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도발에 폭발… 현대가 더비 충돌

2026-08-24 19:05

 K리그1 최고 흥행 카드인 전북 현대와 울산 HD의 '현대가 더비'에서 발생한 벤치 클리어링 사태를 둘러싸고 후속 증언이 나오며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울산 김현석 감독이 전북 이승우에게 강하게 분노한 진짜 원인은 상대 팬을 향한 도발적 행동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경기 후반 이승우는 볼 경합 과정에서 기존 어깨 탈구 부상이 재발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고통을 호소하며 의료진의 점검을 받은 뒤 장외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원정석에 있던 울산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고, 이에 이승우가 고성을 지르며 맞대응하자 경기장 안팎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터치라인 근처에서 이승우는 울산 벤치를 향해 강력히 항의했고, 김현석 감독 역시 흥분을 참지 못하고 맞서며 양 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뒤엉키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당시 현장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김 감독은 이승우의 지연 퇴장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원정 팬들을 향해 불필요한 제스처를 취하며 도발한 점을 질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현장에 있던 통역 관계자는 이승우가 울산 벤치를 향해 스페인어로 비속어를 내뱉었고, 이 말을 직접 들은 김 감독이 관중 보호와 언행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돌발적인 충돌로 번졌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고형진 주심은 이승우와 김 감독 모두에게 경고를 부여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당일 심판진 중 한 명이 사태를 중재하던 중 이승우의 평소 성향을 비하하는 듯한 언행을 남겼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여기에 같은 날 타 구장에서 일어난 선수들의 세리머니에 대해 심판마다 경고 적용 기준이 제각각이었다는 지적까지 더해지면서 포청천의 판정 일관성 문제가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기 후 이승우는 치열한 승부욕에서 비롯된 축구의 일부라며 말을 아꼈고, 김 감독 역시 말을 아끼며 상황을 일단락지었다. 하지만 팬들을 향한 도발 수위와 경기장 내 감정 대립에 따른 경고 조치 기준을 두고 당분간 축구계의 유감스러운 목소리는 지속될 전망이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붓질 몇 번에 오리가 둥둥, 이강소의 찰나

다. 1990년대 초부터 본격화된 그의 조각 실험은 인간의 인위적인 의도를 걷어내고 중력과 속도, 물질의 본성이 빚어내는 자연스러운 질서를 탐구해 왔다. 억지로 다듬지 않은 투박한 흙의 모습은 작가의 손끝을 거쳐 비로소 살아있는 존재로 거듭난다.서울 롯데뮤지엄에서 막을 올린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 전시는 거장의 50년 예술 여정을 150여 점의 작품으로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는 그간 회화에 가려져 있던 조각과 판화의 비중을 높여 작가의 다각적인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특히 1973년 명동화랑에서 선보였던 전설적인 퍼포먼스 '소멸'이 53년 만에 재현되어 눈길을 끈다. 전시장에 놓인 낡은 탁자와 의자는 과거의 복원을 넘어 새로운 시간과 관객을 만나며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낸다.이강소의 작업 철학을 관통하는 핵심은 '비움'과 '무위(無爲)'다. 그는 붓을 잡을 때조차 미리 정해진 형상을 쫓지 않는다. 마음을 비우고 붓이 가는 대로 몸을 맡길 때 비로소 예기치 못한 신비로운 이미지가 나타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화면 속 오리나 배의 형상은 뚜렷한 실체가 아니라 몇 번의 붓질이 남긴 흔적일 뿐이다. 작가는 자신의 의도가 개입되는 순간을 경계하며, 끊임없이 '나의 아성'을 죽이고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실재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에 대한 의문은 그의 설치 작품 '여백'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낙동강변의 갈대를 전시장으로 옮겨온 이 작품은 거울과 관람객의 모습이 투영되며 매 순간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1975년 파리비엔날레에서 닭의 발자국을 작품으로 삼았던 것처럼, 그는 자신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요소를 작업 안으로 끌어들인다. 존재한다는 것이 과연 우리가 보는 그대로인지 묻는 거장의 질문은 반세기 넘게 이어지고 있다.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2025년 신작 '바람이 분다' 연작은 노장의 멈추지 않는 실험 정신을 보여준다. 화선지와 먹을 활용해 한국화의 형식을 빌려온 이 작업에는 수십 년 전 지인에게 받은 낙관이 찍혀 있다. 과거의 인연과 현재의 붓질이 교차하며 나타남과 사라짐의 미학을 완성한다. 검은 물감 위에 흰색을 덮어 지우고 다시 드러내는 과정은, 끊임없이 의도를 지워내려는 작가의 치열한 고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매일 새벽 작업실로 향하는 이강소는 여전히 다음 작업을 궁리하는 현역이다. 익숙해진 방식을 버리고 '안 하던 짓'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의 태도는 젊은 예술가들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회화와 조각, 사진과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경계를 허물어온 그의 실험은 11월 1일까지 관람객들과 만난다. 거장이 빚어낸 찰나의 흔적들은 우리가 믿어온 실재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든다.