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토 실망"… 유럽 미군 철수 위협

2026-07-09 00:09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 앙카라를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 일정 첫날부터 동맹국들을 향해 전방위적인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란 전쟁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유럽 국가들을 겨냥해 깊은 실망감을 드러내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미국이 쏟아부은 막대한 안보 자금과 군사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적절한 대우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자신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유럽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서슴지 않으며 회의장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핵심 잣대는 미국을 향한 '충성심'이었다. 그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튀르키예가 다른 나토 회원국들보다 훨씬 충실한 파트너라고 치켜세우며 노골적인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그동안 러시아산 방공망 도입 등으로 나토 내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던 튀르키예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린 셈이다. 이는 이란 전쟁 등 미국의 대외 전략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국가에만 확실한 보상을 주겠다는 트럼프식 실용주의 외교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과거 러시아 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중단했던 튀르키예의 F-35 전투기 프로그램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5세대 스텔스 전투기 판매라는 파격적인 선물을 통해 에르도안 정부와의 밀월 관계를 공식화한 것이다. 과거의 우려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자신을 지지하는 '친구'들에게는 제재를 가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전통적인 안보 원칙보다 개인적 신뢰와 정치적 결속을 우선시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반면 독일을 비롯한 유럽 동맹국들에게는 미군 철수라는 최후통첩에 가까운 위협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유럽을 돕기 위해 투입된 자금과 병력을 언급하며,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군대를 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불안이 가중된 상황에서 주유럽 미군의 재배치나 철수 가능성은 유럽 국가들에게 실질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독일 공항에 도착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상들은 미국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동안 잠잠했던 그린란드 병합 문제까지 다시 꺼내 들며 유럽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영토 확장과 자원 확보라는 자국 우선주의적 관점에서 동맹국의 주권을 흔드는 발언을 재개한 것이다. 이러한 행보는 나토라는 다자간 안보 동맹의 틀을 무력화하고, 미국과의 개별적인 관계 설정에 따라 안보 수준이 결정되는 새로운 질서를 강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이란 전쟁 수행에 자금과 병력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머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나토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무대가 되면서 동맹의 결속보다는 균열이 도드라지는 자리가 되었다. 튀르키예와의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유럽 우방국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미국의 전략은 국제 사회의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미군 철수 위협이 실제 실행으로 옮겨질지, 아니면 더 많은 방위비 분담과 전쟁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에 그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확실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앙카라 방문이 나토의 전통적인 가치를 파괴하고 힘의 논리에 기반한 새로운 동맹 체제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물감 대신 전선, 장수익이 그린 기억의 잔상

매체를 화면 위에 배열해 이미지를 구축하는 작가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선보인다. 작가는 붓과 물감 대신 다양한 색상의 전선을 판넬 위에 픽셀처럼 촘촘하게 쌓아 올림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파편화된 기억을 물리적인 실체로 구현해 냈다. 전선 고유의 색감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낸 화면은 멀리서 보면 하나의 형상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복잡하게 얽힌 선들의 집합체로 변모하며 관람객에게 낯선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장수익 작가에게 전선은 단순한 산업용 자재나 전기를 전달하는 매개체를 넘어선다. 그는 전선을 현대 사회를 부유하는 수많은 정보와 인간의 내밀한 감정이 오가는 통로이자 통로 그 자체로 바라본다. 일상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메시지와 데이터들이 우리 뇌리에 남기는 희미한 잔상들을 작가는 전선의 굵기와 색채, 배열 방식을 통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재구성했다. 이는 보이지 않는 감정의 흐름을 가시적인 선의 궤적으로 치환하여,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낸 기억들이 현재의 자아를 어떻게 형성하고 있는지를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전시를 기획한 어울아트센터 측은 이번 작업이 현대인들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매일 보고 듣고 경험하는 방대한 양의 기억들이 현재의 감정과 인식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는 취지다. 관람객들은 전선으로 빚어진 형상들 사이에서 자신의 과거 기억을 다시 마주하고, 그 안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와 감정의 조각들을 찾아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캔버스 위에 고착된 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전선이라는 전도체를 통해 끊임없이 순환하는 기억의 에너지를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이번 전시의 묘미다.작품 속에 투영된 '잔상'은 시간이 흐르며 희석된 기억의 파편들을 상징한다. 정보가 흐르는 전선이 멈춰진 화면에 고정되었을 때 발생하는 시각적 긴장감은 현대인이 느끼는 피로와 안식의 이중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작가는 전선을 엮고 붙이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흩어진 감정들을 하나로 응축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적인 형태들을 자화상의 일부로 수용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결과물만큼이나 과정의 수행성을 중시하는 작가의 예술 철학을 반영하고 있으며, 관람객들에게는 기억을 기록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전시 현장에서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편의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전문 도슨트의 해설 프로그램은 물론, 작품 옆에 부착된 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오디오 가이드를 감상할 수 있어 작가의 의도를 더욱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다. 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문턱 낮은 전시 구성은 지역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학 시즌을 맞아 학생들에게는 재료의 고정관념을 깨는 창의적인 예술 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장수익 개인전 '잔상의 자화상'은 8월 8일까지 관람객을 맞이하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문을 닫는다. 물감의 농담 대신 전선의 밀도로 채워진 갤러리 명봉의 공간은 현대 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실험적인 무대가 될 전망이다. 전선이라는 차가운 소재가 작가의 손길을 거쳐 따뜻한 기억의 매개체로 변모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이번 여름 대구 시민들에게 특별한 예술적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전시에 관한 자세한 문의는 어울아트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