규모 이탈 사태의 도화선은 사업부별로 극명하게 갈린 성과급 규모였다.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메모리 사업부 직원의 경우 특별성과급이 6억 원에 육박하는 반면, 적자를 기록 중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은 그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고됐다. 같은 반도체 부문 내에서도 소속 사업부에 따라 수억 원의 자산 격차가 발생하자, 비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은 초기업노조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며 등을 돌렸다.

초기업노조에서 빠져나온 조합원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2, 제3의 노조로 흩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전삼노는 보름 만에 조합원이 5천 명 가까이 늘어 2만 명 선을 돌파했고, 동행노조는 한 달 전보다 10배 가까이 폭증하며 2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단일 대오를 형성했던 삼성전자 노조 지형이 다시 다당제 형태의 경쟁 구도로 재편되었음을 의미한다. 조합원들은 이제 노조의 이름보다 자신들의 실질적인 보상을 누가 더 확실히 챙겨줄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선택을 내리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 관계는 이제 '노사 갈등'을 넘어 '노노 갈등'이라는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조직 재정비를 위해 집행부 분리와 재신임 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미 갈라진 사업부 간의 감정의 골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직군별로 상이한 보상 체계와 이에 따른 구성원들의 불만이 노조의 세력 판도를 수시로 뒤흔드는 변동성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삼성전자의 노사 안정화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과제가 됐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마크 로스코의 주황색 추상화가 나란히 걸려 묘한 긴장감과 평온을 동시에 선사한다. 현재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고전미와 로스코의 현대적 숭고미가 결합한 거대한 전시장으로 변모했다. 팔라초 스트로치를 중심으로 도시 곳곳의 유적지가 로스코의 색면 회화와 조우하며, 그의 예술적 뿌리가 유럽 고전 문명에 닿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마크 로스코의 그림은 거대한 화면을 채운 단순한 색 덩어리에 불과해 보이지만, 그 앞에 선 관람객들은 종종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눈물을 흘리곤 한다. 스티브 잡스와 김환기 등 수많은 천재가 열광했던 그의 작품은 캔버스 안쪽에서 빛이 배어 나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보는 이를 깊은 명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번 전시는 가난한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방황하던 마르쿠스 로트코비츠가 어떻게 현대미술의 거장 마크 로스코로 거듭났는지 그 고통스러운 창작의 여정을 세밀하게 추적한다.로스코의 예술 세계에서 1950년의 이탈리아 여행은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그는 피렌체 산마르코 수도원의 프레스코화에서 색채가 어떻게 벽면과 일체가 되어 영적인 공간을 창조하는지 목격했다. 또한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의 압도적인 계단실에서는 인간을 짓누르는 듯한 공간의 무게감을 경험했다. 이러한 고전의 기억들은 로스코의 캔버스 위에서 거대한 색면으로 치환되었고, 관객을 화면 안으로 끌어당겨 영혼을 울리는 독보적인 화풍인 '색면 회화'를 완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다.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궁전의 한 방을 통째로 차지한 가로 4m가 넘는 대작 '무제'와 시그램 빌딩 벽화의 드로잉들이다. 특히 평소 대중에게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시그램 벽화 준비 자료들은 로스코가 안젤리코의 벽화를 얼마나 깊이 연구했는지 보여주는 소중한 증거다. 로스코는 과거 거장들의 기법을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현대인의 고독과 실존적 고뇌를 치유하는 명상적 도구로 승화시켰다. 그의 그림은 이제 종교적 도상을 넘어 현대의 새로운 제단화로 기능하고 있다.전시의 마지막은 로스코가 생의 마지막 에너지를 쏟아부은 휴스턴 채플의 분위기를 재현한 팔각형 방이 장식한다. 1970년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그린 '블랙 앤드 그레이' 연작은 짙은 어둠 속에서도 미묘하게 명멸하는 색채의 변화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탐구한다.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보랏빛과 회색의 대비는 로스코가 평생 추구했던 빛과 어둠의 투쟁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이 팔각형 공간에서 작가의 마지막 숨결과 마주하며 고요한 슬픔과 위안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이번 피렌체 전시는 로스코의 추상이 결코 고립된 현대의 산물이 아니라, 인류 예술사의 유구한 흐름 속에 존재하는 영속적인 가치임을 증명한다. 도보로 연결된 세 곳의 전시장을 걷다 보면 15세기의 프레스코화와 20세기의 유화가 같은 언어로 대화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르네상스의 심장부에서 마주하는 로스코의 색채는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인간 영혼의 깊은 곳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여정이다. 8월 말까지 이어지는 이 특별한 만남은 고전과 현대가 어떻게 서로를 완성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