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지급기, 공공생리대 사업 첫날부터 '삐걱'

2026-07-06 22:33

 정부가 여성의 보편적 건강권 확립을 위해 야심 차게 내놓은 공공생리대 지원 사업이 시행 첫날부터 극심한 현장 혼란에 직면했다. 성평등부는 6일을 기점으로 전국 공공시설에서 무료 생리대 이용이 가능하다고 홍보했으나, 실제 현장 상황은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울 시내 주요 공공기관조차 지급기가 설치되지 않은 채 구석에 방치되어 있거나, 설치가 끝난 곳도 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진 곳에 배치되어 있어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사업의 시작 여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용객이 붐비는 화장실이나 로비 대신 자주 찾지 않는 별관 등에 지급기가 설치된 탓에, 정작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아야 할 여성들은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 특정 지자체에서는 지급기 내부에 채워 넣을 생리대 비치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해 빈 기계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실정이다. 이는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일정 발표와 지자체의 준비 속도가 전혀 맞물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방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수동 지급기의 배송 지연과 예산 집행 차질 등을 이유로 대다수 지자체는 사업 개시일을 이번 주말 이후나 다음 주로 미루고 있다. 특히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 여파로 행정력이 분산되면서 공공생리대 보급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지자체 관계자들은 정부의 발표 날짜가 자신들의 일정과 무관하다며 선을 긋는 등 중앙과 지방 간의 소통 부재가 심각한 수준임을 드러냈다.

 

행정 내부의 정보 공유 체계도 엉망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구청 내에서도 담당 부서마다 지급기 설치 시점과 운영 방식을 다르게 설명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어떤 곳은 이번 주 내 설치를 약속하는 반면, 다른 곳은 다음 달에나 사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이러한 정보의 불일치는 시민들에게 정확한 이용 안내를 제공해야 할 지자체의 홍보 역량 부족으로 이어져 사업 초기 동력을 상실하게 만들고 있다.

 


사업의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기 보급 방식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주를 이루고 있는 수동 지급기는 수용량이 적어 이용자가 조금만 몰려도 금세 재고가 바닥나는 한계가 있다. 반면 대용량 보관이 가능한 자동 지급기는 보급 속도가 더뎌 시민들이 체감하는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물량 부족으로 인한 불만이 쌓일 경우, 월경권 보장이라는 사업의 본래 취지가 퇴색될 위험이 크다.

 

성평등부는 뒤늦게 자동 지급기 보급이 완료되는 7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홍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해 사업을 알리고 지자체별 운영 일정에 맞춘 맞춤형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시행 첫날의 홍보 기회를 놓친 상황에서 무너진 행정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가 관건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제라도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공공생리대 보급 사업이 공백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유퀴즈'가 쏘아 올린 싯다르타 1위, 고전의 반란

. 2026년 7월 3일 교보문고가 집계한 최신 순위에 따르면, 이 작품은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된 고전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최정상 자리에 올랐다. 이러한 역주행의 배경에는 최근 인기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해당 도서 편집자의 진정성 있는 추천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시대를 초월한 고전의 가치와 만나 독자들의 구매 욕구를 강하게 자극한 결과다.순위권 전반을 살펴보면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사회적 관심을 반영한 실용 도서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송희구가 집필한 '나의 첫 번째 부동산 교과서'는 2위에 오르며 내 집 마련과 자산 관리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열망을 증명했다. 이어 채널A 김진 앵커의 '품격 있는 대화를 위한 지식 브리핑'이 3위를 기록하며 교양과 대화의 기술을 갈구하는 독자층을 흡수했다. 오건영의 경제 전망서인 '부의 갈림길' 또한 4위에 안착하며 자산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 길을 찾으려는 이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문학과 만화 장르에서도 팬덤의 화력이 순위를 요동치게 했다. 와야마 야마의 만화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하)'는 출간과 동시에 5위에 오르며 독보적인 인기를 과시했다. 철학적 사유를 담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니체의 초월자'는 6위를 기록해 '싯다르타'와 함께 인문학 열풍의 한 축을 담당했다. SF 장르의 스테디셀러인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7위를 지키며 장르 소설의 저력을 보여주었고, 김애란 작가의 신작 소설 '안녕이라 그랬어'는 8위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문학의 자존심을 지켰다.특히 이번 주 순위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일본 만화의 강력한 진입이다. 오다 에이치로의 '원피스 114: 갓 밸리 사건'은 서점 배본과 동시에 종합 9위로 직행하며 장수 인기작의 위엄을 입증했다. 짐 머피의 자기계발서 '내면 근력'은 10위를 기록하며 톱 10의 마지막 자리를 꿰찼다. 이는 독자들이 문학적 감수성과 실용적 지식,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적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다변화된 독서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출판업계는 이번 '싯다르타'의 1위 등극을 단순한 일회성 현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영상 매체를 통해 책의 가치가 재발견되는 '미디어 셀러' 현상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으며, 특히 고전이 지닌 깊이 있는 메시지가 현대인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도구로 선택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부동산이나 경제 지식에 편중됐던 독서 시장이 인문학적 성찰로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은 올여름 서점가의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서점가는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한 마케팅 경쟁에 돌입했다. 1위를 차지한 고전 문학부터 자산 관리 비법을 담은 경제서, 그리고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만화 시리즈까지 각기 다른 매력의 도서들이 상위권을 형성하며 독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미디어가 쏘아 올린 고전 열풍이 7월 한 달간 출판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싯다르타'가 불러온 성찰의 바람은 당분간 식지 않을 기세로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