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참사 뒤 캄보디아행, 이임생의 도피?
2026-07-07 22:13
한국 축구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대표팀 운영의 핵심축이었던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이사가 돌연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캄보디아 프로축구팀 나가월드FC는 지난 6일 이임생 전 이사를 구단의 기술 방향을 총괄하는 테크니컬 디렉터로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단 측은 이 전 이사의 풍부한 지도자 경력과 아시아축구연맹에서의 활동 이력을 높이 평가하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국내 축구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국 축구가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혼란에 빠진 시점에 핵심 관계자가 돌연 동남아시아행을 택한 것을 두고 '책임 회피성 이직'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이임생 전 이사는 2024년 당시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을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이후 전권을 위임받은 그는 홍 감독의 전술적 역량과 리더십이 한국 축구에 가장 적합하다며 선임을 강행했다. 특히 그는 한국인 감독도 외국인 감독에 준하는 고액 연봉과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파격적인 계약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선임 절차의 공정성을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았고, 이는 결국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현안 질의로까지 이어지며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북중미 월드컵 참사 이후 한국 축구는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이 동반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기술 행정의 수장이었던 이 전 이사 역시 성적 부진과 행정 실패에 대한 무거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였다. 그러나 그는 사태 수습과 반성 대신 별다른 설명도 없이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이번 이직이 국내에서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잠시 피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작 원인을 제공한 인물은 해외로 떠나버린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이임생 전 이사의 캄보디아행은 한국 축구 잔혹사의 마침표가 아닌, 또 다른 논란의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팬이 밤잠을 설치며 응원했던 월드컵이 허무하게 끝난 뒤, 그 실패를 책임져야 할 행정가는 멀리 떠나 새로운 출발을 자축하고 있다. 남겨진 한국 축구는 이제 무너진 행정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야 한다. 책임지지 않는 권력이 남긴 상처는 고스란히 독자들과 축구 팬들의 몫으로 남게 되었으며, 이번 사태는 향후 축구협회 인적 구성에 있어 전문성만큼이나 책임 의식이 중요하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Faisandage 세계로 스며드는 죽음'은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3040 여성 작가 3인이 음식과 요리라는 일상적인 매개체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작가 우한나가 직접 기획을 맡아 동료인 최수진, 슈이 차오와 함께 위챗과 줌을 활용한 비대면 협업 끝에 완성한 신작들로 채워졌다. 단순한 미식의 즐거움을 넘어 소화와 변형, 그리고 죽음 이후의 순환을 다루는 총 32점의 작품은 상업 화랑에서 보기 드문 깊이 있는 담론을 형성한다.전시의 핵심 키워드인 '페상다주(Faisandage)'는 사냥한 고기를 즉시 조리하지 않고 일정 기간 숙성시켜 풍미를 끌어올리는 프랑스의 고전 요리법에서 착안했다. 작가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직의 분해와 변형을 단순한 부패가 아닌,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적인 전환의 시간으로 해석한다. 이는 죽음을 끝이 아닌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고리로 바라보는 예술적 통찰을 담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을 압도하는 최수진 작가의 거대한 패브릭 설치물 '밤을 통과하는 레시피'는 이러한 숙성의 시간을 시각화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최수진 작가는 가로 16m에 달하는 거즈 천 위에 염색과 바느질, 뜨개질을 결합해 새벽녘 안갯길을 걷는 듯한 몽환적인 풍경을 구현했다. 평소 캔버스 작업에 집중해온 작가가 처음으로 시도한 대형 설치 작업은 수면 장애를 겪으며 마주했던 밤의 시간들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결과물이다. 그에게 밤은 낮 동안 섭취한 음식물뿐만 아니라 복잡한 감정과 기억들을 삭이고 소화하는 내밀한 공간이다. 작가는 인공지능이 해독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문장을 바느질로 새겨 넣으며, 기계적인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 무의식의 영역을 섬세하게 펼쳐 보였다.뉴욕에서 활동하는 중국 작가 슈이 차오는 조개껍데기를 활용한 독특한 조각 시리즈를 통해 지구촌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고향 광저우에서 부모님이 보내준 말린 조개껍데기를 재료로 삼아 탄생시킨 혼종 생명체 'Sea Lung'은 이끼와 바다 달팽이가 뒤섞인 기이한 형상을 띠고 있다. 식탁 위의 식재료가 가족의 손길을 거쳐 예술 작품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물리적 거리를 넘어선 정서적 연결과 생태계의 순환을 상징한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기묘한 생명체들은 국경과 종을 초월해 서로 스며들며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전시장 중앙에 배치된 우한나 작가의 설치 작업 '키친(Kitchen)'은 이번 전시의 주제 의식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공간이다. 주방과 해적선을 결합한 듯한 이 무대에서는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가 뒤집히는 전복의 서사가 펼쳐진다. 나방이 천적인 박쥐를 요리하거나 생선의 혀에 기생하는 벌레의 생태를 다룬 작품들은 우리 사회의 권력 관계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작가는 자신의 신장 기형을 발견한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내장의 형상을 조각하며, 생존을 위해 타자를 섭취하고 소화해야만 하는 생명체의 잔혹하면서도 필연적인 운명을 주방이라는 일상적 공간으로 끌어들였다.오는 7월 3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거침없는 상상력이 결합하여 현대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다. 요리라는 행위가 지닌 창조와 파괴의 이중성을 통해 죽음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작가들의 시도는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경험과 함께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강남 도심 한가운데서 마주하는 이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만찬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식탁이 사실은 거대한 생명의 순환이 일어나는 우주적 공간임을 일깨워주며 성황리에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