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7·7법 맹비난 "정부 비판 입틀막법"
2026-07-07 22:55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당내 리더십 공백과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을 두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나 의원은 7일 한 정치 토크쇼에 출연해 최근 발생한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언급하며 장동혁 대표의 행보를 문제 삼았다. 장 대표가 잠실 개표소를 혼자 방문한 것을 두고 110명의 소속 의원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하지 못한 '독단적 리더십'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다만 장 대표의 중도 사퇴론에 대해서는 선출된 권력을 소수의 목소리로 끌어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선을 그었으나, 현재의 리더십으로는 거대 야당과 정부를 상대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여권 내부를 뒤흔들고 있는 징계 정국에 대해서도 나 의원은 유연한 정치적 해법을 주문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도운 친한계 인사들이나 소장파 의원들을 징계 대상으로 삼는 것은 당의 결속을 해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징계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 행사하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며, 지금은 내부 총질보다는 이재명 정부의 실정을 견제하는 데 화력을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경태 의원의 국회의장단 선출 관련 행보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져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며 원칙론적인 입장도 견지했다.

국회 운영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의 독주를 '의회 민주주의의 실종'으로 규정했다. 법제사법위원회를 포함한 핵심 상임위를 독식한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마저 무력화하려 한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배지를 뗄 각오로 강력히 저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 폐지나 검찰청 해체 등 국가 근간을 흔드는 법안들이 충분한 토론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되는 현실을 꼬집으며, 현재의 국회는 야당을 들러리로 세우는 거수기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여권의 조직적 움직임을 경계했다.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당을 위한 역할론에는 무게를 실었다. 국민이 지방선거를 통해 여당에 마지막 기회를 준 만큼, 민주당의 폭주를 막아낼 수 있는 강한 정당을 만드는 데 헌신하겠다는 의지다. 5선 중진으로서 초·재선급 보직인 법사위 간사까지 맡으며 당에 기여해온 점을 강조한 나 의원의 발언은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계파 갈등과 대여 투쟁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나 의원이 제시한 '강한 리더십'이 향후 국민의힘 당권 지형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Faisandage 세계로 스며드는 죽음'은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3040 여성 작가 3인이 음식과 요리라는 일상적인 매개체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작가 우한나가 직접 기획을 맡아 동료인 최수진, 슈이 차오와 함께 위챗과 줌을 활용한 비대면 협업 끝에 완성한 신작들로 채워졌다. 단순한 미식의 즐거움을 넘어 소화와 변형, 그리고 죽음 이후의 순환을 다루는 총 32점의 작품은 상업 화랑에서 보기 드문 깊이 있는 담론을 형성한다.전시의 핵심 키워드인 '페상다주(Faisandage)'는 사냥한 고기를 즉시 조리하지 않고 일정 기간 숙성시켜 풍미를 끌어올리는 프랑스의 고전 요리법에서 착안했다. 작가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직의 분해와 변형을 단순한 부패가 아닌,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적인 전환의 시간으로 해석한다. 이는 죽음을 끝이 아닌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고리로 바라보는 예술적 통찰을 담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을 압도하는 최수진 작가의 거대한 패브릭 설치물 '밤을 통과하는 레시피'는 이러한 숙성의 시간을 시각화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최수진 작가는 가로 16m에 달하는 거즈 천 위에 염색과 바느질, 뜨개질을 결합해 새벽녘 안갯길을 걷는 듯한 몽환적인 풍경을 구현했다. 평소 캔버스 작업에 집중해온 작가가 처음으로 시도한 대형 설치 작업은 수면 장애를 겪으며 마주했던 밤의 시간들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결과물이다. 그에게 밤은 낮 동안 섭취한 음식물뿐만 아니라 복잡한 감정과 기억들을 삭이고 소화하는 내밀한 공간이다. 작가는 인공지능이 해독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문장을 바느질로 새겨 넣으며, 기계적인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 무의식의 영역을 섬세하게 펼쳐 보였다.뉴욕에서 활동하는 중국 작가 슈이 차오는 조개껍데기를 활용한 독특한 조각 시리즈를 통해 지구촌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고향 광저우에서 부모님이 보내준 말린 조개껍데기를 재료로 삼아 탄생시킨 혼종 생명체 'Sea Lung'은 이끼와 바다 달팽이가 뒤섞인 기이한 형상을 띠고 있다. 식탁 위의 식재료가 가족의 손길을 거쳐 예술 작품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물리적 거리를 넘어선 정서적 연결과 생태계의 순환을 상징한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기묘한 생명체들은 국경과 종을 초월해 서로 스며들며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전시장 중앙에 배치된 우한나 작가의 설치 작업 '키친(Kitchen)'은 이번 전시의 주제 의식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공간이다. 주방과 해적선을 결합한 듯한 이 무대에서는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가 뒤집히는 전복의 서사가 펼쳐진다. 나방이 천적인 박쥐를 요리하거나 생선의 혀에 기생하는 벌레의 생태를 다룬 작품들은 우리 사회의 권력 관계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작가는 자신의 신장 기형을 발견한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내장의 형상을 조각하며, 생존을 위해 타자를 섭취하고 소화해야만 하는 생명체의 잔혹하면서도 필연적인 운명을 주방이라는 일상적 공간으로 끌어들였다.오는 7월 3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거침없는 상상력이 결합하여 현대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다. 요리라는 행위가 지닌 창조와 파괴의 이중성을 통해 죽음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작가들의 시도는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경험과 함께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강남 도심 한가운데서 마주하는 이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만찬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식탁이 사실은 거대한 생명의 순환이 일어나는 우주적 공간임을 일깨워주며 성황리에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