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원룸의 훼손된 리얼돌, 현직 경찰 부친이 폐기

2026-07-02 10:17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 피의자 장윤기의 부친이 아들의 주거지에 있던 물품 일부를 폐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 절차와 친족의 증거인멸 처벌 예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는 사건 발생 사흘 뒤인 지난 5월 8일, 장윤기가 혼자 살던 광주 광산구의 한 원룸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 등을 통해 주요 증거물 확보를 마친 상태였고, 해당 원룸에 별도의 현장 보존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이 치운 물품 가운데에는 특정 부위가 훼손된 성인용품 리얼돌이 포함됐으며, 이 물품은 여러 조각으로 분해돼 폐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미 해당 물품에서 장윤기의 DNA를 채취했고, 감식 보고서와 훼손 상태를 촬영한 영상 자료도 확보한 만큼 부피가 큰 실물을 증거물로 보관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훼손된 리얼돌의 상태 등을 중요한 정황 증거로 보고, 장윤기에게 일반 살인보다 형량이 무거운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실물은 이미 폐기된 상태였기 때문에 재판에는 경찰이 촬영한 영상과 감식 자료 등이 증거로 제출됐다.

 

또한 장윤기의 아버지는 아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사용했던 구형 휴대전화 여러 대도 소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만 형법상 친족 간 증거인멸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 특례 조항을 고려해 장윤기의 부모를 형사입건하지 않았다. 장윤기의 아버지는 경찰 중간 간부급으로, 사건 이후 휴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의자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관임에도 주요 증거를 없앤 정황이 드러났지만, 현행법상 즉각적인 처벌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친족이라는 이유로 증거인멸 책임을 면제하는 현행 특례가 적절한지, 제도 개선 필요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0시 10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보행로에서 여고생을 성폭행 목적으로 납치하려다 실패하자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 현장에서 피해자를 도우려던 고등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와, 과거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베트남 국적 여성에게 스토킹 및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이사라, 칼날로 빚은 동심

랫동안 천착해 온 '동심'이라는 주제를 회화와 조각으로 풀어낸 자리다. 작가는 사실주의 회화에서 출발해 인간 내면의 탐구를 거쳐 자신만의 유토피아인 '원더랜드'를 구축해 왔다. 작품 속 소녀들은 행복과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관람객을 맞이하며,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냈던 순수한 감각과 감정을 다시금 일깨운다.이사라 작품의 정체성은 소녀의 눈동자에서 완성된다. 작가에게 눈은 단순히 시각 기관을 넘어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잇는 통로이자, 원더랜드의 모든 서사가 압축된 공간이다. 촘촘하게 쌓인 형형색색의 문양들은 관람객을 빨아들일 듯한 깊이감을 선사하며, 그 안에서 펼쳐지는 작은 세계는 보는 이에게 위로와 평온을 전한다. 작가는 이 눈동자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집요할 정도로 세밀한 공정을 거치며, 이를 통해 동심이 가진 생명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증명해 보인다.화면의 화려한 색감 뒤에는 작가의 고된 노동이 숨어 있다. 나무 패널 위에 건축 재료를 바르고 사포질하는 밑 작업을 수차례 반복한 뒤, 흰 물감을 두껍게 올려 바탕을 만든다. 그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한 후 날카로운 칼날로 표면을 긁어내어 흰 선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그림 곳곳에서 반짝이는 빛의 효과는 붓질이 아닌 칼끝의 흔적이다. 작가는 이 과정을 두 손을 비비며 기도하는 의식에 비유하며, 작품을 마주하는 모든 이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칼날 끝에 담아낸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평면의 소녀가 입체 공간으로 걸어 나왔다는 점이다. 작가는 회화 신작 13점과 더불어 처음으로 시도한 조각 작품 16점을 함께 선보인다. 조각으로 구현된 소녀들 역시 회화에서 보여준 섬세한 표면 처리와 화려한 눈동자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는 평면 속에 갇혀 있던 원더랜드의 서사를 실제 관람객이 숨 쉬는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입체화된 소녀들은 더욱 생생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관람객과 정서적 교감을 시도한다.이사라 작가는 한국 예술계의 명문가 출신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세대 연극인 고(故) 이해랑의 손녀이자 극사실주의 화풍의 대가 이석주 작가의 딸인 그는, 탄탄한 학문적 배경과 독창적인 화풍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그의 작업은 예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상업적 매력도 충분해 삼성전자, 아디다스, 하리보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하며 대중과 소통해 왔다. 특히 스포츠 구단의 유니폼 디자인에 참여하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행보를 통해 현대 미술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노화랑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이사라가 구축한 원더랜드의 정점을 보여주는 자리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미술관 등 주요 기관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예술적 성취를 뒷받침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섬세함의 끝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칼끝으로 긁어낸 수만 번의 흔적이 모여 완성된 소녀의 눈동자는,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순수한 유토피아의 존재를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