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월드컵, 오스트리아 돌풍 시작될까

2026-06-17 23:01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오스트리아가 랄프 랑닉 감독의 지휘 아래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를 마쳤다. 오스트리아는 17일 새벽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요르단과 2026 북중미 월드컵 J조 첫 경기를 치른다. 유럽 예선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오스트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위협적인 다크호스로 손꼽힌다. 마르셀 자비처와 마르코 아르나우토비치 등 유럽 빅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과 신예들이 조화를 이룬 선수단은 랑닉 감독 특유의 역동적인 축구를 구현해내며 본선 무대에서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상승세는 본선 직전 치러진 평가전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를 5대1로 대파한 데 이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마저 1대0으로 제압하며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최종 점검 무대였던 튀니지전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전에서 보여준 조직적인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은 랑닉 감독의 철학이 팀에 완벽히 녹아들었음을 증명했다. 이러한 성과 덕분에 오스트리아 축구계는 이번 대회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팀을 이끄는 랑닉 감독은 현대 축구의 전술적 흐름을 주도해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독일 분데스리가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클럽들을 거치며 쌓은 풍부한 경험은 오스트리아 대표팀을 단기간에 유럽의 강자로 탈바꿈시켰다. 유로 2024에서 보여준 지도력은 이미 검증을 마쳤으며, 최근 빅클럽들의 디렉터 부임 제안을 거절하고 대표팀과의 동행을 택할 만큼 월드컵 성공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랑닉의 존재는 오스트리아 선수들에게 전술적 신뢰를 넘어 강력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첫 상대인 요르단은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요르단은 지난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탈락시키며 아시아 축구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팀이다. 끈질긴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을 주무기로 삼는 요르단은 객관적인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변을 일으킬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 아시아 국가들이 월드컵 무대에서 보여준 선전은 오스트리아로서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랑닉 감독 역시 요르단의 전력을 높게 평가하며 첫 경기부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수에 대비하고 있다.

 


랑닉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종일관 진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한국을 꺾은 결과에 자만하지 않고, 오히려 요르단전이 이번 대회 전체의 흐름을 결정할 가장 위험한 경기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팀 내 그 누구도 첫 승리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랑닉의 발언은 선수단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상대의 전술적 특징을 철저히 분석하고 작은 틈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그의 단호함은 오스트리아가 이번 대회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를 대변한다.

 

오스트리아는 요르단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월드컵 여정에 돌입한다. 랑닉 감독의 '헤비메탈 축구'가 아시아의 복병을 상대로 어떤 파괴력을 보여줄지가 전 세계 축구계의 관심사다. 평가전에서의 승리 기운을 본선 무대로 이어가려는 오스트리아와, 다시 한번 대이변을 꿈꾸는 요르단의 맞대결은 조별리그 초반 가장 흥미로운 승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의 밤을 뜨겁게 달굴 두 팀의 대결은 이제 킥오프만을 남겨두고 있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국립제주박물관, 김영갑 기증 사진 10만 점 첫 공개

를 담다’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작가가 생전에 남긴 방대한 기록물들이 국가의 품으로 돌아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16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 동안 관람객들은 흑백과 컬러를 넘나드는 150여 점의 사진과 작가의 혼이 깃든 유품들을 통해 그가 사랑했던 제주의 진면목을 마주하게 된다.이번 전시는 지난 3월 서귀포 삼달리에 위치한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이 수장고 노후화 문제로 소장품 전량을 기증하면서 성사됐다. 기증된 규모는 필름과 인화지, 액자 등을 포함해 총 9만 8,600여 점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작가가 2002년 폐교를 개조해 세운 두모악 갤러리는 그동안 제주의 예술적 성지로 불려왔으나, 작품의 영구적인 보존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국립 기관으로의 이전을 결정했다. 이번 전시는 그 소중한 유산들이 대중과 다시 만나는 첫 번째 공식적인 자리다.전시 구성은 작가의 시선이 머물렀던 궤적을 따라 총 4부로 나뉘어 전개된다. 1부 ‘제주인의 삶과 죽음’에서는 척박한 땅에서 뿌리 내리고 살아온 섬 사람들의 투박한 일상을 다루며, 2부 ‘오름, 영혼의 안식처’는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졌던 오름의 유려한 곡선을 집중 조명한다. 이어 3부 ‘제주 환상곡’에서는 빛과 바람이 빚어낸 신비로운 풍광을 만날 수 있으며, 마지막 4부 ‘남겨진 이야기’는 그가 사용하던 카메라와 투병 기록 등을 통해 인간 김영갑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1985년 제주에 정착한 이후 작가는 섬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외로운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남들이 주목하지 않던 중산간의 오름과 들판을 지키며 구름의 움직임과 바람의 결을 담아내는 데 천착했다. 루게릭병이라는 가혹한 시련이 찾아와 근육이 마비되는 순간에도 그는 카메라를 놓지 않았으며, 오히려 병마와 싸우며 제주의 아름다움을 더욱 처절하고도 아름답게 기록했다. 이러한 그의 집념은 훗날 그에게 ‘바람의 사진가’라는 수식어를 안겨주었다.국립제주박물관은 작품의 훼손을 방지하고 보다 많은 기증작을 소개하기 위해 전시 기간 중 작품 교체를 진행한다. 11월 1일까지는 초기 선정된 32점을 먼저 선보이고, 이틀간의 정비 기간을 거쳐 11월 3일부터는 새로운 작품들로 전시장을 채울 예정이다. 이는 작가의 방대한 기증품 중 엄선된 수작들을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한 번 방문했던 관람객들이 계절의 변화에 맞춰 다시금 박물관을 찾게 만드는 유인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가 작가가 생전에 바랐던 것처럼 제주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을 관람객의 마음속에 심어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제주보다 제주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했던 한 예술가의 시선은 이제 국립박물관이라는 안정적인 보금자리에서 영원히 빛나게 됐다.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잊고 작가가 포착한 제주의 순수한 찰나를 감상하는 시간은 방문객들에게 영혼의 휴식과도 같은 풍요로움을 선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