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머 사퇴, 브렉시트 10년의 저주?
2026-06-22 21:54
영국 노동당을 14년 만의 정권 교체로 이끌었던 키어 스타머 총리가 결국 당내 반발의 벽을 넘지 못하고 권좌에서 물러난다. 스타머 총리는 22일 런던 관저 앞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총리직과 당 대표직 사임을 공식화했다. 그는 자신이 다음 총선을 이끌 적임자인지에 대한 당내 의구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9월 의회 복귀 전까지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설 도중 가족을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힌 그는 국가의 수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남편과 아버지라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전하며 부인 빅토리아와 함께 관저로 발길을 옮겼다.이번 사임은 2024년 총선 당시의 압도적인 지지를 생각하면 충격적인 결과다. 스타머는 집권 초기 강력한 개혁 의지를 보였으나, 이후 이어진 경기 침체와 복지 정책을 둘러싼 당내 갈등, 그리고 해결되지 않는 이민자 문제로 인해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실제로 그의 지지율은 취임 초기 36%에서 최근 18%까지 곤두박질치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노동당 내부에서조차 장관급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퇴진을 요구하는 등 '리더십 부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스타머는 결국 지난 주말 측근들과의 논의 끝에 사퇴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머의 빈자리를 채울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앤디 버넘 전 맨체스터 시장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주 보궐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하원에 복귀한 그는 '북부의 왕'이라는 별칭답게 탄탄한 지역 기반과 행정 능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버넘은 시장 재임 시절 대중교통 개혁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으며, 중앙 정부의 권한 분산을 주장해온 점이 현재의 정치 개혁 요구와 맞물려 큰 지지를 얻고 있다. 그의 하원 복귀가 스타머 사퇴의 결정적 트리거가 되었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당내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영국은 이제 브렉시트 10주년을 앞두고 7번째 총리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노동당은 오는 7월 9일부터 차기 당 대표 선출 절차에 돌입하며, 9월 초에는 새로운 내각이 출범할 예정이다. 잦은 총리 교체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성이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유권자들은 더 이상 인물 교체만이 아닌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다우닝가 10번지의 주인은 바뀌겠지만, 영국이 직면한 거대한 시대적 과제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새로운 지도자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신작 ‘댄포스가 옳았다’가 그 주인공이다. 작품은 천재 프로파일러 조너스 보튼과 연쇄살인 용의자 존 조우의 대결을 그린 2인극으로, 단 7번의 만남과 회당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 12일 개막한 이 연극은 단순한 범죄 추적극을 넘어 인간 내면의 심연을 파고드는 웰메이드 심리스릴러로 평가받고 있다.극의 초반부는 용의자의 자백을 끌어내려는 프로파일러의 치밀한 접근에 집중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두 인물의 관계는 묘하게 뒤틀린다. 어느덧 용의자가 프로파일러의 심리를 역으로 분석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며 관객들은 극심한 혼란과 긴장감에 빠져든다. 장진 연출 특유의 리드미컬한 대사와 촘촘하게 설계된 인물 간의 심리전은 100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끝날 때까지 범인의 정체를 확신할 수 없게 만드는 전개는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작품의 제목이자 핵심 모티프인 ‘댄포스’는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도사린 살인 욕구를 인지하고, 범죄자가 되기 전 스스로 생을 마감한 외과 의사다. 프로파일러는 그의 일기를 읽어주며 세상이 그의 결정을 옳다고 평가했음을 전하지만, 용의자는 이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반격한다. 이는 관객들에게 "잠재적 가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윤리적 화두를 던진다. 장진 연출은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숨기고 사는 어두운 내면과 그늘진 생각들을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진 감독은 이번 작품이 단순히 범인을 찾는 과정을 넘어선 그 이상의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그는 관객들이 극 중 대화 속에 숨겨진 단서들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말 못 할 어둠과 우물거림에 대해 소통하고 싶었다는 연출 의도는 관객들에게 깊은 잔상을 남긴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장진 특유의 재치 있는 유머 코드를 곳곳에 배치해 극의 완급을 조절한 점도 돋보인다.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냉철한 프로파일러 조너스 보튼 역에는 박건형, 최영준, 강승호가 캐스팅되어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이에 맞서는 미스터리한 용의자 존 조우 역은 고상호, 김한결, 이현우가 맡아 팽팽한 대결 구도를 형성한다. 2인극 특성상 배우들의 호흡이 극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이들이 쏟아내는 폭발적인 에너지와 섬세한 감정 연기는 관객들로부터 "연기 전공자들의 교과서 같은 공연"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내고 있다.‘댄포스가 옳았다’는 오는 8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장진 감독이 설계한 이 지독한 심리 게임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각자 댄포스의 선택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품게 된다. 올여름 대학로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작으로 떠오른 이 연극은 한동안 관객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강렬한 질문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