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남쪽 항로의 전쟁, 선원 18명 사상

2026-08-20 21:31

 세계 최대의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해군이 이란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유조선을 호위하는 비밀 작전을 수행 중이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의 영향력이 강한 해협 북쪽 대신 오만 근해와 맞닿은 남쪽 수로를 이용해 에너지 수송로를 확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군 중부사령부의 지원을 받는 선박들은 이란군의 레이더망을 피하기 위해 위치추적 장치인 트랜스폰더를 끄고 항해하는 고도의 보안 수칙을 준수하고 있다.

 

이러한 미군의 적극적인 개입은 국제 유가의 폭등을 막는 결정적인 방어선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미군의 보호 아래 해협을 빠져나간 원유는 하루 평균 약 500만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쟁 발발 이전의 수송량인 1,500만 배럴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미군의 호송 작전이 없었다면 원유 공급 부족으로 인한 유가 대란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미군의 개입이 에너지 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을 지탱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란의 통제권에 도전하는 미국의 작전에는 막대한 자원과 위험이 수반되고 있다. 이란은 자국 영해 인근을 지나는 선박은 물론 중동 전역의 주요 에너지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드론과 미사일 전력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최첨단 요격 체계를 가동하며 지금까지 1,000척 이상의 선박이 무사히 해협을 통과하도록 도왔다. 이는 과거 자유로운 항해가 가능했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작전이다.

 

실제로 해상에서의 인명 피해와 선박 파손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국제해사기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초부터 최근까지 호르무즈 남쪽 항로를 이용하던 선박 중 최소 15척이 이란 측의 공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선원 2명이 목숨을 잃고 16명이 부상을 입는 비극이 발생했다. 미군의 호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기습적인 공격을 완벽히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해운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진입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대형 선사들은 확실한 휴전이 보장되기 전까지는 위험천만한 남쪽 항로 대신 우회로를 찾거나 운항을 잠정 중단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해협의 전체 통행량이 전쟁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도 여기에 있다. 미군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수송로를 열어두고는 있지만, 민간 영역에서의 공포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등 주요 싱크탱크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맞서 해협 통제권을 최후의 보루로 활용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에너지 안보를 위해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해상 호송 작전이 계속되는 동안 호르무즈 해협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상태를 유지할 전망이다. 미 해군의 은밀한 호위 작전은 오늘 이 순간에도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일본이 반한 36세 거장, 경주·서울·대구 홀린다

통해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다. 20일 대구 우손갤러리에서 만난 그는 회화를 단순한 재현의 수단이 아닌, 찰나의 순간과 그 속에 깃든 기억을 붙잡는 고유한 방식으로 정의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년 넘게 천착해온 '기억의 층'을 한국의 세 도시에서 각기 다른 호흡으로 펼쳐내는 야심 찬 시도다.이다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철학은 일본 다도 정신인 '이치고 이치에(일기일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생애 단 한 번뿐인 만남과 멈추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캔버스에 기록하려는 시도다. 작가는 눈앞의 대상을 정교하게 묘사하기보다, 빛과 바람에 따라 1초마다 변해가는 자연의 생동감과 그 순간 작가가 느낀 무의식적 감각을 화면에 쏟아낸다. 두텁게 쌓아 올린 임파스토 기법은 사라져가는 존재의 흔적을 물질적인 실체로 붙잡아두려는 처절한 기록의 산물이다.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 열리는 '리멤버링 유: 기억의 행위'는 작가의 폭넓은 매체 실험을 조망한다. 특히 경주 대릉원과 왕릉군에서 얻은 영감을 담은 '스케치북' 연작은 천년 고도의 고요한 숨결을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피카소와 벨라스케스 등 미술사적 거장들에 대한 오마주부터 캔버스를 불태우며 생성과 소멸의 관계를 묻는 영상 작업까지, 약 50여 점의 작품이 기억이라는 거대한 담론 아래 관객들을 맞이한다.서울 우손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시 유 투모로'는 작가의 성실한 예술적 수행을 보여주는 '오늘의 끝' 연작에 집중한다. 10년 넘게 매일 마주한 풍경과 사람, 그날의 감정을 단 한 점의 그림으로 남겨온 이 연작은 작가의 삶을 기록한 거대한 시각적 일기장과 같다. 제한된 시간 내에 완성된 각각의 화면은 독립적인 기록인 동시에, 시간이 흐르며 겹겹이 쌓여가는 기억의 퇴적층을 상징하며 작가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대구 전시인 '이너 가든'은 대형 회화의 압도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빈센트 반 고흐를 주제로 한 연작은 자화상과 해바라기, 밀밭 등 고흐를 상징하는 파편화된 이미지들을 작가 특유의 거친 붓질로 통합해낸다. 이는 우리가 기억하는 고흐라는 인물이 실제 초상이 아닌, 그가 남긴 회화적 잔상들의 집합체임을 시사한다. 대구의 전시는 인물과 풍경이 작가의 기억을 거쳐 어떻게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형상으로 변모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이다 유키마사는 이번 한국 전시를 통해 작품이 물질로서 사라지더라도 제작의 시간과 관람의 경험은 영원히 기억 속에 남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경주에서 느낀 나라(奈良)의 정취와 한국 관객과의 만남 역시 그의 다음 캔버스를 채울 소중한 '오늘의 끝'이 될 것이다. 일본 현대미술의 현재를 상징하는 젊은 거장의 거침없는 붓놀림은 오는 10월 말까지 서울과 대구에서, 그리고 내년 봄까지 경주에서 한국 미술계에 깊은 잔상을 남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