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원전 중단 위기, 다뉴브강 역대 최저 유량

2026-08-12 21:36

 유럽 대륙이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의 이중고에 시달리며 국가 기간 시설 가동이 멈추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루마니아에서는 국가 전체 전력 생산의 20%를 책임지는 체르나보다 원자력 발전소가 냉각수 부족으로 인해 전면 가동 중단 위기에 처했다. 이미 원자로 1기가 멈춰 선 가운데, 다뉴브강의 유량이 역대 최저치 이하로 떨어지면서 남은 원자로마저 가동을 중단하기 위한 기술적 절차에 들어갔다. 강바닥 암반을 폭파하는 극단적인 대책까지 동원했으나 자연의 거대한 갈증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에너지 위기는 루마니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뉴브강 하류 지역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탓에 루마니아의 피해가 두드러지지만, 인접국인 헝가리 역시 원전 가동에 난항을 겪으며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루마니아 정부는 8월 한 달을 에너지 비상사태 기간으로 선포하고 기업과 민간에 자발적인 절전을 호소하고 있다. 부족한 전력을 메우기 위해 환경 오염 우려가 큰 석탄화력발전을 다시 가동하는 등 탄소 중립 목표마저 위협받는 실정이다.

 


유럽 경제의 물류 대동맥인 독일 라인강 역시 바닥을 드러내며 산업계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강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대형 화물선 운항이 불가능해지자, 독일의 주요 화학 기업들은 제품 납품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불가항력' 상태를 선언하기 시작했다. 기상 당국은 가을이 깊어지는 10월까지 유의미한 강수량이 확보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물류 마비에 따른 공급망 혼란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서유럽과 남유럽의 상황도 처참하다. 프랑스는 본토의 70% 지역에 물 사용 제한 조치를 내렸으며, 수도 파리를 포함한 주요 도시에는 최고 수준의 위기 경보가 발령됐다. 관측 사상 가장 뜨겁고 건조한 7월을 보낸 프랑스 농가는 타들어 가는 논밭을 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최대 쌀 생산지인 포강 유역의 저수위 현상으로 인해 식량 안보에 경고등이 켜졌으며, 알프스 인근 호수들의 수량마저 급감하며 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의 분석에 따르면, 템스강과 다뉴브강을 포함한 유럽 주요 하천의 유량은 관측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스위스와 헝가리 등 내륙 국가들 역시 역대 가장 심각한 가뭄 지표를 나타내며 대륙 전체가 거대한 사막화 현상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물이 빠진 자리에는 오랫동안 잠겨 있던 모래톱이 훤히 드러났고, 정박한 보트들은 진흙 속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는 기괴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경제적 손실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EU 전체의 경제적 피해액은 약 1,800억 유로, 한화로 295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올해 유럽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통째로 삼켜버릴 수 있는 규모다. 기후 위기가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국가의 생존과 경제적 근간을 흔드는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유럽 각국은 전례 없는 기후 재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뒤집힌 독수리와 금빛 초상, 바젤리츠의 마지막 인사

리는 이번 대규모 회고전은 그가 생전 마지막까지 열정을 쏟았던 예술적 궤적을 한자리에 모았다. 서울 신문로 세화미술관에서 13일 막을 올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생전에 직접 전시 구성과 방향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전시를 넘어선 특별한 유산으로 평가받는다.전시의 정점은 작가가 생의 끝자락에서 마주했던 '골드 페인팅' 연작이 차지하고 있다. 화려한 금빛 배경 위에 가느다란 선으로 묘사된 인물들은 역설적으로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소멸을 시각화한다. 평생의 동반자였던 아내 엘케와 작가 자신의 형상을 담은 이 작품들은 검은 벽면과 대비를 이루며 관람객을 숙연하게 만든다. 금색을 예술적 여정의 끝이라고 정의했던 노화백의 마지막 고백이 캔버스 위에서 희미하게 일렁인다.바젤리츠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은 관습에 대한 저항과 전복이다. 1969년부터 시작된 '거꾸로 그리기'는 대상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 질서를 완전히 뒤흔들었다. 그는 사물의 의미나 서사에 매몰되지 않고 회화의 물질성과 붓질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 세상을 뒤집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내 엘케의 초상을 비롯해 독수리, 신체 파편 등 그가 평생 반복해온 모티프들이 어떻게 변주되고 해체되었는지를 연대기적 구성이 아닌 조형적 실험의 흐름에 따라 보여준다.전쟁의 폐허 속에서 성장한 작가의 개인적 경험은 작품 곳곳에 투영된 역사적 비판 의식으로 이어진다. 캔버스를 분할하고 형상을 절단한 초기작들은 나치가 이용했던 영웅주의적 도상들을 철저히 무력화하려는 시도였다. 특히 독일의 상징인 독수리를 추락하는 듯한 모습으로 뒤집어 그린 작품은 권위와 역사적 질서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는 과거의 도상을 다시 불러내 변형하는 '리믹스' 연작을 통해 역사의 무게를 예술적 자유로 치환해냈다.작가는 인간의 신체에서도 머리보다 발에 주목하며 전통적인 위계를 파괴했다. 땅을 딛고 서는 발을 연약하고 가늘게 묘사함으로써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불안정성과 유한성을 드러낸 것이다.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인물의 머리를 극단적으로 작게 그리거나 신체를 해체하는 방식 역시 권위적인 이미지를 조롱하고 무너뜨리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이었다.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들은 6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한다.이번 전시는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4월 초, 독일 현지에서 미술관 측과 직접 만나 세부 사항을 조율하며 완성된 결과물이다. 안미희 세화미술관장은 작가가 전시의 구성부터 작품 선정까지 깊이 관여하며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12월 2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회고전은 회화와 드로잉, 조각 등 46점의 작품을 통해 거장이 남긴 마지막 예술적 숨결을 전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