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왜 국회에?" 문체위 청문회 소환 논란
2026-07-09 22:56
한국 축구의 난맥상을 파헤치겠다는 국회의 의지가 현역 국가대표 선수들의 생업까지 위협하는 무리수로 번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9일 전체 회의를 열고 오는 22일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청문회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와 그 과정에서 불거진 협회의 밀실 행정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하지만 참고인 명단에 손흥민과 황희찬 등 해외 리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현역 선수들이 포함되면서 정치권이 축구계의 갈등을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문체위가 확정한 명단에는 정몽규 전 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 등 핵심 증인 13명 외에도 박지성, 이영표 등 축구계 원로와 해설위원들이 참고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시즌이 한창이거나 프리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손흥민과 황희찬까지 불러들였다는 점이다. 국회는 월드컵 당시 감독과 선수단 사이의 불화설과 실질적인 대표팀 운영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역 선수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축구계 안팎에서는 선수들의 특수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황희찬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울버햄프턴 소속으로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프리시즌 훈련에 매진해야 할 시기다. 주전 경쟁과 전술 적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에 국회 호출에 응하는 것은 프로 선수로서의 본분을 저버리는 행위나 다름없다. 참고인은 증인과 달리 출석 의무가 강제되지 않지만, 국민적 관심이 쏠린 청문회 명단에 이름이 오르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는 커다란 심리적 압박이자 경기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정치권은 국민적 공분을 동력 삼아 축구협회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축구의 자산인 선수들을 보호하는 데는 소홀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재정 문체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은 체육 행정의 공정성과 신뢰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무리한 선수 소환이 오히려 축구 팬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진정으로 한국 축구의 정상화를 원한다면 선수들을 정쟁의 무대로 끌어올리는 대신, 협회의 낡은 시스템을 개혁할 실질적인 대안 마련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김태수의 설계로 문을 연 이곳은 한국 현대미술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역사적 공간이다. 10일 개막하는 특별전 '빛의 상상들'은 미술관의 지난 40년을 기념하며, 빛을 매개로 공간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됐다.전시의 서막은 로비에 걸린 필립 파레노의 '마퀴'가 연다. 극장 입구의 화려한 장식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네온과 전구가 깜빡이며 관람객들에게 곧 시작될 예술적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는다. 그 너머로는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기념비적 유산인 '다다익선'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며 과거와 현재의 예술이 공존하는 풍경을 완성한다. 빛 예술의 선구자들과 동시대 작가들이 나누는 무언의 대화는 과천관이 걸어온 40년의 세월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미술관 3층 브릿지 공간에서는 김아영 작가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가 장소특정적 설치로 구현되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플랫폼 노동과 가상세계를 신화적 서사와 결합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비정형 LED 패널을 공간에 맞춰 배치했다. 높은 층고에서 쏟아지는 영상의 빛은 마치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마주하는 듯한 경건함을 자아낸다. 기계적 미래 도시의 풍경이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과천의 자연과 대비를 이루며 관람객들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몰입감을 제공한다.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연 '빛의 거장'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발전위원회가 기증한 뒤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는 보는 빛이 아닌 경험하는 빛의 진수를 보여준다. 2원형전시실의 곡면 벽을 따라 들어선 관람객들은 2시간 30분에 걸쳐 서서히 색채를 바꾸는 네모난 빛의 공간 속에서 명상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빛의 미묘한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내면의 감각을 깨우는 이 과정은 이번 전시가 지향하는 '빛의 상상' 그 자체다.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이반 나바로의 설치 작업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칠레 군사독재 시절의 기억을 빛과 거울로 치환한 그의 작품들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우물이나 사라진 건물의 흔적을 통해 상실과 불안을 이야기한다. 네온의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권력과 통제의 은유는 관람객들에게 아름다움과 공포라는 양가적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주목받았던 거장들의 작품을 국립미술관의 문턱 낮은 입장료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한국 미술계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한다.미술관 외부의 1만 평 규모 조각공원에서는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 '머무는 자리'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폐스티로폼을 재활용해 만든 김하늘의 소파와 전통 좌식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하지훈의 자리 등은 관람객들이 직접 앉거나 기대어 쉬며 예술과 풍경을 하나로 잇는 경험을 제공한다. 자연 속에 배치된 84점의 조각들은 관객의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되며 과천관의 새로운 40년을 향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빛과 예술, 그리고 휴식이 어우러진 이번 대장정은 오는 11월 29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