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기사도 최저임금? 노사 끝장 토론
2026-06-04 21:36
내년도 최저임금의 향방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가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적용 여부를 두고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했다. 4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택배와 배달 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들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 만큼,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를 회복하는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특히 특수고용직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저임금 구조를 개선하고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더 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노동계 위원들은 도급제 근로자 보호가 결코 특혜가 아닌 최소한의 인권 조치임을 거듭 주장했다. 배달이나 대리운전 기사처럼 계약 형태만 개인사업자일 뿐 사실상 종속적인 노동을 제공하는 이들에게 최저임금이라는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다. 민주노총 측은 노동부의 비공개 실태조사 자료를 근거로 적용 확대의 당위성을 피력하며, 870만 명에 이르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을 되찾아주는 것이 시대적 과제임을 역설했다.

중소기업계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적용할 경우 오히려 도급제 근로자들의 고용 유연성이 위축되고 일자리가 감소하는 부메랑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다. 최저임금이 저임금 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문제를 최저임금위에서 성급하게 다루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경영계는 업종별 구분 적용 문제와 연계해 이번 사안을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도급제 적용 문제를 매듭지은 뒤 경영계가 요구하는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을 다룰 계획이다. 법정 심의 시한은 6월 말로 다가왔지만, 노사 간의 입장 차가 워낙 커 올해도 시한을 넘겨 7월까지 마라톤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간당 1만 320원인 현재의 최저임금이 플랫폼 노동자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아니면 경영계의 저항에 부딪혀 현행 유지에 머물지 전국 870만 종사자들의 이목이 세종으로 쏠리고 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눕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선운사 본사와 내소사, 개암사 등 말사의 성보 157점을 한자리에서 공개하며 불교 미술의 정수를 선보인다. 특히 지난달 부처님오신날을 기점으로 관람객이 폭증하며 5월 말 기준 누적 관람객 1만 5,000명을 넘어서는 등 박물관 역사상 유례없는 흥행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연 ‘선운사 삼지장(三地藏)’ 보살상의 최초 합동 전시다. 선운사 지장보궁과 도솔암, 참당암에 각각 모셔져 있던 보물급 지장보살상 3점이 사찰 밖으로 나와 나란히 안치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장보살은 지옥 중생을 구제하는 자비의 상징으로, 불자들 사이에서는 관음신앙과 함께 가장 두터운 신앙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유리 진열장 너머로 보살상의 세밀한 표정과 조각 기법을 사방에서 감상하며, 평소 사찰 불단 위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성보의 진면목을 눈높이에서 마주하고 있다.전시품 중에서도 지장보궁의 금동지장보살좌상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밀반출되었다가 기적적으로 돌아온 파란만장한 역사를 품고 있어 더욱 주목받는다. 당시 보살상을 소장했던 일본인들이 우환에 시달리다 꿈속 계시를 받고 자발적으로 반환했다는 일화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전시장 내에서 상영 중이다. 이러한 드라마틱한 서사와 박물관 측의 적극적인 SNS 홍보가 맞물리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도 '반드시 봐야 할 전시'로 입소문이 나며 관람 열기를 더하고 있다.사실 이번 전시는 작년 가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예기치 못한 화재 사고로 반년가량 일정이 늦춰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6월 조계종 총무원 청사 화재 당시 연기와 분진이 지하 박물관까지 덮치면서 정화 작업을 위해 휴관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연이 오히려 부처님오신날이라는 불교계 최대 명절과 겹치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고창의 여러 암자를 일일이 찾아다녀야 만날 수 있는 보물들을 서울 한복판에서 한 번에 친견할 수 있다는 점이 불자들의 발길을 조계사로 이끄는 결정적 계기가 된 셈이다.전시 성사 배경에는 선운사 주지 경우 스님과 교구 스님들의 통 큰 결단이 있었다. 화재로 전시 일정이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운사 측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찰의 핵심 성보들을 흔쾌히 서울로 보냈다. 경우 스님은 선운사를 직접 찾지 못하는 대중에게도 성보를 친견할 기회를 주는 것이 불교의 도리라며 문중 스님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심전심의 마음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불상 앞에서 합장하고 큰절을 올리는 경건한 관람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7월 말까지 이어지는 이번 특별전은 종교적 신앙을 넘어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국보인 내소사 동종의 섬세한 부조와 석조 보살상의 오톨도톨한 질감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번 무대는,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지닌 전시의 묘미를 극대화했다. 화마를 견뎌내고 더욱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선운사의 보물들은,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지장보살의 자비로운 미소처럼 따뜻한 위로와 평온을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