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대신 재개발" 오세훈, 정부에 건의

2026-08-05 21:25

 정부와 서울시가 수도권 주택 시장의 안정을 위해 도심 내 가용 부지를 총동원하는 초강수 공급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5일 긴급 오찬 회동을 갖고 구로와 영등포 등 서울 내 준공업지역을 주거지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번 만남은 대통령이 주택 공급 속도를 최대한 높이라고 지시한 지 이틀 만에 성사된 것으로,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댄 첫 고위급 회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회동의 핵심 쟁점은 산업 시설과 주거지가 뒤섞인 준공업지역의 개발 규제를 얼마나 풀어주느냐에 쏠렸다. 현재 준공업지역을 개발할 때는 산업시설을 절반 가까이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서울시는 이 비율을 대폭 낮춰야만 실질적인 주택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용적률 제한과 높은 분담금 탓에 지지부진했던 정비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차원의 파격적인 규제 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도심 내 대규모 부지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준공업지역의 활용 가치에 깊이 공감하며 긍정적인 검토를 시사했다.

 


반면 주택 공급의 '치트키'로 불리는 개발제한구역, 즉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는 양측의 시각 차이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공급 물량 극대화를 위해 일부 구역의 해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환경 보존과 미래 세대를 위한 유산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오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보다는 기존 도심의 재건축과 재개발을 촉진하는 방식이 주거 환경 개선과 공급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의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7일 직접 2차 부동산 정책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공급 대책의 세부 내용을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용산 어린이정원 부지를 포함해 서초동 조달청 용지, 여의도 유휴 부지 등 서울 도심 내 국공유지를 주택 공급지로 활용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보고될 전망이다. 정부는 기존에 발표했던 6만 가구에 더해 최소 5만 가구 이상의 신규 물량을 추가로 확보해 시장에 강력한 공급 신호를 보낸다는 구상이다.

 


공급 방식도 다각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위주의 공급에서 벗어나 도심 내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고, 각종 인허가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실제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행정적 조치들이 대거 포함될 예정이다. 특히 금융과 재정 지원을 결합해 민간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다음 주 대책 발표를 통해 수도권 주택 공급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과열된 시장 심리를 진정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의 시차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지 선정 이후에도 이어질 토지 보상과 주민 합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규제 완화라는 큰 틀에서 협력 기조를 확인한 만큼, 과거와는 다른 속도감 있는 정책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음 주 발표될 대책이 서울 도심의 지형도를 바꾸고 주택 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지 전 국민의 이목이 청와대와 서울시청으로 향하고 있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AI 시대의 예술, 안상수가 제안하는 몸의 감각

인전 ‘한글도깨비’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문자가 어떻게 생명력을 지닌 예술적 존재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한글 자모 중 유독 독특한 형태를 지닌 ‘ㅎ(히읗)’을 출발점으로 삼아, 한국인에게 친숙하면서도 신비로운 존재인 도깨비를 탄생시켰다. 이번 전시는 문자의 네모틀을 깨뜨렸던 안상수체 이후, 그가 지속해온 문자 구조에 대한 탐구가 도달한 새로운 지점을 조명한다.전시의 서막을 여는 첫 번째 섹션에서는 ‘ㅎ’에서 파생된 다채로운 도깨비 연작과 드로잉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작가에게 ‘ㅎ’은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서 다른 존재를 변화시키는 촉매제와 같은 존재다. 세계 어느 문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 독특한 형상은 작가의 상상력과 결합하여 회화와 조각을 넘나드는 생명체로 거듭난다. 이어지는 두 번째 섹션 ‘날개’에서는 안상수 조형 세계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작들이 전시되어, 그가 평생에 걸쳐 구축해온 문자 추상의 궤적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특히 이번 경주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3D 홀로그램 작품 ‘천년경주 한글도깨비’는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보여주는 백미다. 평면의 문자가 입체적인 공간 경험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시각화한 이 작업은 관람객들에게 한글이 가진 공간적 깊이를 체감하게 한다. 마지막 섹션 ‘홀리다’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스탬프와 압인기를 사용해 자신만의 도깨비를 만들어보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는 관람객이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자와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을 몸소 체험하도록 유도한다.전시장에서 만난 안상수 작가는 이미지와 글자의 뿌리가 결국 하나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미지는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글자의 전 단계이며, 글자는 오랜 시간 이미지를 응축해온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예술가들이 노니는 가장 즐거운 놀이터로 ‘경계 지점’을 꼽으며, 글자와 이미지 사이를 넘나드는 유희가 자신의 작업 동력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이 텍스트를 즉각적인 이미지로 변환하는 시대에, 작가는 오히려 이러한 경계의 모호함 속에서 인간의 감각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역설한다.인공지능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의 신체적 경험과 감각은 더욱 중요한 예술적 자산이 될 것이라는 게 작가의 지론이다. 모든 것이 수학적 벡터로 해석되는 디지털 밀림 속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의 몸이 느끼는 직접적인 신호와 존재감에 더 몰입하게 될 것이라는 예견이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한글이라는 익숙한 매개체를 통해 인간의 원초적인 상상력과 감각을 깨우는 역할을 수행한다. 경주의 역사적 맥락 위에서 한글은 이제 단순한 소통 도구를 넘어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되었다.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 지원을 통해 마련되어 지역 문화 향유 기회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유진 플레이스씨 대표는 천년의 역사가 축적된 경주에서 한글이 낯선 형상의 생명체로 태어나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는 2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문자와 이미지, 전통과 현대, 그리고 인간과 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글의 미래를 묻는다. 관람객들은 안상수가 빚어낸 한글도깨비의 세계를 통해 문자가 가진 경이로운 변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