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이틀 만에 미국행…홍명보 둘러싼 불화설

2026-07-03 10:13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귀국 이틀 만에 다시 미국으로 출국했다. 대표팀 부진 원인을 둘러싸고 선수단 내분설과 감독·선수 간 불화설이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홍 전 감독은 관련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홍 전 감독은 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월드컵과 관련해 “제가 할 이야기는 있는데 언젠가는 이야기가 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당분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며 휴식을 취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팀 내분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홍 전 감독은 32강 탈락 원인으로 선수단 내부 갈등이 거론되는 데 대해 “선수들 전체적으로 내분은 없었다”며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전체적인 내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옌스가 규율 위반으로 조별리그 1·2차전에 출전하지 못했다는 추측에 대해서도 “그런 건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추진 중인 청문회에 대해서는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대표팀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2일 KBS 보도에 따르면 진종오 의원은 믿을 만한 제보를 통해 확인했다며 홍 전 감독과 주장 손흥민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멕시코전 이후 라커룸에서 손흥민이 선수들과 경기 관련 대화를 나누던 중 홍 전 감독이 “그걸 왜 네가 얘기하느냐. 내가 해야지”라고 말하며 선수들을 밖으로 나오게 했다는 취지의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이번 사안을 선수들끼리의 내분이 아니라 감독과 일부 선수 사이의 불화로 봤다. 그는 “감독과 선수 간 소통이 안 되는 부분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며 “감독은 선수들을 잘 지도하라고 뽑아놓은 것인데,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멕시코,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A조에 편성됐다. 조 편성 당시 비교적 해볼 만한 상대라는 평가가 나오며 토너먼트 진출 기대감도 컸다. 출발도 나쁘지 않았다. 한국은 1차전에서 체코를 2-1로 꺾으며 승리를 거뒀고, 2차전 멕시코전에서는 0-1로 패했지만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32강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남아공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홍 전 감독은 손흥민과 이재성 등 베테랑 선수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됐지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고, 이재성은 끝내 출전하지 않았다. 한국은 남아공에 0-1로 패하며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회 이후에는 인터뷰 보이콧을 둘러싼 갈등설도 제기됐다. 홍 전 감독이 선수단에 언론 인터뷰 재개를 지시했지만, 손흥민 등 일부 선수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다만 대한축구협회는 손흥민과 이재성이 홍 전 감독과의 갈등 때문에 선발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감독은 지난달 30일 귀국했고, 손흥민과 이재성은 이달 1일 각각 다른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돌아왔다. 대표팀은 월드컵 탈락과 감독 사퇴 이후에도 책임론, 선수 기용 논란, 내부 소통 문제를 둘러싼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연극 '갈라진 마음들', 분단을 잇는 몸짓

없는 달 표면에서 산화철을 발견했다는 역설적인 대사는 불가능한 만남을 꿈꾸는 우리의 현실을 투영한다. 존재할 수 없는 '녹슨 철'의 형상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절된 채 서로를 그리워하다 속까지 붉게 녹슬어버린 한민족의 상처 입은 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작품은 분단이라는 거대 담론을 직접적으로 설파하는 대신, 14개의 독립된 장면을 통해 상실의 감각을 세밀하게 파고든다. 72년의 기다림 끝에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는지조차 잊어버린 노인의 넋두리는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마녀의 저주로 굳은 양철 인간부터 벽에 가로막힌 연인, 사소한 식사 예절로 갈등하는 부자까지, 시퀀스마다 등장하는 각기 다른 존재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강요된 단절'을 겪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지닌다.이소영 연출은 도저히 이어붙일 수 없을 것 같은 파편화된 이야기들을 1인극이라는 틀 안에서 촘촘하게 연결한다. 극 중 아이폰을 수리하는 '서강잡스'의 에피소드는 기계의 회로를 고치는 행위가 결국 사람의 멍든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음을 시사한다. 배우 윤성원은 70분 동안 이 모든 존재의 고통을 자신의 몸속으로 받아내며, 끊어진 세계를 다시 잇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시각화하여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14행의 시퀀스로 극을 구성한 배경에는 대문호 셰익스피어에 대한 경의와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깔려 있다. 16세기 런던에 흑사병이 창궐해 공연장이 폐쇄되었을 때, 극작가 셰익스피어는 다시 문이 열릴 날을 고대하며 삶과 죽음을 탐구한 14행 정형시 '소네트'를 썼다. 제작진은 당시의 절박한 기다림이 오늘날 우리가 분단 극복을 바라는 마음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소네트의 형식을 빌린 연극적 실험은 분단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보편적인 인류애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파격적인 시도 또한 눈에 띈다. 사방에서 무대를 내려다보는 객석 배치와 배우가 관객 사이를 산책하며 즉흥적으로 소통하는 연출은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장치다. 이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가는 과정을 관객이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분단이라는 거대한 장벽 역시 언젠가는 무너질 수 있다는 희망을 은유한다. 관객은 단순한 관찰자를 넘어 배우와 함께 단절의 고통을 공유하고 치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동반자가 된다.배우의 독백과 몸짓으로 채워진 무대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분단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각자의 삶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갈라진 마음들'을 발견하게 된다. 72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견디며 녹슬어버린 마음을 고치려는 연극적 시도는, 단절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연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다. 배우가 뱉어낸 마지막 시 구절은 적막한 공연장 안에서 분단의 상흔을 어루만지며 길게 메아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