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다르크' A씨 영장 기각, 20대 B씨는 구속

2026-07-22 23:38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개표소 봉쇄 시위의 핵심 가담자들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서범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업무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30대 여성 A씨에 대해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A씨는 지난달 중순 성조기를 몸에 두른 채 경기장 출입구를 막아서며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 직원들의 사무실 진입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극단적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잔 다르크에 비유된 별명으로 불리며 시위대의 상징적인 인물로 활동해왔다.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A씨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정으로 향했다. 그는 심사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법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법적 절차에 따라 차분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위 현장에서 보여준 강경한 태도와 달리 법정에서는 차분함을 유지했으나, 개표소 봉쇄라는 불법적 행위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본인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사회적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함께 영장 심사를 받은 다른 참여자들의 운명은 엇갈렸다. 경찰관을 모욕하고 이동을 방해하는 등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은 20대 남성 B씨는 결국 구속됐다. 법원은 B씨의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나머지 가담자 2명에 대해서는 A씨와 마찬가지로 도주 우려가 낮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번 결정으로 시위 지도부 격인 인물들은 신신의 자유를 얻었으나, 물리적 충돌을 빚은 하부 가담자는 인신속박을 당하는 대조적인 결과가 초래됐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초부터 시작되어 한 달이 넘도록 핸드볼경기장 일대를 마비시키고 있다. 시위대는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개표소가 설치된 경기장 진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해당 건물을 사무실로 사용하는 체육 단체 직원들은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공공시설이 특정 집단의 정치적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점거지로 변질되면서,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경찰은 이번 영장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위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 더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구속된 B씨의 사례처럼 공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하거나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사법 처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영장이 기각된 A씨 등에 대해서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이어가며 구체적인 업무 방해 경위와 배후 세력 여부를 면밀히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개표소 봉쇄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향후 추가적인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위 참여자들은 SNS와 유튜브를 통해 결집력을 과시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예고하고 있어, 법원의 이번 판단이 시위 동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찰과 법무당국은 공공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강제 집행 카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핸드볼경기장 일대의 긴장감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카우스가 온다, 167억 몸값의 X자 눈

로 알려진 그는 1990년대 길거리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시작해 현재는 '21세기의 앤디 워홀'이라 불리며 순수 미술과 상업 예술의 경계를 허문 인물이다. 이번 전시는 <친구, 그리고 이웃>이라는 주제 아래, 작가가 팬데믹 기간 겪었던 고립감과 인간관계의 갈등,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담은 신작 회화와 조각 20여 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전시의 도입부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조각 '막상막하'는 작가의 심경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과거 석촌호수나 영종도에서 선보였던 카우스의 캐릭터들이 주로 위로와 포용의 메시지를 던졌다면, 이번 신작 속 캐릭터들은 서로의 멱살을 잡고 볼을 쥐어뜯으며 격렬하게 충돌한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에 만연해진 경계심과 정치적 긴장감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결과물이다. 작가는 친밀함의 상징인 '친구'와 우연한 관계인 '이웃'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마찰을 동글동글한 캐릭터 '첨'의 몸짓을 통해 시각화했다.카우스 예술의 핵심인 X자 눈은 단순한 기호를 넘어 작가만의 독창적인 본질을 상징한다. 과거 빌보드 광고판에 낙서를 하던 시절 즉흥적으로 그려 넣었던 이 문양은 이제 전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보편적인 예술 언어가 되었다. 작가는 가장 단순한 기호인 X를 통해 캐릭터의 감정을 역설적으로 증폭시키며, 관객들이 캐릭터의 표정 대신 몸짓과 상황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는 화려한 색채를 덜어낸 검은 청동 조각들을 배치해 관람객이 2차원 회화와 3차원 조각 사이의 조형미를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하도록 유도했다.전시장 한편을 채운 회화 연작 '빨간 공'은 유년 시절의 상징인 놀이터를 무대로 삼아 우정과 다툼의 경계를 탐색한다. 화면 곳곳을 굴러다니는 빨간 공은 갈등의 씨앗이자 놀이의 도구로 작용하며 캐릭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낸다. 특히 캔버스 표면을 덮은 점의 질감은 스프레이 그래피티의 흔적과 현대 인쇄물의 망점을 동시에 연상시키며 작가의 예술적 뿌리를 상기시킨다. 이는 길거리 낙서화가라는 편견을 깨고 당당히 주류 미술계의 정점에 올라선 카우스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전시의 후반부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을 연상시키는 사유의 공간이 마련되어 관람객에게 깊은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좌대에 기대어 먼 곳을 응시하는 '멀리 바라보기'와 자신의 발밑을 살피는 '그림자 측정하기'는 갈등 이후의 고독과 자기 성찰을 상징한다. 서로 멱살을 잡던 치열한 대결 끝에 마주하는 이 정적인 조각들은, 현대인이 겪는 관계의 피로감을 위로하는 동시에 타인과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마지막 작품인 '치유'는 전시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화합의 메시지를 완성한다. 열한 명의 캐릭터가 각기 다른 바다 그림을 들고 있는 이 작품은, 비록 개인의 삶은 흔들리는 바다처럼 고립되어 보일지라도 한 발 물러서면 모두가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세계임을 보여준다. 다운타운의 낙서 문화에서 업타운의 미술관으로 진입한 카우스의 여정처럼, 이번 전시는 갈등과 대립을 넘어선 예술의 치유적 힘을 증명한다. 현대 미술의 문턱을 낮추며 대중과 호흡해온 작가의 철학은 오는 12월 말까지 서울의 겨울을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