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노래 영상 화제, 병역 의혹엔 '묵묵부답'

2026-07-09 22:51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과거 지역 행사에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뒤늦게 주목받으며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장관이 지난 2018년 한 가요제에 참석해 열창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영상 속 안 장관은 주민들에게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며 안정적인 가창력을 선보였으나,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노래 실력에 놀라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최근 불거진 군무이탈 의혹과 국방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과거 영상이 이 시점에 다시 소환된 배경에는 안 장관을 향한 야권의 파상공세와 국민적 공분이 자리 잡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안 장관 탄핵 청원은 공개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30만 명의 동의를 얻으며 국회 심사 요건을 훌쩍 넘어섰다. 청원인은 국군방첩사령부 해체와 안보 수사 기능 분산, 예비군 훈련 중 발생한 사망 사고 대응 부실 등을 탄핵의 주요 사유로 꼽았다. 여기에 사관학교 개편안을 둘러싼 내부 반발까지 겹치며 안 장관의 리더십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가장 치명적인 논란은 인사청문회 당시 제기됐던 방위병 복무 시절의 군무이탈 의혹이다. 쟁점은 당시 14개월이었던 단기사병 의무 복무 기간보다 8개월이나 긴 22개월의 복무 기록이다. 예비역 해군 소령 출신인 김영수 센터장은 안 장관이 복무 중 상당 기간 무단이탈을 했고, 30일간 구금된 뒤 추가 복무를 했다는 병적 자료가 존재함에도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안 장관 측은 이러한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안 장관은 과거 해명을 통해 1985년 정상적으로 소집 해제되어 대학에 복학했으나, 행정상의 착오로 재학 기간이 복무 기간에 잘못 합산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복무 당시 모친이 병사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일로 조사를 받은 적은 있지만, 이는 며칠간의 추가 복무로 마무리되었을 뿐 영창 입소나 탈영은 결코 없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역시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미 1년 전 청문회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된 사안이라며 장관을 엄호하고 나섰다.

 


하지만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은 병적기록부의 전면 공개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성일종 의원은 기록을 공개하면 즉시 해결될 문제인데도 이를 거부하는 것은 의구심만 키우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병역 기피 논란의 대명사인 유승준 씨를 언급하며 안 장관의 직 수행 부적절성을 강하게 꼬집었다. 야권은 국방 수장이 탈영 의혹에 휩싸인 것 자체가 군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병적 기록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는 야권과 개인정보 보호 및 행정 착오를 주장하는 국방부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탄핵 청원에 동참하는 인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정치적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안 장관의 과거 노래 영상이 화제가 되는 기현상은 역설적으로 그를 향한 대중의 시선이 얼마나 날카로운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며, 향후 경찰 수사 결과가 정국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3천 원의 행복? 나바로·파레노 거장들 과천 집결

김태수의 설계로 문을 연 이곳은 한국 현대미술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역사적 공간이다. 10일 개막하는 특별전 '빛의 상상들'은 미술관의 지난 40년을 기념하며, 빛을 매개로 공간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됐다.전시의 서막은 로비에 걸린 필립 파레노의 '마퀴'가 연다. 극장 입구의 화려한 장식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네온과 전구가 깜빡이며 관람객들에게 곧 시작될 예술적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는다. 그 너머로는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기념비적 유산인 '다다익선'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며 과거와 현재의 예술이 공존하는 풍경을 완성한다. 빛 예술의 선구자들과 동시대 작가들이 나누는 무언의 대화는 과천관이 걸어온 40년의 세월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미술관 3층 브릿지 공간에서는 김아영 작가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가 장소특정적 설치로 구현되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플랫폼 노동과 가상세계를 신화적 서사와 결합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비정형 LED 패널을 공간에 맞춰 배치했다. 높은 층고에서 쏟아지는 영상의 빛은 마치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마주하는 듯한 경건함을 자아낸다. 기계적 미래 도시의 풍경이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과천의 자연과 대비를 이루며 관람객들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몰입감을 제공한다.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연 '빛의 거장'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발전위원회가 기증한 뒤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는 보는 빛이 아닌 경험하는 빛의 진수를 보여준다. 2원형전시실의 곡면 벽을 따라 들어선 관람객들은 2시간 30분에 걸쳐 서서히 색채를 바꾸는 네모난 빛의 공간 속에서 명상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빛의 미묘한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내면의 감각을 깨우는 이 과정은 이번 전시가 지향하는 '빛의 상상' 그 자체다.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이반 나바로의 설치 작업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칠레 군사독재 시절의 기억을 빛과 거울로 치환한 그의 작품들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우물이나 사라진 건물의 흔적을 통해 상실과 불안을 이야기한다. 네온의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권력과 통제의 은유는 관람객들에게 아름다움과 공포라는 양가적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주목받았던 거장들의 작품을 국립미술관의 문턱 낮은 입장료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한국 미술계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한다.미술관 외부의 1만 평 규모 조각공원에서는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 '머무는 자리'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폐스티로폼을 재활용해 만든 김하늘의 소파와 전통 좌식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하지훈의 자리 등은 관람객들이 직접 앉거나 기대어 쉬며 예술과 풍경을 하나로 잇는 경험을 제공한다. 자연 속에 배치된 84점의 조각들은 관객의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되며 과천관의 새로운 40년을 향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빛과 예술, 그리고 휴식이 어우러진 이번 대장정은 오는 11월 29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